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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Jul 17.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9-1 Halland- Varberg 성의 보물, Bocksten Man

"여긴 좀 황량하네."


Halland주에 도착한 TS팀이 덴마크를 서쪽으로 바라보며 놓여있는 주도 Halmsad의 바닷가를 거닐며 누가 먼저 시작했다 할 것 없이 동시에 내뱉은 말이었다. 


Halland주(출처: https://www.informationsverige.se/)

면적 5,454 km2, 인구 30만 명 남짓한 이 지역은 아래로 말뫼의 스코네, 위로는 예테보리의 베스테르예탈란드 사이에 끼어 이렇다 할 생산지대나 대도시가 없다. 풀이 무성한 모래사장의 바닷가, 넓게 퍼져 있는 풀밭... 그나마 알려진 것은 '스웨덴 골프 수도'라고 자신들이 말하듯 약간의 휴양지가 펼쳐져 있을 뿐. 


아, 맨 위에 보듯 석양과 가끔 나타나는 누드비치가 좀 눈에 뜨일 정도? 


"누드비치?"

"... 이상하게 생각 말고... 냉수탕(cold-water bath house)라고 지역 안내 책자에 나오긴 하는데, 추운 날씨에 옷을 입으면 더 추워지기 때문이라는 군."


"이 지역은 사실 역사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지역이래. 빙하기 이후 고대 유적뿐만 아니라 신석기시대 조성된 6개의 고인돌, 5개의 고분군, 49개의 석관묘가 존재하는 등 약 7,700여 개의 고대 유적이 존재한다는 구만. 이미 550년 로마시대 역사책에도 언급되고."


"그러다가 13세기부터 덴마크와 스웨덴의 각축장이 되면서 황폐화되었다가 1294년부터 덴마크의 지배를 받게 되고, 다시 스웨덴이 1658년 지배하게 된 이후 지금에 이르고 있어.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서 그런 걸까... Apelvikens Kustsanatorium이라는 결핵환자 요양원이 1902년도에 건립됐고 유명 자전거 메이커인 Monark가 1908년 Halland 주 북쪽 Varberg에서 창립됐다는 거 말고는 특별히 내세울 게 좀 없어."


"있긴 있어. 가장 낙후된 지방이다 보니 20세기에는 스웨덴의 이민자의 상당수가 여기서 나왔다는데, 스웨덴의 15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Grimeton 무선통신국이 세워지는 배경이 되기도 했지. 1921년 스웨덴 의회 결정에 따라 당신 무선 통신의 허브였던 미국 뉴욕과 다른 나라를 통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교신하고자 1925년 세워졌는데, 

Grimeton 무선통신국 전경(출처: Varberg 안내책자) 

사실 그 이면에는 조국을 그리워해 직접 소통하고 싶었던 미국 내 스웨덴 이민자들의 압력이 컸다고 해. 당시 스웨덴에서 뉴욕으로 전보를 보내는 곳은 Grimeton이 유일했다고 하지."


"전파는 사랑을 싣고인가? ㅎㅎ 높이 127m의 전파수신탑 6개와 조종실로 구성된 Grimeton은 서부 해안에서 15km 떨어져 당시 외부의 공격도 피할 수 있었던 최첨단 시설이었다고 해.


당시 이런 무선 통신국이 전 세계에 9개(유럽 3, 미국 6)가 있었는데, 이러한 위치적 조건 때문에 파괴되거나 폐쇄되지 않고 현재까지 단파 전송에 한정돼있지만 계속 운용되고 있는 것은 Grimeton이 유일해. 유네스코는 이 점을 높게 사서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어."



"음... 그래 그렇긴 한데... 그것만으로 Halland 주가 흥미를 끌기엔 좀 역부족인 거 같네."


"아 근데, 여기 진짜 재밌는 게 있어. 물론 이것도 역사적이긴 한데. 우리 좀 올라가서 Varberg로 가 볼까?"



"야, 저게 Varberg 성이구나."

"그래, 여기의 랜드마크지. 오래되어 보이네?" 


Varverg 성의 초기 모습(13~14세기)

"13세기에서 14세기, 스웨덴에서 인구의 절대 다수인 농노들로부터 조세를 걷어 부를 축적하는 귀족 계급들이 형성되면서 자신들의 거대한 성들을 건설하기 시작했어. Halland주의 경우 Lagaholm, Falkenbergshus 등이 그것인데, 이들이 건설되면서 도시가 발달하게 되지. 


처음 현재의 주도인 Halmstad와 Laholm이 생겼고, 그다음으로 여기 Varberg, Falkenberg, Kungsbacka 등 현재 해안가에 집중된 도시들도 그때 생겨난 거야.


Varberg란 말이 고대 스칸디나비아어로 '지킨다'는 말에서 유래된 것처럼, Varberg성이 위치한 언덕은 선사시대부터 훌륭한 조망과 점령하기 어려운 요새로서 훌륭한 조건을 갖고 있었는데, 13세기 말 덴마크 왕으로부터 쫓겨나 Halland 지방에 머물렀던 Jacob이란 사람이 처음 성을 축조했다고 해.


이후 노르웨이-스웨덴 왕국 시절인 14~16세기에는 왕궁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북방 7년 전쟁(the Nordic Seven Years' War, 1563~1570)에 심하게 파괴되었는데, 1588년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4세가 적국인 스웨덴의 예테보리 성으로부터 고작 7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최전방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자 요새로 새롭게 보수하기 시작하며 진정한 현대적인 요새로서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지. 주민들이 몇 톤의 흙과 돌을 날라 1618년에 완공을 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


Varberg 성의 구조(출처: Varberg 성 소개 책자)


그런데, 몇십 년이 지나 스웨덴이 Halland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남부에서 덴마크를 몰아내면서 Varberg는 최전방 군사도시로서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게 되고, 1830년에는 스코네의 말뫼 성처럼 교도소로 전락하고 말지. 1931년까지 수감자가 있었대. 이후 스웨덴 국유재산관리청(SFV)이  Varberg 성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1993년부터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목적지 중 하나가 되었어."   


Varberg 성 정상에서 바라본 스웨덴 남서부 해안


"오 전망이 좋긴 좋네. 탁 트여서. 나도 이런 성이나 하나 있으면."

"성(城) 욕이 생기나부지? 성 안이 생각보다 큰데. 박물관도 있고."


"그래 저 박물관에 스웨덴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물이 있어."

"뭔데?" "가 봐."

TS 팀은 모두 박물관으로 향했다. 


"복스텐 맨(Bocksten Man)?"

Halland 문화역사박물관 내 Bocksten Man 소개 전시 사진


"뭐지? 새로 나온 마블 시리즈인가?"


"Bocksten은 Varberg에서 동쪽으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Åkulla 지방의 조그만 동네 이름이야. 1936.6.22. 11세 소년인 Thure Johansson은 말을 타고 Bocksten을 지나가다 우연히 토탄 늪지(peat bog; 스웨덴 시골에는 탄화된 흙이 물과 뒤엉켜 생긴 늪이 종종 있음)에 뭔가 있는 걸 발견하게 돼. 잘 살펴보니... 그 안에 끔찍한 해골이 있던 거지. 현장에는 아버지와 누이도 있었는데 이들은 곧 경찰에 신고를 했어"


"뭐 안타깝긴 하지만... 시체 발견한 게 대단한 것까지야..." 


"출동한 경찰관은 검안 차원에서 의사를 데려갔는데, 범죄 혐의점은 발견 못하고 다만 상당히 오래전부터 방치되어 백골화된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지.


계속 살펴보던 그는 백골화된 시신과 함께 발견된 옷가지에 함께 발견된 말뚝으로 찔린 구멍을 보게 되었고, 다음날 이것을 지역박물관장에게 설명해주었어. 관장은 이 백골 시신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해 바로 발굴 전문가 등을 포함한 탐사단을 꾸려 시신을 거둔 뒤 Varberg 박물관으로 가져갔지. 


특히, 이 백골은 놀랍게도 복장과 머리카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는데, 과학자들은 토탄 늪지에 묻혀있다 보니 산소와의 접근이 차단되어 부식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어. 


그로부터 며칠 후, 스웨덴의 주요 신문에는 '스웨덴 최초로 완전히 중세의 복장을 두른 백골이 Halland에서 발견됐다'는 문장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어. 발견된 백골과 그의 복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스톡홀름을 비롯한 전역에서 Albert Sandklef(섬유 복원), Margareta Nockert(복식 역사) 등 전문가들이 투입되기 시작했지."


"언제 죽은 사람인데? 그리고 그렇게 온 나라가 들썩일 만큼 중요한 사람인가?"


"전문가들은 그가 죽은 연대를 쫓아가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고구마 넝쿨 나오듯 쏟아지기 시작했거든..."  


Halland 문화역사박물관 내 전시된 Bocksten Man의 유골. 왼쪽 가슴에 말뚝이 박혀있는 이유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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