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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Feb 12. 2022

세대 전쟁 in Sweden

2-3 HYBRIT-스웨덴은 같이 가는 사회야

"Team Kungsleden이 연결됐습니다."


본사 회의실에는 첫 발표로 기대를 잔뜩 품은 박사장과 임원진 등 5명이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Team Kungsleden의 멤버들도 긴장된 가운데 리더 격인 우형의 방에서 입을 떼었다.


"저희의 Norrbotten 주제는 룰레오에 있는 SSAB 관계자 면담을 통해 들은 'HYBRIT'입니다."

"그게 뭐요?"

HYBRIT의 로고(출처 : https://www.hybritdevelopment.se)

"Hydrogen BReakthrough Ironmaking Technology의 약자인데, 쉽게 말하면 철강을 만드는데 수소를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쉽게 말하는 게 아닌데? "  

박사장이 쏘아붙였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많이 나오는데요, 각종 산업의 발달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각종 자연재해 피해가 커지니까, 각 산업별로 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종 산업별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데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 차지하는 지구 온난화에 영향이 막대한 산업입니다. 왜냐면 철광석을 고로에 넣고 가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배웠던 원소기호를 이용해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철광석은 철(Fe)과 산소(O)로 구성된 '2FeO3'의 형태로 구성되어있는데,

여기서 철을 생산하기 위해 산소를 분리해주는 '환원제'를 투입하게 되는데요

인류가 철기시대 이후 몇 천 년간 철을 생산했던 방법은 탄소(C)를 환원제로 쓰는 거예요.

탄소가 산소하고 잘 결합하잖아요. 예전에 연탄가스 중독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용광로라고 하는 고로에 대표적인 탄소화합물인 석탄(코크스)을 환원제로 사용하면

철광석(2FeO3)+코크스(C)→2Fe(철)+CO2(이산화탄소)로 분리가 된다는 것이죠. 방법은 기발한데... 이산화탄소가 문제였던 거예요.


그래서 이걸 줄이는 방법으로 수소(H)를 쓴 것이 HYBRIT의 핵심이에요.

철광석(2FeO3)+수소(H)→2Fe(철)+H2O(물)로 분리를 시키는 겁니다.  

HYBRIT에 돌파구라는 의미의 'BReakthrough'를 쓴 것도 현재 기후온난화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HYBRIT 공정에 대한 안내도(출처 https://www.hybritdevelopment.se/)

  

"그래, 좋아. 그런데 그럼 그 수소는 어떻게 만들지?"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3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6%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수증기를 통해 만드는 '그레이'수소입니다. 값이 저렴하긴 한데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뭐야? 조삼모사도 아니고. 그럼 수소로 철을 만들면 뭐해? 원료에서 이미 이산화탄소가 나오는데?"

"그래서 어떤 수소를 이용하느냐가 중요한데, 생산방식은 동일하지만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나가지 않도록 잡아 저장해 탄소 배출이 적은 '블루'수소나 물을 전기 분해해 이산화탄소가 전혀 없이 만드는 '그린'수소가 있습니다."


"그럼 그린 수소로 하면 되겠네."

"좋긴 한데... 가장 큰 문제는 생산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물을 전기 분해하는데 소요되는 전력 소모량이 엄청나요. 또, 이 전력을 화력발전소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을 통해 하면 이 또한 조삼모사겠죠? 그래서 진정한 HYBRIT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야... 말이 수소를 이용하는 거지 핵심은 전기를 어떻게 공급하는 거구만..."

"맞습니다."

"근데, 그거 참 비싸지겠는데... 요즘 풍력이네 태양광이네 이런 것들 다 전기값 비싼 거 아냐?"

"우리가 재생에너지 하면 그런 종류만 생각하는데 진정한 재생에너지는 우리 곁에 있어요."

"풍력 하고 태양광 말고 뭐? 조력? 파력?"


"'수력'입니다. 수력발전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잖아요."

"그렇네."         

"전 국토의 9%가 강이나 호수인 스웨덴은 수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전체 발전량의 39%를 수력에서 얻고 있습니다. 수력발전의 상당 부분은 수량이 풍부한 북부에서 이뤄지고, 그래서 전기값도 쌉니다. "

Norrbotten주 소개 책자 중 나온 강과 호수의 모습. 이런 것이 천지다.


"전기값이 싸다구? 다른 데랑 달라?"

"네, 스웨덴은 4개 지역으로 나눠 전기값이 다른데, 아무래도 생산지와 가까운 북쪽이 가장 싸죠."

스웨덴의 전기값은 4개 권역별 다르다(출처 : 스톡홀름 에너지공사)

"원료인 철광석도 Kiruna에서 나고, 수력발전이 많아 전기값도 싸고, 제철소도 있고... 갖출 건 다 갖췄네! 그래서 Norrbotten주, 그것도 주도인 룰레오에서 수소 철강 프로젝트인 HYBRIT를 한 거군."


"네 저희 팀은 여기서 스웨덴이 추구하는 이념 중 하나가 '협력'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스웨덴은 땅은 넓은데(남한의 4.5배) 인구는 적죠(남한의 1/5-천만명). 그러다 보니, 뭔가를 추진할 때 함께하는 전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HYBRIT도 철강회사인 SSAB독자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철광석을 캐내는 광산회사인 LKAB와 전력회사인 VATTENFALL이 공동 참여한 프로젝트거든요. 바이킹 시절부터 바다와 맞서 생존을 위해 함께 싸운 전통에서 나왔다고나 할까요?  뷔페도 바이킹들의 식사에서 나온 거라고 합니다. 하여간, 각자의 분야에서 가진 전문성을 활용하니 효율적이고 주어진 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거죠.

HYBRIT 홈페이지 상의 3개 참여 회사


협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룰레오 시정부나 시의회도 수소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전력을 다해 이 도시의 별명이 'ten minute city'라네요. 직장-거주-문화-행정 시설이 모두 10분 거리 안에 있다는 뜻이랍니다. 스톡홀름과의 연결을 위해 공항을 건설해서 기존 철도로 12시간이 넘는 거리를 항공편 75분으로 단축시켜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에 돌아가는 스톡홀름 거주자들도 있대요. 또한, 룰레오과학기술대(LIU)는 수소 분야를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산학협동을 통해 기업에 새로운 기술인력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구요. 마치 톱니 같아요. 그래서 이러한 모습을 벤치마킹하려고 오는 유명인사들도 많답니다."

HYBRIT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는 유명인사들(2021.9월)


"야.. 근데.. 마지막으로 질문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서 상용화가 됐나? 바싸지 않아?" 

세계 최초의 녹색 철강을 생산한 SSAB의 발표(2021.8월)

"HYBRIT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로 만든 '녹색 철강(Green Steel)'은 2021.8월 세계 최초로 생산돼서 스웨덴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Volvo에 인계하긴 했습니다만, 실제 본격적인 상용화는 2026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답니다.


아까 말씀대로 비용 등에 문제가 가장 크고, 그래서 가격 또한 기존 철강 대비 20~30% 비쌀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미 Volvo Trucks, Volvo Cars, Mercedes-Benz 등 유명 자동차 기업들과 판매 관련 파트너십 체결된 상태라네요. 당장은 비싸도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엄 철강으로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구요. 최근 EU에서 준비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을 감안한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것이죠. 이 또한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박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 스웨덴은 같이 가는 사회야. 다 같이. 얼핏 보기엔 그래서 늦게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 근데 그게 결과적으로는 빨리 도착해. 결승점에. 그게 스웨덴의 힘일 수도 있겠구만.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남을 밟고 서로 물고 뜯는 사회가 아닌 것이야."


박사장과 임원진들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첫 발표치 곤 괜찮다고.


룰레오 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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