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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Feb 18. 2022

세대전쟁 in Sweden

3-2 스코네는 덴마크와 스웨덴에 있어 어떤 존재인가

"There’s no place like it."


스코네(Skåne)를 안내하는 책자의 제목이다.  스코네는 스웨덴의 전체 면적의 2% 밖에 차지하지 않으나 인구는 11%를 넘는 곳이다.

조선소로 추정되는 고대 거석 유적(출처: 스코네 관광 안내 책자)

스웨덴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라 선사시대 거석문화에서 700~1050년대 바이킹 시대를 지나 이를 차지하려는 덴마크와 스웨덴 간의 싸움이 마무리된 18세기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스웨덴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일반적으로 스웨덴의 국가로서 시작은 1008년 첫 기독교 국왕이자 스웨덴 왕국의 통치자인 올로프 셰트코눙 이후라고 여겨지지만, 스코네는 그 국가 형성 이전인 선사시대부터 늘 스웨덴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기에 자연, 역사, 문화, 산업 모든 것이 있고, 말 그대로 "이만한 곳이 없다."


정말 작지만 볼게 많은 전시장인 스코네. Team Småland는 무엇을 택했을까.


"오기 전에 스웨덴 사람 누가 그러더라고. 스코네야말로 진정한 스웨덴이라고. 근데, 이게 원래 하나가 아니라 크리안스타드(Kristianstad)를 중심으로 하는 크리스티안주와 말뫼를 중심으로 하는 스코네 주로 분리되었었는데 말뫼에 좀 더 무게가 실리면서 행정구역이 통합되었다는 구만.


원래 크리스타안스타드는 17세기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4세가 당시 덴마크 땅이었던 스코네 동쪽에 대한 스웨덴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운 군사도시였대. 처음에는 계획도시로 괜찮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은 말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도시가 돼버렸지.


앱솔루트 보드카 박물관인 'Absolute Home'

물론, 30분 거리에 세계 3대 보드카로 유명한 '앱솔루트 보드카(Absolute Vodka)'의 발상지이자 그 본사가 있는 오후스(Åhus)가 있지만,  아무래도 스코네 내에서 수도 스톡홀름이나 덴마크 모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북동 지역이라 좀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나 봐.  


더구나 해수면보다 241m 낮은 국내 최저 지대이다 보니 습지도 있고 도시가 침수되는 일도 생기면서 1950~60년대는 문제도 많았대.


하지만, 크리안스타드는 이러한 도시 습지의 문제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다시 물고기와 새들이 돌아오는 아름다운 자연으로 변모시켜, 스웨덴을 대표하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이 되었지. 우리나라의 제주, 순천, 다도해처럼 말이야. 발전에 뒤쳐졌다고 공업화를 가속화하기보다 친환경도시로 새롭게 변모시키는 '발상의 전환'의 좋은 사례지."    

오늘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크리스티안스타드의 모습




"스코네 하면, 스웨덴의 캠브리지인 대학도시 룬드(Lund)를 빼먹을 수 없죠. 스칸디나비아 반도 내 가장 큰 철기시대 정착지가 발견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룬드는 덴마크 지배 당시인 990년 세워져 1103년 대교구가 위치한 스칸디나비아 가톨릭의 중심도시로 성장했고, 이 도시를 상징하는 대성당도 1145년도 세워지죠.


룬드 대성당(출처: 안내 책자)

그러다, 1527년 종교개혁으로 루터교가 국교로 선포되고 이후 덴마크와 스웨덴 간 오랜 전쟁 끝에 1658년 스웨덴 땅이 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당시 룬드 교구의 대주교 Peder Winstrup이 '스코네의 젊은이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코펜하겐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건의를 스웨덴 국왕 Karl 11세의 미망인인 Hedvig Eleonora 왕비가 받아들여 1666년 룬드대학교가 개교되었답니다.


어떤 스웨덴 사람들의 얘기로는 이제 막 영토로 편입된 스코네의 중심 룬드를 확실히 스웨덴화 하기 위해 이후로도 최고의 교수진을 투입해 명실상부한 스웨덴 최고의 대학으로 키워낸 결과 오늘날 룬드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대학도시로 성장해 최근 발표된 '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2' 상 116위를 차지했는데(참고로 서울대 54위, KAIST 99위), 의대가 없는 대학치곤(스웨덴 최고의 의과대학인 카롤린스카 대학은 35위나 종합대학은 아님) 상당히 우수한 결과지요. 한국 학생들도 꽤 유학 중인데 만족도가 높은 걸로 알고 있어요.


룬드는 도시 전체가 대학으로 구성돼있고 그냥 공부하라고 만든 걸로 착각할 만큼 학구적인 도시다 보니 룬드대학교나 그 출신 또는 지역이 배출한 천재적인 발명들이 많은데, 의료용 인공신장, 테트라팩, 연속 잉크젯 프린터, 천식 환자용 호흡기, 암 치료를 위한 레이저, 안면인식 기술, 블루투스, 방사광가속기 등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발명품이 나오기가 드물지 않나 싶어요.

룬드에서 나온 천재적인 발명들(출처: 룬드 소개 책자)



"주제가 환경, 역사, 산업... 좀 무겁게 가는 것 같아서 저는 좀 가벼운 주제를 얘기해 볼게요. 오기 전에 유튜브에서 스웨덴 관련 내용을 찾아보다 보니, 주한 스웨덴 대사가 추천한 여행지 중에 하나가 스코네에 있던데 참 눈을 끌더라구요. 벤(Ven) 섬이라는 곳인데 제주도 같이 생긴 아주 이쁜 섬이요.

야콥 할그렌 전 주한 스웨덴 대사의 소개 영상-눌러보세요~(출처: 이런 경향 유튜브)


근데 이 섬은 이쁘기도 하지만 천문학 차원에서 꽤 중요한 섬이에요. 16세기 활동한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Tycho Brache)'가 연구를 했던 곳이거든요. 17세기 초 갈릴레오가 최초로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기 이전 천문학자 중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로 평가받는 사람이죠. 한 번쯤 들어봤을 '케플러의 법칙'을 발견한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도 티코 브라헤가 관측해 만들어 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행성의 궤도와 주기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브라헤는 그의 삼촌이 전쟁 중 물에 빠진 덴마크 왕 프레드릭 2세를 구해낸 일을 계기로 삼촌이 죽은 뒤 1576년 프레드릭 2세로부터 이 섬을 하사 받고 천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는데, 인간 천문대로 불릴 정도로 시력이 무척 뛰어나 엄청난 양의 관측이 가능했고 천문학자로서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우겨대기 싸움을 하다가 코 베는 내기하고 져서 놋쇠로 만든 인조 코를 붙이고 다닐 만큼 기인이었지만, 초신성을 발견해 천구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등 업적은 상당하다고 해요. 벤섬에는 그의 천문대가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잘 보존되어있다고 합니다.   

천체를 관측하는 티코 브라헤(벤섬 내 티코 브라헤 박물관, 2020.10.31.)


이상이 한국에서 벤섬을 다녀온 사람에게 들은 내용인데, 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근데... 라고 생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뭔데요?"


블루투스의 문양. 10세기 스칸디나반도를 통일한 덴마크 바이킹 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티코 브라헤가 덴마크 사람이라는 거, 그가 활동할 당시 이 섬도 덴마크 땅이었다는 거죠."


"그래, 스웨덴이 아니었네. 사실이 그래. 스코네는 '푸른 이빨'로 유명한 덴마크 왕 Harold Bluetooth에 의해  970년 정복당한 이래 1658년까지 덴마크 땅이었고, 특히 부유한 덴마크 귀족들의 영지가 있던 곳이야. 아직도 그들이 지었던 성들이 150여 개나 있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덴마크는 '데인(Daine)족의 땅'이란 뜻인데, 이들은 철기시대 스코네 지방에서 남하했다고 해. 역사적으로 덴마크인들이 살았던 기간이 더 많았던 땅이 스코네야.


1676년 룬드에서 벌어진 스-덴 전쟁 소개 자료

그래서, 덴마크는 잃어버린 땅인 스코네를 찾기 위해 1676년(룬드)과 1710년(헬싱보리)에 대규모 원정을 감행했지만, 수만 명의 병사를 잃고 실패하게 돼. 스코네는 덴마크 역사에서 사라지고 오늘날까지 360여 년 동안 스웨덴의 영토로 남은 것이지."


"이야, 그럼 스웨덴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라는 스코네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덴마크가 이를 박박 갈겠는데요. 스칸디나비아 3국이라고 해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아주 친하게 잘 살아왔는 줄 알았는데, 스웨덴이 그 옥같은 땅을 뺏었으니 덴마크가 얼마나 싫어하겠어요."


"근데, 그전에 덴마크가 스웨덴에게 한 것도 만만치 않아. 우리가 일제강점기 36년만으로도 치를 떠는데, 스웨덴은 덴마크에게 126년 동안 지배를 받았거든.


1397년 칼마르 동맹이 체결됐는데 말이 동맹이지 사실 덴마크가 주도권을 가지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종속 관계였어. 그러다가 1520년 11월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2세가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귀족 80여 명을 죽이는 '스톡홀름 대학살(Stockholm Bloodbath)'이 발생해, 스웨덴이 독립전쟁을 벌이는 계기가 되었지.


그 대학살 때 탈출한 왕자가 스톡홀름에서 Mora까지 90km를 도망쳐 살아난 뒤 독립전쟁을 지휘하고 3년 만인 1523년에 마침내 독립을 쟁취하여 통일국가를 이루는데, 그가 바로 스웨덴판 광개토대왕+태조 이성계+세종대왕에 해당하는 '구스타프 바사(Gustavus I Vasa)' 대왕이야.


'구스타프 바사 1세'가 들어간 1천 크로나 지폐

그를 얼마나 스웨덴인들이 존경하는지 1985년~2017년 스웨덴에서 통용된 화폐 가장 단위인 1천 크로나(현재 한화 13만 원 정도)에 그의 초상이 있고, 그가 탈출한 90km의 길을 기려 매년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긴 크로스컨트리 대회인 '바사로페(Vasaloppet, 바사 경주)' 대회를 개최하여 2022년 100회를 맞이했어."


https://tv.naver.com/v/25107885

'바사로페' 대회 100주년 기념 보도(2021.2월)

    

"그렇게 물고 물리는 관계였네요... 근데... 우리 주제는 뭘로 하죠?"


"오... 우리가 오늘 얘기한 크리스티안스타드, 룬드, 벤섬 그리고 바살로페까지... 공통되는 게 뭐지?"

"... 덴마크 하고 사이 안 좋은 거?"

"음... 방향은 맞는데 내가 생각한 거하곤 좀 다르군. 우리가 지금 말뫼에 있잖아. 말뫼 성을 보면서 그걸 얘기해보자구."


평소 "재미난 이야기" 하는 것이 특기라는 한태혁은 팀장으로서 첫 발표를 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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