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할머니
80대 중반 엄마의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건
집 안팎의 화분 관리다.
계절마다 커다란 화분들을 옮기고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는 모습이
이제는 조금 힘들어 보였다.
올봄, 큰 화분 몇 개를 정리하자고 설득했다.
내심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며
정원박람회에서 작은 장미 화분을 사서 선물했다.
베란다에서 며칠,
화려하던 장미는 점점 시들어갔다.
엄마는 장미를 살려보려고
햇빛을 찾아 집 밖으로 화분을 옮기고,
매일 정성을 들였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예쁜 장미꽃이 피었다.
엄마가 언젠가 또 화분을 더 들일까
모른 척하면서도
다시 붉은 꽃이 핀 게 나도 괜히 즐거웠다.
집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할머니, 꽃 예쁘네요” 하고 인사할 때
엄마 얼굴에 번지는 그 웃음.
외모는 늙어가고 몸은 점점 왜소해지는데
엄마의 마음은 아직도 장미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