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좋은 일이 없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래와 비교해 많이 늦은 인생이구나 싶어 자포자기하다가,
될 대로 되라며 체념하고, 또다시 우울해지기를 반복한다.
무더위가 이어진 토요일 오전.
안마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잠시 근심을 잊으려 하지만,
집중은 쉽지 않다.
앞날이 때로는 현실보다 더 막막하게 다가와
불안이 커지는 순간도 많다.
오늘도 생기지도 않은 일들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는데,
활짝 열어 둔 창으로 무더위를 뚫고
살랑살랑 바람이 스며들어왔다.
그 바람이 느껴지는 동안 마음이 편해지고,
심지어 행복해졌다.
아무 일도 달라진 건 없지만,
바람 덕분에 오늘은 잠시라도 행복한 토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