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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Feb 27.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4-2 러시아-발트해의 라이벌에서 안보의 최전방 상대까지

"물론,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장 핫이슈이죠. 근데 그게 스웨덴 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 스카이 스캐너로 항공권 검색해보니 우크라이나는 직항은 없고 최단시간 비행해도 8시간 23분이나 걸리는 먼거린데..."

"아니 동유럽이면 모를까 북유럽 같이 안정된 나라에서 전쟁이..."


TS팀의 발표 주제를 들은 본사 임원들은 블레킹에의 주도 칼스크로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생각한다는 언급에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 그럼 설명드리기 전에 구글 지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것은 발트해 주변의 지도인데요 국가명이 표시되지 않은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어느 나라 땅일까요?"


"폴란드랑 리투아니아 사이?"

"아무 명칭이 없네? 중립지대?"


"ㅎㅎ 표시한 곳은 러시아의 최서단에 있는 '칼리닌그라드 주(Калинингра́дская о́бласть)입니다. 다른 나라에 둘러싸여 러시아의 다른 주와는 동떨어져 있는 월경지(越境地, 국경 너머의 땅)죠. 미국 본토에 떨어져 있는 알래스카와 같이."


"그래? 근데 어떻게 그렇게 됐어요?"


"원래는 독일의 프로이센의 땅인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였어요. 대 철학자 '칸트' 알죠? 그가 나고 자라고 죽은 땅이 바로 여깁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U보트 훈련기지의 소재지이기도 했는데 독일이 패망하면서 부동항을 확보하려는 스탈린의 야망에 따라 소련 땅이 돼버렸죠.  


구 소련의 영역(출처: 두산백과). 우크라이나도 보인다.

그런데 이 칼리닌그라드는 1991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및 벨라루스의 독립과 소련 해체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본토로부터 단절됐지만,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중부 유럽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부동항이라 러시아에게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입니다.


북해/흑해/태평양과 함께 러시아 해군의 4대 함대 중 하나인 '발트 함대'의 모항이 바로 주도 칼리닌그라드입니다."


"아, 러일전쟁 때 일본 해군과 붙기 위해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았다는 그 발틱함대!"


"과거 소련의 최고 권력자인 니키타 흐루쇼프가 칼리닌그라드를 당시 위성국인 리투아니아에 합병시키려고 했는데, 당시 리투아니아 공산당 지도자 안타나스 스니에치쿠스(Antanas Sniečkus)가 리투아니아 내 러시아계 비율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꺼려 거절했고 칼리닌그라드 역시 군인들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계가 자리를 잡고 있어 결국 합병은 무산됐다고 합니다. 합병됐다면 지금쯤 리투아니아 땅이 됐었겠죠."


"음... 그건 알겠는데... 그렇다 해도 칼리닌그라드에서 스웨덴은 발트해 건너 좀 먼데 있잖아요?"

"구글의 거리측정 기능을 사용해보면 칼리닌그라드에서 칼스크로나 간 항공 거리는 346Km로 나와요.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330Km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국내 수준의 가까운 거리죠."


"점점 위협적인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 해도 실제 러시아가 스웨덴에 접근한 적이 있나요? 스웨덴과 러시아가 뭐 그렇게 역사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거 같지도 않고, 우크라이나나 발트 3국처럼 과거 소련의 영역도 아니었는데..."    


"러시아와 스웨덴은 역사적으로도 발트해 패권을 두고 경쟁을 했던 나라예요. 스웨덴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기로 평가받는 17세기(칼스크로나 해군기지 건설 시기와 일치), 스웨덴은 30년 전쟁(1618년~1648년)에 신교 측 일원으로 참전해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확보하죠.


그러나 18세기 이후 스웨덴은 여러 전쟁으로 국력이 쇠퇴하는데 그 상대가 바로 '러시아'였어요.


핀란드 전쟁 결과(1809년, 출처: https://www.wikiwand.com)

스웨덴은 1700년~1721년 북유럽/동유럽에서 치러진 대 노르딕 전쟁(Great Nordic War)에 참전하여 발트해 항구 확보를 추구한 러시아와 충돌하는데, 1719년 폴타바(Poltava) 전투에서 대패하며 핀란드 북서 지역과 발트해 연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토를 상실하지요.


1805년에도 스웨덴은 영국과 함께 나폴레옹 전쟁에 참전하며 부활을 꿈꾸지만, 러시아가 프랑스와 연합해 1809년 당시 스웨덴 영토인 핀란드를 빼앗아버렸어요. 발트해를 아우르던 스웨덴의 영토는 러시아에게 당하면서 현재 수준으로 줄어든 거예요."  


"그래, 스웨덴 남쪽에는 덴마크로부터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요새나 성곽이 많다면 중북부로 갈수록 러시아로부터의 침투를 막기 위해 조성된 군사도시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럼 현대사에서도 그런 충돌이 있었나요?"


"세계대전 중 핀란드가 러시아와의 충돌에 있어 완충 역할을 해주었고 스웨덴은 중립국 입장을 고수해 러시아와 큰 충돌은 없었지만, 종전 이후 냉전시대의 소련의 팽창은 스웨덴 입장에서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스웨덴은 미국과 영국 주도의 NATO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협력을 했는데 이게 소련 눈에는 아주 가시였던 겁니다. 결국 1952년 소련의 발트해 연안 방공망을 파악하기 위해 비행 중인 스웨덴의 정찰기 DC-3이 소련 전투기 MiG-15에게 스웨덴 동남부 해상인 고틀란드 북부에서 격추되어 8명의 승무원이 사망하는 '카탈리나(Catalina)' 사건이 발생합니다.

  

1952년 격추당한 스웨덴 정찰기 DC-3(출처: 위키피디아)
2003년 수심 126m에서 인양, 공군 박물관(Linköping 소재)에 전시된 DC-3 잔해(출처: 위키피디아)


"이후에도 1981.10.27. 소련 잠수함 U137이 칼스크로나 항구 남동쪽 12km 해상 Gåsefjärden에서 좌초된 채 발견되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당시 출동했던 스웨덴 잠수함 Neptune은 칼스크로나의 해양박물관에 전시) ,   


2014.10월에도 러시아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잠수함이 스톡홀름 군도 인근에서 조난당한 것으로 파악돼 스웨덴 군 당국이 수색작업에 나섰는데, 스웨덴 언론은 이와 관련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비상 주파수대에서 비밀 교신이 포착됐고 이 교신은 잠수함과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간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어요.


또, 러시아 군용기가 스웨덴 정찰기의 비행을 방해하거나 발트해 스웨덴 영공에 침범한 사례는 여럿 있고, 가장 최근에는 2월 발트함대가 벨로루시와의 Zapad-2021 합동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야... 이거 칼리닌그라드가 완전 목 밑에서 칼을 겨누는 판이구만... 칼스크로나는 거의 최전방이었네... 근데 스위스처럼 중립국인 스웨덴이 전쟁에 관여할 수 있나요?"


"하지만 스위스처럼 국제기구로부터 인증받은 중립국은 아닙니다. 국제법이나 조약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웨덴 스스로 지키려는 가치일 뿐이죠. 한마디로 언제든 국제 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는 있어요. 다만, 스웨덴의 총병력은 5만 명이고 이중 현역은 2만 명에 불과해 독자적인 방어가 가능한지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웨덴의 안보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밀접하게 관계돼있다'는 스웨덴 언론보도(2.24.)

 "5만 명? 그거로는 좀... NATO라도 가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 얘긴 없어요?"


"그게.. 지난해부터 국내 찬반양론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듯 러시아를 자극할 수도 있어 쉽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논쟁이 가열화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 가입하는 거예요?"

"아 그건 화장실 좀 갔다 와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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