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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진 Dec 19. 2019

책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면 왜 안 되는데?

사실 인테리어 소품으로써의 책은 꽤나 효율적이다

  “아니 왜 보지도 않는 책을 저 높은 곳까지 꽂아 두는 겁니까?” 


  누군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은 책장에 꽂힌 책을 보며 비판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손에 닿지도 않는 곳에 책을 꽂아두고, 왜 책을 인테리어용으로 소비하냐는 것이었다. 그 글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책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소비되면 안 되는 걸까?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 사랑으로 만들어진 책이니 보다 가치 있게 소비되어야 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이 과연 있을까? 진열장에 고이 모셔둔 리미티드 신발도, 붙이지 않은 오래된 우표도, 조립하지도 않은 레고 블록도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무엇보다 원래의 쓸모로 소비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물건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따지고 보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책은 꽤나 효율적이다. 


  소품으로 쓸 책이니 굳이 새 책을 살 필요도 없다. 중고서점에서 싸게 사 오면 된다.(인테리어 소품으로는 오히려 중고 책이 더 어울린다) 한 권당 약 5,000천 원으로 책정한다면 일반적인 책장 한 칸을 채우는데 십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물론 더 싸게도 살 수 있다)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게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그 비용 또한 천차만별이지만 공간대비 들어가는 비용을 따진다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책이 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고려할 때 그 가치는 이미 충분하다. 

  더구나 책장 속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부채의식을 느끼느니 차라리 인테리어용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정신 건강에 유리하지 않을까?  


  

  사실 나는, 책이 고귀하기만 한 ‘무엇’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책만이 특별한 무엇인가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책을 보고 있다. ebook 단말기나 휴대폰으로 글을 보기도 하고 오디오북이나 새로운 플랫폼과 단말기에 최적화된 글로 소비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표지만 변경하여 수집용 도서로서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도서 전문 팟캐스트, '북튜버' 등 흔히 '선'을 넘는다고들 하는데 책이야 말로 선을 넘으며 그 영역과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니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책에 대한 이미지는 달라져야 한다. 어떤 목적으로든 다양한 독자 혹은 고객에게 소비되는 것이, 물류창고나 서점의 어느 한 구석에서 쓸모없이 잊히는 것보다 낫다. 어떠한 이유로든 혹은 어떠한 형태로든 책과 고객의 접점이 늘어난다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든 읽힐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왜 로또의 희박한 확률에도 우리는 기꺼이 돈을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서점 또한 마찬가지다. 왜 유난히 서점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어야 할까? 서점이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서점이 이미지로 소비되면 안 되는 걸까? 서점뿐 아니라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이미지로 소비되는 세상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가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 위해 간다. 저마다의 콘텐츠는 물론 더불어 함께 소비될 '이미지'가 있어야 비로소 콘텐츠를 선택하는 세상이다.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라 비판하기 전, 출판계 우리 스스로가 독자와 고객들을 밀어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은 고귀한 것인데 네가 감히! 뭣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한다고, 누군가 질타한다면, 저의 무지를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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