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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Jan 22. 2022

세대 전쟁 in Sweden

2-1 Norrbotten의 보석을 찾아서

Team Kungsleden팀이 도착한 12월의 Kiruna 공항은 오후 1시 반이 넘었는데 푸르스름하면서도 약간 어두움이 깔린 듯한 하늘이었다. 여름의 백야(white night)에 비교되는 극야(polar night)라면 하늘 전체가 어두컴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다만 공항 활주로는 서치라이트를 켜놓은 상태였다.   

키루나 공항(12월 중순, 13:30분경)


시골 터미널 같은 Kiruna 공항에서 팀원들은 총총걸음으로 터미널을 빠져나와 렌터카를 타고 시내 숙소로 향했다. Kiruna 시는 작은 소도시기에 공항에서 10여분 정도 가면 되는데, 가다 보면 길가에 튀어나오는 순록들 탓에 아 여기가 북극권이라는 사실들을 실감했다.


Kiruna는 스웨덴 내 최북단 공항이 있는 북극권의 대표적인 도시다. 그래 봐야 인구가 2만이 될까 말까 하지만, 세계 최대의 지하 철광산이 위치한 광산업 도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기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철광석을 조달하려는 독일과 이를 저지하려는 연합군 간의 충돌로 노르웨이 영토 내 치열한 전투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너무 철광석을 퍼낸 나머지 도심의 지반이 무너지고 있어 시 전체를 신도심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광업 말고 뭐가 있을까?

숙소에서 짐을 푼 팀원들은 간단한 점심 해결을 하고, 행선 목적지 결정을 위해 로비에 모여 자신들이 한국에서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준비해온 자료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름 팀 내 연장자라는 호형이 먼저 말했다.

철광석 생산 주요 도시와 수출 경로(출처 wikepedia)

"Kiruna는 누가 뭐래도 '광업의 도시'잖아? 사실 이 도시가 조성된 역사는 100년에 불과하다고 해. 스웨덴 역사에서 이 북부가 들어온 건 그렇게 멀지는 않거든. 그 전에는 원주민인 Sami 족의 땅인 라플란드였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철광석이 채굴되고 이것을 노르웨이의 Narvik항으로 수출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고, 이것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물품 생산에 필수적인 철광석 확보를 위해 나치가 노르웨이를 침공한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대."


"아니, 자기 나라 땅인 luleå로 빼서 수출하는 게 낫지 않아요?"

"luleå가 있는 발트해는 겨울이 되면 얼어버려, 멕시코 난류와 지형의 영향으로 1년 내내 바다가 얼지 않는 세계 최고(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의 부동항인 Narvik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는구만. 1903년 키루나에서 채굴된 철광석 수출 기지가 세워진 Narvik항은 지금도 이용되고 있고, 오슬로와 함께 노르웨이 내 유이하게 스웨덴 철도청 기차가 운행되는 요지라고 해."

    Norrbotten  

호텔에 놓인 LKAB가 생산한 철광석 필렛  

"그래서 호텔 로비에서 본 철광석이라도 캐러 가자는 건가요?"


"아니 그거보단.. 그 철광석 가져다 놓은 LKAB가 운영하는 광산 투어를 해보는 게 어떨까 해서.. 나도 나이가 드니 이제 패키지가 좋아지니..ㅎㅎ"


여행사 근무경력이 있는 옹갑이 반대했다.

"글쎄... 광산 투어 했다고 그 결과를 내면 회사에서 효도관광 갔다 왔냐고 하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건, 가급적 알려지지 않은 스웨덴에서만 찾을 수 있는 그런 걸 찾으랬는데.."


호형이 긴 머리를 휙 넘기며 반발했다.

"아니, 스웨덴은 복지국가 아냐? 복지 차원에서 그럴 수도 있는 거지.. 효도관광."



옹갑이 얘기를 이어갔다.

"광산 투어하다 무너져 죽으면 어떻게 할려구..., 차라리 그것보다 ICE HOTEL 어떨까?"

"아이스 호텔?"


"Kiruna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한 10분 거리에 있는 Torne 강 연안의 Jukkasjärvi(Sami족어로 '물로 녹는 곳'이라는 뜻)에 있는 실제 사람이 투숙하는 호텔인데, 1989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얼음 호텔이야. 약 1천 톤의 얼음과 70억 개의 눈덩이가 들었다고 하는데, 이 호텔을 세운 Yngve Bergqvist은 아직도 이 호텔의 경영하고 있으며 '올해의 스웨덴인' 상을 받기도 했지. 2016년에는 태양광을 이용해 1년 내내 투숙할 수 있는 ICE Hotel 365를 만들어 조그만 촌동네인 Jukkasjärvi를 스웨덴이 자랑하는 얼음 호텔로 만든 것은 혁신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실제 이 호텔의 내부 온도는 -7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순록 가죽과 털로 된 매트리스에 침낭 속에서 자면 생각보다 잠도 잘 온대. 아침에 일어나면 따듯한 링곤베리 주스를 들이켜고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나오면 그보다 더 좋은 것도 없다고 하지. 호텔에는 얼음 잔에 술을 따라주는 바도 있고 아이스 갤러리와 아이스 교회도 있는데 이 교회에는 매년 100쌍 이상 결혼한대."

아이스호텔의 스위트룸 중 하나이 'Love'실. 구경은 물론 공짜다.
로비를 포함 호텔의 전역은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 근데 자는데 가격은 얼마예요.."

"그거야 예약사이트에 들어가면 알겠지만... 언제 투숙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보통 1박에 한화 20~30만 원 하고 금요일같이 주말 전에는 100만 원까지도 올라가지..."


팀원들은 거기서 멈췄다.

"혁신도 좋긴 한데... 하룻밤을 그런 데서 자고 나오면 회사에서 우릴 어떻게 볼까?"

"얼음이 될 때까지 맞지 않겠나?"

"얼음 땡도 아니고..."


호형의 마무리로 아이스 호텔은 접기로 했다.

"광산 무너져서 죽으나 자다가 얼어죽으나 차이없네. 다음."



*제목 사진은 12월의 Kiruna 시내 전경이며, 아래는 일출과 일몰이 기록되지 않는 휴대폰 캡쳐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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