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가족이 여름휴가를 떠나던 날,
나는 개조카와 2박 3일의 특별한 동거를 시작했다.
떠나는 차 안의 설레는 얼굴을 뒤로하고,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드러누웠다.
개조카의 눈빛은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 휴가 시작이네.”
첫날은 간식 몇 개로 금세 친해졌다.
밥때가 되면 밥통 앞에서 작게 짖어 ‘밥 주세요’ 사인을 보냈고,
“산책 가자”는 말에는 점프까지 하며 온몸으로 신남을 표현했다.
내 식사 시간에는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주는 센스도 있었다.
이튿날 아침, 우리는 근처 산책길로 나섰다.
햇살이 부드럽게 비추고, 바람이 불어오자
녀석은 잠시 멈춰 서서 멋진 포즈를 잡았다.
휴대폰 카메라에 담긴 건 푸른 하늘과 웃고 있는 개조카,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혹시 이제 날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나?’ 싶은 순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를 보자
녀석은 망설임 없이 그 품으로 쏙— 사라졌다.
남겨진 나는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 원래 휴가는 이렇게 끝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