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연세가 드시면서 집안 물품 구입은 거의 내가 맡게 됐다. 계절마다 필요한 물건, 부모님이 좋아하는 간식, 생활용품까지 온라인·오프라인을 오가며 비교해 사드린다. 화장품도 내가 챙겨드리는데, 가끔은 교회 지인이 파는 걸 사 오신다.
오늘은 영양크림 한 통이 손에 들려 있었다. 품질이 영 믿음이 안 가서 늘 말리지만, 또 사 오셨다. 참아야지 하면서도 “이걸 왜 또 사셨어요”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엄마는 내가 돈 쓸까 봐 그랬다며 웃는다. 그 웃음이 오히려 더 미안하게 했다.
마음이 조금 무거운 채로 집 앞 화단을 지나는데, 한 주민이 상사화를 보며 “와, 참 예쁘게 키우셨네요” 하고 감탄했다. 연분홍빛 꽃잎이 바람에 살짝 기울고 있었다. 내가 “우리 엄마가 가꾸신 거예요” 하자, 꽃 잘 키우는 솜씨 좋은 할머니의 자녀냐며 칭찬을 덧붙인다.
영양크림 얘기로 마음이 조금 무거웠던 나는 그 칭찬을 엄마께 전했다. 엄마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 웃음 속에서 더운 날에도 화단을 가꾸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딸보다 엄마에게 더 큰 위안을 주는 건, 아마도 이 작은 화단과 그 안의 상사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