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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전쟁 in 스웨덴

22-1. 스톡홀름-스웨덴을 넘어 북유럽의 중심

by Tangpi

* 한낮에도 태양의 고도가 낮은 겨울의 스톡홀름(2019.12월)



스톡홀름 입성.


2021.12월 각각 스웨덴의 북쪽과 남쪽에서 출발했던 Team Kungsleden(TK) 팀과 Team Småland(TS)은 10개씩 스웨덴의 모든 주(State)를 돌아 스웨덴에 도착했다. 드디어 결승전에 들어온 것이다.


"드디어 왔어."

02-1 풍경 20191023_081338.jpg 스톡홀름의 가을(2019.10월)


팀원들은 예정된 장소인 스톡홀름의 한 미팅장소에 들어섰다. 초반에 언급했던 대로 회사 임원진들이 앉아있었다. 인사팀장이 운을 띄웠다.


"3년 전 얘기한 대로 남북으로 내려와 스톡홀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장소에 모이게 됐습니다. 그때 각 팀이 지역을 방문하며 그 특성 중 회사의 스웨덴 법인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주제를 발표하기로 했었지요. 그리고 매번 그 내용이 얼마나 호응을 받았는지 평가해서 최종 채용하기로 했었잖아요? 처음에는 11주간의 게임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결과는?"


긴장 속에 결과가 발표됐다.

255대 287. Team Småland(TS)의 완승이었다.


"아직 끝은 아닙니다."

"맞아요. 그러니 여기 있죠."


그렇다. 남은 것은 스톡홀름. 각 팀은 스톡홀름에 대한 주제 1가지씩을 두고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TK팀은 32점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결과를 보니, 각 팀에서 일관성 있게 주제를 이끌어 온 것 같아요. TK팀은 산업, 환경, 난민, 노동 등 가급적 최신 이슈를 주로 다루었고, TS팀은 아무래도 연배가 있어서 그런지 역사를 주로 다루었는데 꼭 대학시험에서 이공계와 인문계 같네요. 물론 현실과 달리 역사 쪽에서 더 많은 표가 나왔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라운드인 스톡홀름은 각 팀이 무슨 주제를 고를지 모르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스웨덴 속에서 한국과 관련된 무언가를 찾자는 데서 출발한 것 아니겠어요? 스톡홀름 관련 주제도 많겠지만, 한국과 관련된 거로 해주기 바랍니다."


각 팀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자기들은 스웨덴 아니 스톡홀름에 대해 뭘 안다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국과 관련된 주제를 찾으라고? 배배 꽈도 한 참 꼬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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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자연20191228_131617.jpg 도심 곳곳에서 자연과 어울림을 볼 수 있는 스톡홀름(2019.12월)

박사장이 입을 열었다.


"이 사람들 혹시 '자기들은 스웨덴에 대해 뭘 그렇게 안다고 한국하고 관련된 주제까지 찾으라는 거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 틀린 말도 아니니, 이 사람들이 스톡홀름에 와서 1주일간 돌아다닌 결과를 중심으로 주제를 찾을 동안, 우리도 스웨덴 아니 스톡홀름에 대해 아는 내용 있으면 하나씩 얘기해 보자고. 나부터 할게."


그는 스톡홀름의 간단한 역사에 대해 말했다.


"일단 스톡홀름은 발틱해와 약 30km 떨어진 맬라렌(Mälaren) 호수가 만나는 곳에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야. 그 이름은 통나무(Stock)와 작은 섬(Holm)을 의미하는데, 경제적으로 중요했던 목재들의 집결지였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해. 1252년경 14개 섬 중 하나인 스타스홀멘(Stadsholmen) 섬에서부터 건설되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이 섬의 '감라스탄' 구역에 그 무렵의 교회와 시장의 광장, 불규칙한 도로 등이 남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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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자동맹(Hansa League)에 속하는 항만도시로서 번영했는데, 칼마르 동맹 이후 스웨덴 국왕을 겸하고 있던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2세가 1520년 독립운동을 추진하던 82명의 스웨덴계 귀족을 대학살 한 곳 또한 이 도시의 감라스탄에 위치한 스토르트에르 광장이야.


이후 독립운동으로 통일국가가 된 스웨덴은 17세기 크리스티나 여왕 치하에서 도시의 정비를 추진했고, 1637년 웁살라 대신 수도가 되며 북유럽의 문화적 중심지로서 급속히 발전했어. 이후로 스톡홀름은 스웨덴을 넘어 북유럽의 중심지로 그 위치를 다지게 된 거지."

01 1897 풍경.jpg 1897년 스톡홀름의 전경


회사의 스웨덴 현지 법인장을 맡고 있는 이 부장도 말했다.


"스톡홀름에는 유럽의 어느 도시 못지않게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많아 방문객들이 어딜 가야 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바사 박물관(Vasa Museum)'을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20191208_131216.jpg 바사 박물관 내 바사호 모습(2019.12월)


'바사호'는 구스타프 2세 시대인 1625년에 건조되어 1628년 8월 10일 출항하자마자 스톡홀름 앞바다에서 침몰한 전함인데, 1956년에 해양 고고학자인 안데스 프란첸(Anders Franzen)에 의해 발견되었고, 이후 침몰된 지 333년 만인 1961년 유럽 최대의 침몰 선박 인양에 성공해 해양 고고학의 한 획을 그었죠. 프란첸은 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22년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아시아 도자기를 가장 많이 수집한 고고학자로 재위 기간(1949∼1973) 중 다수의 유적 발굴에도 참여했던 당시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6세는 바사 호를 바다에서 인양해 영구 보존 작업을 시작한 그해 6월 17일을 "바사 호의 날(Vasa Day)"로 선포했습니다.


바사호는 인양 직후 바로 전시한 것은 아니고 1962년 임시 박물관을 개관하여 1979년까지 보호액을 뿌리는 작업 지속했고, 1988년에 50% 정도 완성된 새로운 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1990년 지금의 '바사 박물관'이 개관하게 됩니다.


이 전함은 '30년 전쟁'에 참전해 스웨덴을 북유럽의 강국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던 국왕 구스타프 2세 아돌프가 당시 강대국인 덴마크·러시아·폴란드와 싸워 이김으로써 발트해를 완전히 장악하고자 직접 설계했다고 하는데,


총길이 69m, 최대폭 약 11.7m, 높이 52.2m, 배수량 1210톤, 적재 대포 64문, 탑승 가능인원 450명인 이 전함이 침몰한 이유는 당시의 건조기술로는 경험이 없었던 큰 선박을 건조했고 애초에 계획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포를 이 배에 싣다 보니 상부하중이 너무 커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풍까지 겹치는 불운을 당해서라고 합니다.


박물관은 총 7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바사호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고, 인양과 함께 당시의 목조품, 조각상등과 더불어 당시 선원들의 유골과 유품들이 함께 발견되어 17세기의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축적된 선박 인양 기술을 바탕으로 스웨덴은 우리나라 천안함 침몰 조사에도 참여했죠. 스톡홀름의 'must-See'입니다."

바사호의 선실 모습 복원 모형(바사 박물관, 2019.12월)


스크린샷 2025-09-14 172511.png 바사 박물관 내부 조감도


이어 본사 인사팀장도 말했다.


"북구라서 그런지 해가 일찍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겨울에는 오후 4시만 돼도 사방이 어둑해진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12월 동지 무렵에는 해도 아주 낮게 뜨고 진다고 해요.

07 광장 20191023_175911.jpg 스톡홀름 중심부 세르엘 광장(Sergel Torg)과 8만여 개의 유리로 된 '빛의 타워'(2019.10.23, 18시)


그래서 사람들이 침울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아요. 우리가 잘 아는 팝그룹 'ABBA'를 배출한 나라잖아요.

스톡홀름의 ABBA 박물관은 70~80년대 팝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들의 필수코스라는데 저도 방문객들과 그 시절 콘서트를 재현해 놓은 곳에서 'Dancing Queen'을 부르니까 뭔가 울컥하더라고요. 지금도 스톡홀름에 우리 연예기획사 사무소를 비롯해 많은 음원 제작소가 있어 '음원 수출 세계 3위'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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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스톡홀름시는 스톡홀름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주는 24,000여 개의 군도가 있고 군도 사이로 도자기로 유명한 '구스타프베리', 노사정 타협의 상징 '살트쉐바덴', 바이킹의 섬 '아델쇠'같이 숨겨진 보석 같은 도시들도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어요.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자연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어 아마도 이것이 스웨덴인들의 창의성을 돋우는 뿌리가 아닌가 싶어요."

(위로부터) 구스타프베리, 살트쉐바덴(2021.5월), 아델쇠(2022.6월)


박 사장이 입을 열었다.


"자, 이 정도 시간을 끌어주었으면 됐지? 어느 팀부터 시작할 텐가?"


Team Småland(TS)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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