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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진 Mar 24. 2020

#1. 내가 너를 몰라 봤구나 – 언차티드

대체 이 재미있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자 이제 나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보유한 사람이 되었어. 인생을 즐길 준비가 되었으니 게임을 추천해주련? 그리고 가장 처음 추천받은 작품이 바로 언차티드였다. 초보자가 플레이하기에 어렵지 않으며 강한 몰입감에 플레이스테이션의 재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친구가. 여러모로 믿기 힘든 녀석이라 인터넷 블로그를 뒤져보니 다들 비슷한 호평일색이다. ‘고티 GOTY’로 선정되었다고 적혀 있어 찾아보니 ‘Game of the Year’이란다. 뭐 난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모르겠고 그냥 가격을 보니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언차티드의 전 시리즈를 마친 지금 당시 못 믿어했던 걸 돌이켜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너를 몰라봤구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며 이 터무니없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굿즈를 얻기 위해 굿즈보다 몇 배는 비싼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멀리 있는 맛집에 찾아가기 위해 정작 사 먹게 되는 음식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쏟기도 한다. 

지금 얘기하려는 ‘언차티드’를 하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봤는데 실제 해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긴 하지만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많기는 하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아마 플레이스테이션 동네의 수많은 선배들이 초보 게이머를 귀엽게 봐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이미 오래전 즐겼던 그 게임을 다시금 떠올리며 즐거워할는지도.(부디 귀엽게 봐주시길)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듀얼쇼크와 낯선 플레이의 방식에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고 있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적들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친구 놈한테 속은 건가? 대체 어디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거지? 설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들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묘한 재미에 빠져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제 막 넓은 바다 앞에 섰을 때였다. 절벽 위에 세워진 성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무모하게도 주인공은 그 절벽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처음 이 게임의 매력을 '얼핏' 느꼈다. 갑자기 줌 아웃되며 절벽에 매달린 주인공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빠르게 줌인하여 긴장한 얼굴 표정을 보여주는 카메라 연출에 놀랐고 여기에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부감과 앙각을 오고 가는 앵글 효과 등은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흔한 말로 이게 영화지 게임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참고로 이런 연출은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화려해졌다)


  이후부터는 빠른 속도로 게임에 몰입되었다. 듀얼쇼크와 주인공의 움직임에 익숙해질수록 재미는 더해갔다. 함께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게임의 내용은 이렇다. 모험을 즐기는 보물 사냥꾼 네이선 드레이크는 보물을 찾아 잃어버린 도시들을 찾아 나선다. 당연하게도 그에게는 경쟁상대들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그들은 거대 조직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이 늘 그렇듯 게임을 무사히 플레이하기만 한다면 수적 불리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난이도를 최하로 낮춘 나에게는 불사신에 가까운 네이선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의 네이선을 돕는 조력자 '빅터 설리반'과 그의 연인 '엘레나 피셔'까지 있으니 든든하다. 게임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인디아나존스를 떠올리면 연상하기가 쉬울 듯하다.


  대체 이 재미있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고 관련 책을 찾아도 보았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 단어였다. ‘크런치 crunch’ 였는데, 이를 갈 때 나는 ‘으드득’ 소리를 뜻하는 말로 대작 비디오 게임을 만드느라 밤을 새우며 일하는 개발자들의 심정을 표현한 단어라고 한다. 그리고 책에서는 우리가 재미있게 즐기는 거의 모든 게임들이 이런 크런치 모드를 거쳐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게임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시나리오 작가를 비롯해 디자이너, 코딩 기술자, 음향 엔지니어 등 각 분야 수많은 전문가들이 투입되고 실제 영화배우들이 제작에 참여해 그들의 연기와 행동을 본뜨기도 한다.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는데 게임은 영화를 뛰어넘는 종합예술의 종착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CG 작업을 위해 사전 촬영을 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


실제 연기에 그래픽 작업을 입혀 완성된 게임 내 모습

  

  어찌 되었건 노력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인간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가 집대성되어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매우 저렴하고, 손쉽게 언차티드 리마스터 판을 구매하여 그 장대한 스토리를 플레이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현재 나온 거의 모든 게임이 이 정도의 노력이 들어갔다는 사실이고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충분히 놀라운 그래픽과 스토리, 구성 등을 뛰어넘기 위해 크런치가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그다음이 기대되는 건 게임 초보자로서 어쩌면 당연하리라. 


  주위 친구들을 보며 이렇게 외치고 싶다. 


  “이거 봐봐. 나 소름 돋은 거.”  




* 자료 사진 :  PlayStation Korea 제공의 <Uncharted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 제작기> 영상 중에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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