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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Feb 06. 2022

세대 전쟁 in Sweden

2-2 가자, 룰레오(Luleå)!

두 노땅(?)들의 효도 관광과 금수저 관광 논쟁이 끝나자, 공군 출신의 몽진이 입을 열었다.


"광산도 좋고 아이스 호텔도 좋은데, 키루나에 스웨덴 내 유일한 것이 있긴 해요."

"뭔데?"

"여기 우주센터가 있어요."

"뭐? 그런 건 미국 NASA에서나 하는 거 아니냐?"

Esrange 우주센터 안내

"키루나가 북위 67.51도의 북극권에 있어 위성 발사나 수신은 물론 각종 기상과 기후 관측에도 아주 좋은 위치라네요. 그래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1957년부터 유럽우주청(ESA)과 우주 관련 연구를 시작했대요. 1966년에는 Esrange 우주센터를 조성해서 운영하는데 그 크기가 룩셈부르크의 면적의 두 배가 넘는 5,600㎢나 되구요."

* 제목 사진은 Esrange 우주센터


"현재는 국영 우주항공기업인 SSC에서 운영하는데, 주된 사업영역은 위성 관련 지상국 중계, 우주 관련 과학실험, 우주선 관련 활동과 엔지니어링 등을 한다고 합니다. 미국, EU,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해 세계적인 수준의 지상국 관련 네트워크를 자랑하는데, 2015~6년에 호주 Dongara에 있는 지상국 서비스를 우리나라의 천리안 위성이 사용한 바도 있고, 2018~9년에 천리안 위성 2호도 역시 사용하는 등 우리  항공우주 파트에서도 협업을 하고 있대요. 뿐만 아니라 탐사 로켓에 필요한 액체 연료장치 공급이나 데이터 서비스 처리 관련 스타트업 등 한국과도 교류가 활발하다네요."  



"아... 스웨덴이 또 우주 분야에도 선진국이었구만..."

"그래... 좋은 내용이야."

"근데 우리 거기 들어갈 수 있나? 보통 그런 시설들은 보안이..."


"네, 그냥 간단한 견학 프로그램만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런 걸로 따지자면 나도 NASA가 아폴로 11호 발사한 거 안다."

"좋긴 한데...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 보기엔..."

"...."


"참, 이 Norrbotten주가 볼 건덕지가 많은 동네인데... 연결이 안 되네..."     

"그러게... 관광하러 온 게 아니라, 발표하러 온 건데..."  

(좌) Kungsleden (중) Abisko의 sky station (우) Jokkmokk에서 촬영한 백조자리(Cygnus) 성운



그때 막내 하인이 나섰다.

"룰레오(Luleå)는 어떨까요?"

룰레오 도시 창건 400주년 기념 삽화

"룰레오?"

"여기서 또 움직여?"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덴가?"


"룰레오는 1621년 당시 국왕으로부터 시민권을 하사 받은 이래 현재 400주년을 맞이한 Norrbotten주의 주도이기도 하죠.


원래 스웨덴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15개

하나인 'Gammelstad 교회마을'로 유명해요. 

이 교회는 1323년 스웨덴과 러시아의 노브고로드 공화국 사이에 조인된 국경 확정 조약인 '뇌퇴보리 화약(Nöteborgstraktaten)' 이후에도 국경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자 스웨덴왕국이 지배권을 확보하고자 성직자들을 보내면서 세워진 것이죠.

* 'Gammelstad 교회마을'에 대한 사진은 '마누라속이기 in Sweden' 1-5 참조 


이후에도 러시아의 침략과 약탈이 계속되고 도심에서의 대규모 화재가 반복되는 곳이었는데, 1888년 키루나와 함께 대표적인 광산도시인 옐리바레(Gällivare)에서 룰레오항으로 광물을 수송하는 열차가 개통되면서 1890년대부터 본격적인 발전을 하게 돼요.


SSAB 룰레오 제철소 전경(2021.9.)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한 1939년에는 나치 독일이 군수물자를 룰레오항에서 실어 나르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1943년 Norrbotten 제철소에 철강 생산이 시작되고 1978년 스웨덴 최대의 철강회사인 SSAB가 설립되며 연간 22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하는 북부를 대표하는 공업도시로 성장하죠.    


그런데, 나름 고민은 있었을 것 같아요.  철강업이란 것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대표적인 굴뚝산업이라 잖아요. SSAB 룰레오 제철소가 1,1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룰레오 내 가장 큰 경제 주체라고 하지만(룰레오 광역권 전체 인구 78,000명), 현재 같은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고민이 깊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했는데, 그게 바로 수소를 이용해 철강을 생산한다는 '수소환원 제철' 프로젝트를 추진한 곳이 바로 룰레오예요. 기존에 철강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하나도 안 나오고 물이 나온다는 마법 같은 얘기지요. 실제로 2021.8월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인 소위 '그린 철강'을 생산해 스웨덴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Volvo Cars에 납품하기도 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FPQMgpbypFM

세계 최초의 그린 철강 생산을 발표하는 SSAB사 직원들(출처 : SSAB 홈페이지)


"이야, 이거 솔깃한데."

"그래, 이런 거 높은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맞어, 알지도 못하는 구닥다리 꼰대들이 말은 획기적이네 효도 관광이네 하면서 이런 거 좋아하지."

"거기서 왜 효도 관광이 나와, 이 똥수저야..."


"흠... 기차로 키루나 역에서 룰레오 중앙역까지 한 4~5시간 걸리네. 근데, 가면 SSAB의 그 수소 철강 프로젝트 설명 들을 수 있나?"

"아, 오기 전부터 연락해서 거기 PR 담당자에게 오케이 사인을 받았어요."

"그래? 그럼 진작 말하지... 괜히 저 이상한 효도관광이니 금수저 아이스 호텔 타령했잖아?"

"안 갔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근데 그렇게 쉽게 허락을 받다니 신기하군."   

(아무리 지어낸 얘기래지만...)



룰레오.

세계 최대의 기수(brackish water,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어 있는 곳의 물로 민물보다는 염분이 높고 해수보다는 염분이 적은 물)를 끼고 있는 군도(archipelago)가 펼쳐진 항구도시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겨울이면 앞바다가 얼어 그 얼음의 두껍기가 차가 다닐 정도라고 한다.

룰레오 앞바다의 Gråsjälören섬은 매년 겨울이면 도보, 스케이트, 차로 방문한다(출처: 룰레오 시청 안내서)


그러니, 겨울이면 얼어붙는 부동항이 아니다 보니 항구로서 큰 기능은 못했고, 수도인 스톡홀름(기차로 12시간 이상)이나 외국에서의 접근도 쉽지 않았던, 어찌 보면 핀란드라는 영토를 두고 러시아와의 대립 거점으로 사용되었을 북쪽 변방의 '춥고 조그만 도시'였을 것이다(실제 1621년 이 도시가 세워질 당시 인구는 250여 명에 불과).


그런 도시가 어떻게 2011년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세계 최초의 그린 철강을 생산하는 도시로 스웨덴 발전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을까? Team Kungsleden은 SSAB를 찾아가 그 유명한 'HYBRIT' 프로젝트를 체험하면서 그들의 첫 번째 주제로 선택했다.


  

Team Kungsleden이 말한 그 '왕의 길'이 바로 이겁니다(출처 : Swedish Lap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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