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유치원교사로 처음 만났던 그녀는 이제 내게 거의 유일한 '밖에서 만나는 사람'이 되었다.
올해는 가족 외의 만남을 최소화하다 보니, 자녀분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로는 뵙지 못했다.
좋은 사람일수록 거리를 두면 오히려 서운할 것 같아, "내가 왜 이렇게 사람을 안 만나고 있는지 직접 얘기라도 해야지" 싶어 조심스레 연락을 드렸다.
배가 고플 시간이라 설렁탕과 국밥을 먼저 시켜놓고 자리에 앉자마자 수다의 뚜껑이 열렸다.
"어머님, 올해 진짜 별일 없으셨어요?"
"별일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얼굴 굳었겠어요?"
서로의 한숨 섞인 농담에 먼저 웃음이 터졌다.
가족의 건강부터 지난 시간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쏟아놓았다. 맞장구치고, 위로하고, 때로는 대신 화도 내주니 묵직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밥을 다 먹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잔을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우린 만나면 꼭 밥-카페 풀코스네요."
"그래야 하루치 고민이 다 빠져나가죠."
서로의 이야기통이 되어준 시간.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스르르 풀리는 걸 다시 느꼈다. 자주 못 봐도 날 염려해주고 기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