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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Mar 03.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4-3 유럽 안에서의 거리는 멀지 않습니다.

지난 3월 1일 오후 20시. 스웨덴 막달레나 안데르손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녀의 말투와 태도에는 비장감이 흘렀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강한 비난을 담았다.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총리는 스웨덴 정부의 조치는 1) 러시아에 대한 제재 2)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3) 스웨덴 국방의 강화의 3가지라고 밝혔다.


3.1. 스웨덴 총리의 대국민 담화 장면(출처: Radio Sweden)


특히 우크라이나 군에 대전차 미사일 5 천정을 포함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1939년 소련의 핀란드 침공 시 지원 이후 83년 만의 조치임을 강조했다. 언론에 따르면 스웨덴이 발표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수준은 14억 크로나(한화 1,740억 원 상당)로 그 어떤 나라 못지않은 엄청난 수준의 지원임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국방력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야 할 시기라며 방위력을 강화하고 금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올 결과에 대비할 것을 요구하면서 국민 모두가 각자의 몫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마치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 수상의 연설과 같은 분위기였지만, NATO 가입만큼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 지금 스웨덴 분위기는 좀 어때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이전부터 제기돼 왔던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이 됐다는 것뿐이죠. 스웨덴 사람들은 쉽게 흥분하는 국민성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니까.


다만, 2015년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30%에 불과했던 NATO 가입의 문제가 2020년 의회의 NATO 가입 추진 이후 최근에는 과반수를 넘을 정도에 육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죠.


스톡홀름 중심가에서 개최된 반 우크라이나전쟁 집회(2022.3.2.)


여전히 정부는 NATO 가입은 러시아를 자극해서 발트해를 중심으로 한 역내 안보 불안과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 2.25 러시아 외교부에서 스웨덴과 핀란드가 NATO에 가입하면 두 나라는 심각한 정치, 군사적 결과에 직면할 거라고 언급했거든요.


다만, 스웨덴은 미군 폭격기가 영공에서 훈련하도록 하고, NATO의 발트해 연안 다국적 해상훈련에도 참가하는가 하면 영국 주도의 합동원정군(JEF) 훈련에도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은 다 하고 있다 합니다. 실리를 중요시하는 스웨덴의 특성을 발트해를 마주 보고 있는 이 칼스크로나에서 보고 있는 거죠."


"그 주변에 러시아와 닿아있는 나라들도 그래요?"


"과거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의 침략을 당한 핀란드에서는 2월 말 여론 조사에서 NATO 가입 찬성 의견이 53%로 과반수를 넘었는데, 핀란드 정부는 NATO 가입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전쟁 중인 국가에 군사 장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소총 2500정, 탄약 15만 발, 대전차 무기 1500대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NATO 회원국인 노르웨이는 러시아 최북 서단 도시인 무르만스크에 주둔하고 있는 북방함대의 대서양 진출을 저지하는 NATO의 최전방 수비수라는 별칭답게 지난해 미국 전략 폭격기 배치(2~4월), 핵잠수함 기항(5월), 1980년대 이후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2022년 동계훈련 계획 발표 등 미국이 노르웨이의 가장 중요한 동맹임을 강조하면서 군사협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데,


2021.4월 미국과 체결한 '방위협력 보충 협정(Supplementary Defense Cooperation Agreement)'에는 자국 내 외국군 기지 설치를 불허하는 것이 기본 원칙임에도 3곳의 공군비행장과 1곳의 해군기지 등에 미군시설 건설 허용하는 등 미군의 추가적인 접근 및 권한을 부여했죠."


설명을 듣던 회사 임원진들은 서로 쳐다보며 한 목소리로


"아니, 북유럽이라고 하면 아주 안전하고 조용한 나라인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네.."


"그럼 우리 회사가 거기 투자해도 괜찮은 거요? 이번 러시아 제재로 유럽에 가스공급이 끊기면서 독일같이 큰 나라도 경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데, 스웨덴은 괜찮아요?"


"러시아가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매장국이자 수출국이고, 원유 수출은 세계 2위, LNG 수출은 세계 4위인데, 지정학상 유럽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했기에 그런 우려가 나온 거 같습니다. 실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출 제재로 천연가스 부족은 물론 대체제인 석유 수요도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거든요.


다만, 스웨덴은 2020년 기준 EU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가스 에너지 소비량을 기록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낮은 편입니다. 이 나라는 에너지 공급이 원자력(35%)-바이오연료(26%)-석유(19%)-수력(11%)으로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25%)에 비해 원자력(35%)과 재생에너지(40%)의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처럼 석유(39%)-유연탄(26%)-천연가스(18%) 등 화석에너지의 공급 비중(83%)이 높은 나라와 다릅니다(2019년 통계 기준).


다른 EU 회원국에서 문제가 된 천연가스의 비중(1~2%)도 작고, 석유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70~80%에 육박했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노르웨이산 원유로 대체 해나가 2021년 기준 8%까지 떨어뜨렸죠. 안보상 위협이 되고 있는 나라로부터 자원 수입이 언젠가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예견한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다른 EU 회원국에 비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 불안은 적습니다."


"그럼... 다행이네. 그렇다고 안심하기보다는 우리가 찾을만한 기회는 없을까?"


"다른 EU 회원국에 비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적다는 거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왜냐면 이 사태가 전체 유럽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스웨덴도 여기 연결돼있기 때문이죠. 실제 전력생산에 있어 화석연료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부지역의 전기요금이 북부에 비해 크게 뛰었어요. 전기를 많이 쓰는 배터리 생산공장의 특성상 우리 회사 생산기지가 북부에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그리고 금번 에너지 위기로 유럽 전반에 걸쳐 에너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수입 에너지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거든요.


이러한 세계적 변화를 충분히 인지해서 OECD 국가 중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2.8%로 최하위에 있는 우리나라도 에너지 안보 정책 수립에 참고해야겠지만, 기업도 그러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생겨난 기회를 적극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설명을 듣고 난 임원들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블레킹에 같이 조그만 주에서 시작한 스웨덴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거기까지도 이어지는구만. 지난번엔 북유럽을 구성하고 있는 나라들이 다르다는 걸 알았는데,


이번에는 북유럽이 전쟁 걱정 없는 유토피아라고만 생각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네. 어딜 가나 다 위험은 있고, 그래서 또 살펴보면 기회도 있고 말이야."


"블레킹에라는 어찌 보면 먹잘 것 없는 동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연결하고 그래서 시사점도 알려주는 좋은 발표였습니다. 첫 발표에서 저쪽 팀을 이겼으니 그냥 지나갈 법도 한데. 스웨덴이 그 멀리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난 일까지 신경 쓴다는 점도 흥미롭구요."


발표를 마무리하는 배연정이 말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스웨덴 언론에서 그러더라고요. 스웨덴 남부 말뫼에서 보면 북부 키루나까지 거리(1,400km)보다 우크라이나 크이우(키예프의 우크라이나 발음)까지의 거리(1,300km)가 더 가깝다구요.


유럽 안에서의 거리는 멀지 않습니다."


말뫼~크이우 간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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