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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풍경이 따라온 길

by Taei

찐 옥수수를 한 보따리 들고 구리 언니네 집에 들르니

방학을 맞은 조카가 뛰어나와 반겼다.


거실에 앉아 옥수수를 나눠 먹으며

조카는 치킨집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았다.

모은 아르바이트비로 제주도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거기서 렌터카를 직접 몰았다며

그때 일을 작은 무용담처럼 풀어냈다.


운전 연습도 제법 했다며

이모와 엄마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해보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언니는 “가다 싸울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뒷좌석에 올랐다. 나는 조수석.


출발 전 잠깐의 긴장감은

차가 부드럽게 움직이자 금세 사라졌다.

서종을 목적지로 두고 달리는 동안

창밖에는 여름 풍경이 따라왔다.


언니는 표정이 조금 풀린 채 창밖을 바라봤다.

조카는 아무 말 없이 핸들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강이 보이는 카페에 도착해 망고 빙수를 시켰다.

얼음 위로 떨어지는 망고 조각처럼

우리 대화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차 안의 긴장, 웃음, 그리고 빙수 한 입.

조카의 작은 도전이 우리 모두에게

큰 추억이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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