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를 갈망하는 우리들

SNS와 함께하는 삶은 무척이나 바쁘다

by 윤태진


어릴 때부터 버릇처럼 내 자랑을 하며 살아왔다. 물론 잘난 것도 없으면서. 어릴 때는 내가 자랑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실 자랑이란 게 자랑스러울 만해야 자랑이 되는 것이지 자랑이 되지 않는 걸 자랑하려면 금방 들통나고 만다. 돌이켜보면 남은 평생을 매일 밤 이불을 발로 차며 후회해도 모자랄 것 같다. 그 만행을 고백하기 위해 적으려고 용기 내보지만 차마 쓸 수가 없다.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결국 지운다. 손가락이 오그라든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영어를 잘하는 척 보이려고 사전을 뒤적이고 팝송 가사를 뒤적이고 영화 대사를 뒤적이다 멋진 글을 미니홈피에 금방 생각난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적은 것 따위가 그렇다. 다행히 미니홈피는 폐쇄되었다. 나와 같은 이들의 민망한 허세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회사차원에서 몽땅 지우고 닫아버렸다. 다행이다. 나뿐만 아니라 당시 나와 함께 미니홈피를 즐겼던 이들도 역시 한숨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요즘 SNS를 보며 비슷한 걸 느낀다. 자칫 예전의 실수를 답습하진 않을까 지금은 SNS를 하지 않는다. SNS 초기에는 나름 열심히 글도 올리고 퍼 나르고, 사람들의 글에 댓글도 남기며 ‘소셜 커뮤니티’ 세상에서 활발하며 센스 있는 일원이 되려고 노력도 했었다.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맹목적으로 팔로잉을 많이 하며 나를 쫓아주길 요구하기도 하고 ‘좋아요’와 댓글에 신경 쓰며 재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아내의 조언과 충고를 얻고 용기 내어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한 삶을 지향하기로 하며 지금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문을 닫으며 지난 글을 다시 살펴봤는데 예전 미니홈피를 보는듯한 기시감을 느끼며 크게 안도했다. 하루빨리 닫기를 잘한 것 같다.


지금은 세상 돌아가는 걸 엿보는 기분으로 SNS를 관망한다. 하지만 관망치고는 꽤 오래 들여다본다. 실제 SNS는 잠시라도 눈을 들이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세상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다. 온갖 사건 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비평과 비판 또 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그 생각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 그 보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댓글. 댓글에 댓글. 댓글에 댓글에 댓글. 그리고 싸움. 종종 벌어지는 현실 만남. 또 싸움.


사람들은 이제 너무 똑똑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숨긴 채 바른 생각, 옳은 이야기를 해낸다. 비록 나의 가치, 철학과 상반되는 이야기일지라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 옳은 것과 도덕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학습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알고 있을 뿐 실천하지는 않는다. 책에서 본 글귀를 퍼 나르며 자신의 양심과 철학, 정의로움을 과시한다.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악당들을 질책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지는 모를 일이다.

또 눈에 띄는 건 사람들의 자랑이다. 물론 자랑의 종류와 스타일, 방법 등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이들은 1차원적으로 대놓고 자랑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고차원적으로 자랑이 아닌 척 자랑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모두가 자기 자랑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자랑하는 것도 다양하다. 내 지식, 재력, 애인, 연인, 배우자, 삶, 가치관, 좌우명, 자식, 여유로움, 외모, 성격, 관대함, 센스 등 온갖 것을 자랑한다. 화려하게 편집된 사진과 영상을 함께 올리며 ‘좋아요’를 갈망한다.


자기 자랑과 허세에는 정도가 없는지 종종 SNS로 죽음을 자초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위험을 감수하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한 도둑은 자신이 훔친 돈뭉치를 사진으로 찍어 자랑하다 잡혀가기도 한다. 범죄사실을 SNS에 상세히 떠벌리다 경찰의 부름을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요즘은 SNS를 통해 지나치게 노출되는 사생활이 문제인데 아무 생각 없이 찍어 올린 셀카에 내 책상 위 컴퓨터에 열린 야동 폴더가 함께 찍혀 성적 취향을 커밍아웃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인정 욕구는 정말이지 상상 이상이다. 사실 인정 욕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예전 같으면 그저 흘리고 말았을 거짓과 허풍, 허세가 이제는 인터넷 상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그것도 거의 영원히.


역시 SNS는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 같다. 하지만 관음은 여전히 나의 욕망을 자극한다. 그러니 설령 SNS엔 온갖 자랑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질투심을 자극할지라도 그들의 삶과 생각을 엿보는 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더구나 실수로 노출되는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은 더욱 반갑다.

더구나 요즘엔 스마트폰 주소록에 번호가 저장만 되어 있어도 저장된 지인들의 카카오톡을 비롯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에 연동이 된다. 연동과 동시에 원하든 원하지 않던 그들의 일상을 알게 된다. 프로필 사진과 상태명을 통해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그런 소소한 소식을 확인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SNS와 함께하는 삶은 무척이나 바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보다 재미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