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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Mar 15.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5-1. 베스테르보텐 주에서 '제주 해녀전'을 열은 이유

"베스테르보텐 주(Västerbottens län)에 잘 오셨습니다..."


휄레프테오(Skellefteå의 스웨덴어 발음)에 도착한 팀 Kungsleden(KL팀)에게 현지 법인장인 이 부장이 인사를 건넸다. 렌터카를 이용해 베스테르보텐 주의 몇몇 도시들을 거쳐 도착한 휄레프테오는 작은 시골 도시 같았고, 팀원들은 그간의 일정에 대해 이 부장과 얘기를 시작했다.  


베스테르보텐주(출처 : Map of Sweden)


"야, 베스테르보텐도 참 크네요"

"그럼요, 면적이 55,186 km² 니까, 스웨덴 전체의 12.1% 정도나 되지요. 21개 주 두 번째로 커요"


"그런데, 다 숲이고... 사람은 별로..."

"맞아요, 인구는 259,239명 밖에... 전체 인구의 2.6%에 불과하죠. 북쪽 지방이 대부분 임야로 되어있고 겨울이 길거든요. 사람 살기엔 좀..."


"예전에는 주로 뭘로 살았나요?"

"이 지역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634년 노르웨이와 국경 사이에 위치한 Nasafjället(영어로 Nasa Mountain)에서 은이 발견되면서 부터에요. 이것이 스웨덴 북부의 역사를 바꿨다고도 하죠."


"금도 아니고 은이 발견된 게 뭐..."

"여기 사람들 말로 과거에는 그 희소성 때문에 은도 금 못지않은 귀금속이었답니다. 채굴된 은은 동부 해안의 항구도시인 휄레프테오까지 운반이 됐는데 지금 차로 이동해도 5시간이 넘는 먼 거리였는데 중간 기착지인 노르보텐 주의 Arjeplog에 가보면 아직도 은과 관련된 이름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1924년 휄레프테오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그 이용이 시들해졌다가, 이후 휄레프테오에서 노르웨이의 보되까지 연결되는 494km의 도로가 완공되며 이 Sliver Road가 완성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죠. 산악 라인을 따라 해발 740m까지 이르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산악도로랍니다."


"역시 북쪽은 광산 하고 다 관련이 있네요.. 해발 740m니 스웨덴에서 제일 높은 동네인가 봐요."


"아 그런데 재밌는 건, 아까 말한 Arjeplog의 인근에는 Hornavan이라는 스웨덴 최대 호수가 있는데 크기는 축구장 374개 하고 맞먹고 깊이는 228m라 스웨덴에서 제일 깊은 호수죠(대문 사진 참조). 높고 깊은 게 다 있는 길입니다."


"보니까 Sliver Road는 노르보텐주를 거쳐 베스테르보텐주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도로네요. 가다 보면 스웨덴 동서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겠는데요."


"맞아요, 베스테르보텐주의 서쪽 끝의 Hemavan은 바로 쿵스레덴의 시작으로 장엄한 야생의 풍경이 펼쳐지죠. 정말 이 길을 걸으면 사색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전경이에요. 스웨덴 최북단 마을인 Abisko에 이르는 430km의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쉼터 오두막에서 잠시 쉬면서 혼자 조용히 글을 쓰는 모습이 바로 스웨덴인의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쿵스레덴 전경


"여기도 북쪽이니 개썰매도 탈 수 있겠죠?"

"그럼요. 베스테르보텐 내라면 북쪽까지 안 가도 Ruskträsket 같은 내륙에서도 탈 수 있어요."  


"개썰매에... 레저 할 것이 많은가 봐요."

"호수나 그 지류인 강들이 많아서 낚시도 끝내줍니다. 그러다가 동쪽 끝 바다에 이르면 볼 수 있는 보트니아만은 감탄이 절로 나오죠."


"오, 정말 그럴 거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이야 이런 관광적 요소들이 많아 멋져 보이기만 하겠지만, 과거에는 정말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척박한 땅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주로 금이나 은같은 광산업이 주가 되었었겠죠."

베스테르보텐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출처: Västerbottens län 소개책자)


"아, 그래서 여기 오기 전 주도(state capital)인 우메오(Umeå)에 들리니 시내 도서관에서 우리나라 '제주 해녀 특별전'을 하는 걸보고 깜짝 놀랐어요. 근데 전시장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는 관객을 보니, 아마도 제주 해녀의 거칠고 고된 삶이 자신들의 삶과 닮아서 동질감을 가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실제 제주 해녀 전시회는 2019년 한-스웨덴 수교 60주년 기념행사로 스톡홀름에서 시작됐는데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관계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죠. 스웨덴 측이 전시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 까진 알고 있었는데 우메오까지 온 줄은 몰랐었네요."

우메오 여성 역사 박물관(Kvinnohistoriskt Museum)의 '제주 해녀' 전시회에서(2021.9월)


"아, 그러고 보니 여기 주도가 우메오였죠. 세계 3대 디자인 스쿨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Emmanuelle Charpentier 교수를 배출한 우메오 대학교가 있는 그 '우메오'지요?"


"맞습니다. 우메오는 스웨덴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로 전체 인구 125,00명 중 외지인이 54%라고 해요. 그만큼 개방적인 도시죠. 우수한 교육환경 때문에 한국 유학생들도 꾸준히 찾고 있어요. 볼보의 최초 한국인 디자이너인 이정현 씨도 이 학교 출신입니다. 한국과의 교류도 적지 않고요."

주스웨덴 대한민국 대사관-우메오대학교 관계자 회의(2021.9월)


"근데... 그럼 지금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유럽 최대의 배터리 공장인 N사의 기가팩토리 건설이 추진된다는 곳이 주도인 우메오인가요? 아닌 거 같던데..."

"네, 거기서 137km 떨어진 이곳 '휄레프테오(Skellefteå)'에서 건설 중에 있습니다."

"아니... 인구도 우메오의 1/4도 안되는 이런 조그만 도시가 어떻게 그런..."


"내가 안 그랬습니다."

이 부장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폭스바겐 등 유수의 기업으로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음을 알리는 N사의 홈페이지 보도자료


"오기 전 기사를 검색해보니, N사는 원래 조그만 스타트업이었다가 2019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1조가 넘는 투자를 유치해 대박을 터트린 유니콘 기업이라면서요. 그렇다면 스웨덴도 아닌 독일의 기업이 그 큰 돈을 투자하면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이나 예테보리 같은 대도시도 아니고, 주도인 룰레오나 우메오도 아닌 이렇게 조그만 도시인 휄레프테오에 투자한 건 왜 그런 거죠?"   


"아마, 스웨덴의 저력이 다시 한번 나온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요? 그건..."


연구원 출신인 이세이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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