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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Mar 20.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5-2 유럽은 배터리 생산기지로 왜 스웨덴을 선택했는가

↑ 휄레프테오 기가팩토리 건설 현장(출처 : Northvolt 소개 책자)


몇 년 전만 해도 '2차 전지' 즉 배터리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산업이었다. 그러던 2019년 어느 날 언론에 한국의 배터리 기술 인력 유출 기사가 보도되면서 '노스볼트'라는 생소한 업체가 주목을 받았고,

노스볼트 관련 언론 보도

그 업체가 스웨덴 기업이란 사실에 또 한 번 충격을 주었다. 유럽에서 그것도 독일/프랑스/영국도 아닌 스웨덴에서 배터리를 만든다는 것도 생소한데, 우리나라처럼 대기업도 아닌 설립된 지 몇 년 안 된 스타트업에서 이제 막 벗어난 기업이라니?


또, 그들이 꿈꾸는 기가팩토리(배터리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대규모 공장)를 스톡홀름이나 제2의 도시 예테보리도 아닌 북부의 인구 3만 명 남짓의 소도시 휄레프테오(Skellefteå)에 세운다는 계획까지 어디 하나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다.




"자, 그럼 순서대로 설명드릴게요. '전기차-유럽-스웨덴-노스볼트-휄레프테오' 순으로. 첫째, 왜 전기차가 그렇게 주목을 받게 됐을까요?"

이세이가 화두를 던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죠. 예전에는 그냥 먼 미래의 얘기처럼 생각했던 것이 각종 자연재해, 심지어는 메뚜기 떼의 습격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이것을 점점 체감하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현대 생활의 필수품인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매연 등 온실가스였고, 이것을 대체할 수단으로 전기차가 주목받기 시작한 거죠." 호형이 답했다.


"오, 맞아요. 근데 왜 유독 이것이 유럽에서 이목이 집중되었을까요?"

"전기차의 3대 시장이 중국, 북미, 유럽이라고 들었어요. 시장이 크기 때문이죠."

"맞아요. 위 3개는 세계 3대 경제권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근데, 그렇게 치면 중국과 북미도 있잖아요?"

"...."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에요. 중국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서 핵심 소재인 배터리에서 완성차, 심지어는 폐배터리 분야까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요. 지금도 배터리 생산 1위는 CATL이라는 중국 기업이에요.


미국은 '테슬라'라는 기업 이름 하나만으로도 설명이 끝나죠.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산 기업이자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데, 지난해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업계가 고전을 하는데도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성장을 이뤘어요. 또한 전기차의 최종 지향점인 자율주행 기술 적용을 위한 데이터 축적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기업입니다.


유럽도 EU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향후 10년간 타 지역의 성장률을 크게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2016년부터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중국 CATL이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현지 생산 공장 투자를 결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에요.


향후 10년간 전기차 시장 확대 전망(출처: Financial Times)

근데, 중국하고 미국과 비교했을 때 유럽이 갖는 차이점이 뭔 줄 아세요?"


"좀 멋있지 않을까요?"


"ㅠㅠ... 어찌 보면 유럽은 시장만 커졌지 그에 따른 이득을 보는 건 배터리의 강자인 중국, 일본, 한국 그리고 전기차의 강자인 미국인 거예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어어 하는 사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 버린 셈이죠. 자동차의 발상지인 유럽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되면 시장을 다 뺏겨버린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기도 하겠네... 그래서 좀 대응을 했나요?"


"유럽은 이러한 전기차 원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주목을 하게됩니다. 이미 배터리 생산 상위 10위까지 휩쓸어 버린 아시아 기업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고용 창출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죠. 결국 2017.10월 독일,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7개국의 주도로 ‘유럽 배터리 연합(EBA250)’이 출범돼요.


EBA는 2017.12월 60여 개 배터리 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범위 및 권고 사항’ 제정을 위한 1차 워크숍을 개최한 이래, 2019.1월 재정 지원 방원을 논의한 5차 워크숍까지 꾸준히 유럽 내 배터리 밸류 체인 마련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합니다.


그 결과 유럽 내 다양한 배터리 생산기지 설립 추진이 가시화되는데, 폭스바겐그룹-스웨덴 Northvolt의 공동 배터리 연구개발 컨소시엄인 ‘유럽 배터리 연합(European Battery Union, 2019.3)'과 프랑스 배터리 생산업체 Saft 및 푸조 시트로엥 그룹(PSA)-PSA의 독일계 자회사 Opel 등이 참여하는 배터리 생산 컨소시엄 ‘에어버스 배터리(2019.5)'  바로 그거예요.


아래 2019. 5월 기준 유럽 내 자동차 배터리 생산기지 설립 추진 현황을 보면, 한국과 중국 기업 이외 스웨덴(Northvolt), 프랑스 및 독일(Saft-PSA-Opel) 등 EU 회원국 기업들도 볼 수 있답니다."

유럽 내 자동차 배터리 생산기지 설립 추진 현황(출처: French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




"아... 그런데 그 많은 그리고 짱짱한 유럽 국가들 중에 스웨덴이 뭐 다른 게 있었나요? 지금까지로 보면 독일, 프랑스와 함께 3파전으로 줄어들긴 한 거 같은데."


"스웨덴은 EBA 출범을 주도한 7개국 중 하나잖아요. 초기부터 자국이 유럽의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음을 강조하고, 유럽 투자은행(EIB)이나 EBA의 실행주체인 InnoEnergy의 대규모 재정 투자를 유치하는데 주력해요. 실제 EBA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2019년만 해도 스웨덴의 재정 투자 유치 결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독보적인 성과를 내지요.


자금 확보 이외에도 스웨덴은 이 원대한 계획을 추진할 파트너를 찾게 되고, 그 대상으로 EU 내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실질적인 EBA 리더인 독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경쟁자를 협력자로 바꾼 거죠.


스웨덴 정부는 독일 정부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과 협력 관련 파트너십(2017년)’의 주요 내용을 갱신하는 공동 의향서(Declaration of Intent)를 발표하면서(2019.4월), 주요 협력 분야에 AI와 ‘배터리’를 추가하고 배터리 생태계 구축,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 및 지속 가능한 생산, 재활용 등에서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하는데요,

     

이 의향서는 이러한 협력이 EBA의 사업 내에서 추진되고 독일 연방 경제부와 스웨덴 기업혁신부 및 에너지청에 의해 진행될 것임을 기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독일의 폭스바겐은 스웨덴의 신생 스타트업 Northvolt와 유럽 내 공동 배터리 연구 프로젝트인 ‘European Battery Union’ 결성을 주도하고(2019.3월), 드디어 2019.6월 Northvolt의 기가팩토리 건설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죠.


Northvolt 초기 성장 과정(출처: Northvolt 소개자료)

몇십 명에 불과했던 스타트업 Northvolt가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으로 탄생하게 된겁니다. 당시  폭스바겐 그룹 구매담당 총괄사장 Stefan Sommer는 ‘독일-스웨덴 양국 간 정치적 협력 프레임 구축이 선행되었기에 이번 협력이 가능했다’고 까지 말했대요."


"이야... 무슨 톱니바퀴처럼..."



"좋아요, 그런데...  배터리 생산은 복잡한 기술을 요하는 특성상 연구 개발 인력, 대규모 생산라인 구축 및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해야 하는 진입 장벽이 아주 높은 분야로 알고 있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LG 그룹이라는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20년 이상 투자하면서 수많은 실패를 반복한 결과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몇십 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 뭘 한다고 폭스바겐 같은 대기업들이 1조를 넘게 투자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더구나, 스웨덴도 만만치는 않지만 기술하면 독일인데 독일 내에서 만들어도 되는 거잖아요."

'호기심 천국' 김몽진이 물었다.


이때 현지 법인장인 이 부장이 나섰다.

"그 모든 출발이 Northvolt의 CEO인 테슬라 부사장 출신 Peter Carlsson에서 시작됩니다."


"아... 역시... 테슬라라는 뒷 배경도 있고 엔지니어가 대표였군요."


"아뇨, Northvolt는 테슬라의 투자를 포함한 어떠한 지원도 받은 적 없고, Peter Carlsson도 엔지니어가 아닌 마케팅 전문가일 뿐이에요. 테슬라에서도 공급망을 관리한 임원이었지 기술자가 아니라고요."


"엉? 그럼 뭐예요? 어떻게 투자도 받았고, 어떻게 지금 기가팩토리까지 짓는다는 거죠?"


"이게 바로 스웨덴이 가진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 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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