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태진 Oct 21. 2023

회사 동료의 부친상에 조문하고 돌아오며 드는 생각들


주말 오후. 회사 임원 한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오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친의 상태가 안 좋으셔서 얼마 전부터 한동안 원격근무를 했으면 한다기에 그러시라고 했던 터였다. ‘결국 그렇게 되셨구나.’


나는 조문을 다녀오기 위해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서둘러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부모님이 나이 들고 약해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느낌과도 일면 비슷한 것 같다. 연로해지시면서 여기저기에 자꾸만 문제가 쌓여가는 부모님을 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이 서투르고 막막한 느낌이, 꼭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되어본 건 처음“이라 느끼던 초보 아빠로서의 낯설고 서투른 느낌과 비슷한 것이다. 다만 차이라면 전자에는 슬픔이 더 많이 묻어있고, 후자에는 기쁨과 설렘이 더 묻어 있다는 것.


언제나 당당하시던 아버지의 눈매가 약해지신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무척 생경한 느낌이 들었었다. 항상 누구보다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 걸으시던 어머니가 거북이보다도 느리게 걸으시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도 그 모습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시기들마저 한참 지나서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총명하기 그지없던 어머니는 단순한 내용조차도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말씀드려야 겨우 이해하시게 되었다. 그나마도 고함치듯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에는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젊어지는 기구한 운명을 지닌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노년(?)에 그는 점점 젊어지다 못해 급기야는 어린아이가 되고 아기로 변해간다. 어떤 면에서는 점점 아이 같아져만 가는 부모님들이 ’현실판 벤자민 버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 <오십에 읽는 장자>라는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책을 관통하는 생각은 “오십에는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직장에서도 욕심과 오만을 내려놓고 서서히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줄 준비를 해야 하고, 가정에서도 자녀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훨훨 날려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모님들과의 이별도 서서히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그렇지’ 하며 공감하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벌써?’라는 생각에 어이가 없고 반항심(?)마저 살짝 들기도 했다.


부친상을 당한 임원을 위로하고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는 밤기차 안. 멍하니 캄캄한 창밖을 응시하면서 앞으로 내가 좀 더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아직 좀 더 움켜쥐고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https://brunch.co.kr/@taejin-ham/25


매거진의 이전글 첫인상이 안 좋아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