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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걷는 여름 시장길

by Taei

토요일, 종로에서 일이 있는 동생을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날씨가 덥긴 했지만, 오랜만의 약속이라 발걸음은 가벼웠다.

“점심 먹고 뭐 할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광장시장이 떠올랐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특유의 기름 냄새와 사람들의 소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노란 간판 아래 쌓여 있는 만두튀김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바삭한 소리를 내며 막 건져낸 만두를 한 봉지 사서 뜨거운 김을 후후 불어 나눠 먹었다. 그 맛은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시장에 다니던 기억을 은근히 끄집어냈다.


골목을 돌며 각종 반찬과 건어물, 천을 구경했다. 동생은 엄마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을 발견하고는 한참을 들여다보다 결국 구입했다. “이건 딱 엄마 스타일이다.” 동생의 확신 가득한 얼굴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광장시장에서 경동시장까지 걷기로 한 건 거의 즉흥적인 결정이었는데, 생각보다 길이 좋았다. 길게 이어진 상점들 사이로 찬바람이 살짝 불어와 땀을 식혔다. 걸으며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최근의 작은 고민, 가족 얘기,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농담까지. 시장 골목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오히려 대화는 더 편안했다.


경동시장에 도착할 즈음엔 허기가 제대로 몰려왔다. 결국 늦은 점심으로 통닭을 시켰다. 기름에 막 튀겨져 나온 닭을 뜯으며 동생이 말했다.

“이거 먹고 나면 뭐 먹을까?”

웃음이 터졌다. 입에 기름 묻은 채로 “시장 나오면 또 뭐 하나 사야지” 하며 다음 먹거리를 이미 상상했다.


마지막은 근처 카페였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아이스커피 한 모금이 하루의 열기를 천천히 식혔다. 걷고, 먹고, 얘기하고, 또 먹고. 단순한 하루였지만 시장 특유의 활기와 동생과의 수다가 가득 채워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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