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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정 Dec 12. 2019

파푸아뉴기니의 단 한 골

*2016 FIFA 파푸아뉴기니 U-20 여자월드컵을 취재한 당시 KFA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


A조 꼴찌. 조별리그 탈락. 파푸아뉴기니 U-20 여자대표팀의 2016 FIFA 파푸아뉴기니 U-20 여자월드컵은 3패로 끝났다. 북한, 브라질, 스웨덴 등 강호들과 한 조에 속한 불운도 있었지만, 이번 대회의 홈팀이자 최약체인 파푸아뉴기니의 3패는 예견된 바였다.


파푸아뉴기니가 세 경기에서 내준 골은 22골. 지난 7월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왔을 때 한국 U-20 여자대표팀과의 친선전 한 경기에서 내준 골이 15골이었으니, 어찌 보면 지난 4개월 동안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단 한 골이 있었다. 북한과의 3차전 전반 16분 니콜레트 아제바가 넣은 하나의 골. 파푸아뉴기니의 이번 대회 첫 골이자, 파푸아뉴기니의 남녀 전 연령대 대표팀을 통틀어 월드컵에서 기록한 첫 골이다. 이 역사적인 골이 터질 때, 한국 U-20 여자대표팀은 경기장과 인접한 훈련장에서 독일과의 3차전 대비 훈련이 한창이었다. 내셔널풋볼스타디움에서 꽤나 길고 큰 함성소리가 이어지는 걸 들으며, ‘파푸아뉴기니가 드디어 골을 넣었구나’ 알 수 있었다.


나중에 녹화중계를 보고 안 사실이지만, 북한과의 3차전이 끝나고 파푸아뉴기니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여름 함께 한국을 찾았던 미국인 감독 리사 콜 감독이 붉어진 눈으로 선수들에게 무어라 위로의 말을 이어갔다. 관중들은 3패로 대회를 마무리한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미약한 시작. 그 첫 발걸음을 떼기까지가 가장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여자축구의 첫 월드컵을 떠올렸다. 2003 FIFA 미국 여자월드컵이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프랑스, 노르웨이를 만나 3전 전패로 탈락했다. 세 경기에서 내준 골은 11골. 그리고 단 한 골이 있었다. 노르웨이와의 3차전 후반 30분 김진희가 넣은 하나의 골.


그 첫 발걸음을 뗀 이후 13년이 지난 2016년의 한국여자축구는 어떤 모습일까? 2009년 여자축구 최초의 실업리그인 WK리그가 시작돼 올해로 8년 차를 맞았고, 2010 FIFA 트리니다드토바고 U-17 여자월드컵 우승, 2010 FIFA 독일 U-20 여자월드컵 3위,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등 국제대회에서의 쾌거도 있었다. 하지만 내내 문제점으로 지적된 열악한 저변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6년 6월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축구선수는 1,721명.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를 봤을 때 느낀 저변의 차이, 이번 파푸아뉴기니에서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볼 때도 똑같이 느꼈다. 프랑스에서 2년 뒤 열릴 U-20 여자월드컵, 3년 뒤 열릴 성인 여자월드컵에서도 결과에 관계없이 아마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파푸아뉴기니 여자축구의 2029년은 어떤 모습일까? 파푸아뉴기니를 다시 월드컵에서 만날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여자축구는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까?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회 연속 U-20 여자월드컵 8강에 올랐던 기록이 옛말이 되면 어쩌나? 꼬리를 문 여러 질문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따라 흘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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