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미를 닮은 사람

장미와 할머니

by Taei

80대 중반 엄마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건

집 안팎의 화분 관리다.


계절마다 커다란 화분들을 옮기고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는 모습이

이제는 조금 힘들어 보였다.


올봄, 큰 화분 몇 개를 정리하자고 설득했다.

내심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며

정원박람회에서 작은 장미 화분을 사서 선물했다.


베란다에서 며칠,

화려하던 장미는 점점 시들어갔다.


엄마는 장미를 살려보려고

햇빛을 찾아 집 밖으로 화분을 옮기고,

매일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예쁜 장미꽃이 피었다.


엄마가 언젠가 또 화분을 더 들일까

모른 척하면서도

다시 붉은 꽃이 핀 게 나도 괜히 즐거웠다.


집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할머니, 꽃 예쁘네요” 하고 인사할 때

엄마 얼굴에 번지는 그 웃음.


외모는 늙어가고 몸은 점점 왜소해지는데

엄마의 마음은 아직도 장미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