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때 독서실에서 10시에 마이마이를 켜면 시작되던 '별이 빛나는 밤'에서 흘러나오던 여러가지 노래가 있었지만, 이 노래가 특히 잊혀지지 않는다. 생전 처음 맞이했던 고등학교 입시. 88년의 스산한 가을, 까까머리 철없는 중학생에게도 감성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달래줬던 노래. 유재하의 노래는 친구들과 같이 불렀다면, 오석준의 노래는 감춰두고 혼자 몰래꺼내 보는 무언가였다.....
"아... 이 노래 괘않네~, 제목이 뭐고?"
노래를 틀면 아내가 시끄럽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좋아한다.
둘이 천장을 보고 누운 컴컴한 방안에서 아내와 둘이서 감성에 젖는다.
"이거 내 중1땐가 나온 거 아이가.."
"기억하네?"
"그땐 엄마도 아빠도 건강하고 언니들이 차려주는 거 먹고 편했는데..."
"지금도 편하면서...ㅋㅋㅋ"
말해놓고 둘이 키득키득 웃는다.
"아랫묵에 서로 들어가겠다고 담요 파고 들다가 안에 있는 밥주발도 엎고... 그땐 왜 담요에다 밥주발을 넣었었지? 보온 밥통이 없었나?"
"아폴로 밥솥인가 있었는데... 취사는 안되고 보온만 되는건데 작았어. 밥그릇이 다 안 들어가니까 아랫묵에 넣었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의 노래는 삼겹살 회식-2차 맥주집-3차 노래방-4차 해장국으로 이어지며 부르고 싶던 노래를 불렀다기보다는 상사들이나 선배들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노래를 불렀어. 한때 내 별명 중 하나가 '람보'였지. 내가 선배들 앞에서 김지애의 '물레야'를 부르면 모두 쓰러졌으니. 옆테이블 사람들도 몰려와 어떻게 그렇게 잘부르냐며 꽁짜술도 많이 먹던 시절이었지.
하지만,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듣고 싶고 부르고 싶던, 내 마음이 부르던 노래를 찾던 기억이 아주 멀어졌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