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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인 Dec 10. 2023

아내의 출산, 부모님 근처로 가야 할까

#내집을찾고있습니다 #ep11

Unsplash의freestocks

이전화 참고→ep.10 '직접 살아보니 알게되는 것'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새로 이사한 뒤 여러 변화가 있어 글쓰기에 소홀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월세로 전환한 뒤 예상과 달리 부동산이 다시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며 낙담도 했습니다. 청약 일정도 계속 미뤄졌고, 고민했던 곳들의 '미친 청약가'에 당황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전 여전히 월세를 살며 살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부동산 시장은 예상대로 하락장을 맞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가족이 곧 우리 부부 곁으로 온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니 소득이 1년간은 절반으로 줄어들긴 하지만, 어린이집까지 생각하면 빨리 거쳐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린이집 3곳에 대기를 걸어둘 수 있습니다. 지금 월세집에서 계속 살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 어느 곳에 대기를 할지 고민입니다. 대부분 대기 인원수가 100명대에 달하더군요.


어제도 부동산 임장을 다녀왔습니다. 강북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였습니다. 사장님한테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부모님 곁으로 가셔야죠"라는 말부터 하셨습니다. 솔직한 말씀에 오히려 더 신뢰가 갔던 분입니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경기도에 사십니다. 분당과 평촌. 살기 좋은 곳이지만 결혼 전 출퇴근을 해봤던 입장에선 꺼려집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녹초가 됐던 그 시절의 기억이 선명합니다.


결혼 후 월세와 전셋집 모두 직주근접을 기준으로 구했습니다. 30~40분의 통근 거리가 주는 만족감이 정말 컸습니다. 서울에 비해 경기도 집값이 싼 것도 아닙니다. 서울 대비 추가되는 교통비가 대략 1억 원 정도의 추가 대출 이자(저금리 기준)랑 맞먹더군요. 그래서 계속 서울에서 살아보려 집을 알아보는데, 아이를 키워본 선배들이 대부분 만류합니다. 부모님 곁으로 가지 않으면 답이 잘 안 나온다고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부부가 직장에 가면, 누가 픽업을 하고 병원에 데려가고, 아이를 챙겨주냐는 것이죠. '이모님'을 쓰면 월 3백 이상인데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말도 있고요. 결국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가까이 사는 게 답이라는 논리입니다. 매번 서울 주거를 외쳐왔던 아내도 최근엔 "육아 휴직이 끝난 뒤에는 답이 잘 안 나온다"며 서울 거주에 대한 두려움을 말합니다.


부모님께 물어는 봤냐고요? 감사하게도 키워주진 못해도, 도움은 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저는 아이를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거나, 하교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며 어머니, 아버지에게는 저런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실과 마주하니 가장 먼저 바라보는 것도 부모님이네요. 부모님 세대를 '마처세대(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번째 세대)'라고 하는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습니다. 시간은 다가오고 집값이 내려가 어디선가 급매가 나온다면 잡아야 할 텐데, 서울에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부모님 곁으로 가야 할까요. 출산을 앞둔 부부들이 겪는 근본적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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