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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Mar 06. 2023

시즌 첫 골프에서 삽질하고 나서 드는 생각

2023-03-05 (일요일), 흐림

“힘 좀 빼!”


올해 첫 골프 라운딩에서 내 샷을 지켜보던 H 사장님이 보다 못해 한마디 하셨다. 겨울 동안 얼어붙은 땅처럼 내 몸도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 같았다. 작년 말에 나갔던 마지막 라운딩에서는 그럭저럭 가능성을 보였었기에 올해 처음 나간 골프에 잔뜩 기대가 부풀었던 나는 몇 번의 삽질 뒤에 애초의 기대와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희한하게도 골프공은 힘으로 세게 치려 할수록 멀리 안 가거나 방향이 이상해진다. 하지만 반대로 힘 빼고 툭 치면 공이 잘 뜨고 방향도 일직선으로 잘 나간다. 이는 수영할 때도 비슷하다. 몸에 힘을 잔뜩 넣고 첨벙거리는 사람은 금방 지치고 멀리 가지 못하는 반면, 수영장을 몇 바퀴고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을 보면 힘이 하나도 안 들어 보인다.


생각해 보면 일을 할 때도 그런 면이 좀 있다. 너무 힘을 주면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상황에서 하는 발표(pitch)에 관한 책 <Life’a A Pitch>에는 “자신감이 핵심이다. 자신감은 어떻게 내뿜는가?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다.(Confidence is the key. How can you radiate confidence? First, by not trying too hard.)“라는 말이 있다. 또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것만큼 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없다. (There is nothing less sexy than being too eager to please.)“고도한다.


문제는 ‘힘을 빼야지’ 한다고 강제로 힘을 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풀밭에 놓인 골프공을 내려다보고 있자면, 공을 보내야 할 곳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힘을 빼야지, 힘을 빼야지‘ 되뇔수록 몸은 오히려 더 긴장을 하고 마음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나지만 어쩌랴. 내 내공이 부족한 것을. 이럴 때는 그냥 자신의 실수와 부족함을 인정하고 좀 더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힘 빼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 골프에서도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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