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전쟁 in 스웨덴
10-1 Gävleborg - 세계적인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시작점
* Gysinge 강변의 전경
"야, 추운 데부터 시작해서 많이 내려왔다."
북부에서 시작해 5번째 목적지인 예블레보리(Gävleborg)에 도착한 TK팀의 마음은 가벼웠다. 지난번 4차전인 västernorrland에서의 스토리가 TS팀의 Halland 이야기에 대해 '좋아요'에서 17:12로 첫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정처 없이 달리던 그들은 주도 Gävle시를 지나 웁살라 주와 경계에 위치한 Gysinge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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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ävleborg주(출처: 위키피디아)"근데 'Gävleborg'를 '예블레보리'라고 읽는 거야? 스웨덴어 쉽지 않네."
"면적 18,191 km²에 인구는 28만 7천 명 정도 되는 지방인데, 원래는 västernorrland주에 속해있다 1762년 분리됐지. 북쪽 동네 특징들이 그렇긴 하지만 여기도 크게 유명한 거는 드러나지 않네..."
"그니까. 삼림도 울창하고 강물도 엄청나긴 한데, 그다지 별로 볼게 없어."
"근데 여기 Gysinge만 해도 보다시피 수량이 풍부하고 석탄과 목재가 풍부해서 18세기에는 제철소가 번창해 아래쪽 웁살라까지 통틀어 가장 큰 철강 도시였다고 하는군."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숲은 울창하고 물은 좋은데 여기서 뭘 뽑아내야 할지 팀원들은 그저 수량이 풍부하다 못해 검기까지 한 강을 바라볼 뿐 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일단 각자 생각해보기로 했다.
"뭐 보는데?" 권호형이 물었다.
"아.. 'Far Lands or Bust'라는 유튜브 채널인데,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의 지도 끝까지 따라가는 여정을 담은 방송이에요. 구독자가 40만이 넘어요." 막내 이하인이 말했다.
"그래~ 마인크래프트. 어디서 들어 많이 들어본 게임이야. 잘 알지는 못하지만.."
'Far Lands or Bust' 채널"아휴, 이걸 모르다니. 2009년 5월 출시된 이래 수억 명이 다운로드한 건데... 이게 바로 요즘 한참 말하던 '메타버스'의 시조새 격이라고도 볼 수 있을 거예요. 무작위로 만들어진 공간에 유저 캐릭터가 생존을 위해 자원을 모으거나 물건을 만드는데, '크리에이티브 모드'에선 빅벤, 디스코장, 기자 피라미드 등 상상하는 어떤 건물이든 지을 수 있어요. 다른 플레이어하고 같은 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건축물을 보고 도움을 줄 수도 있죠."
"역시, 미국 놈들이 게임도 잘 만들어."
"어?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사람은 스웨덴, 그리고 이곳 Gävleborg주 출신의 마르쿠스 페르손(Markus Persson)이에요. 전에 이 사람에 대한 글을 읽어 본 적 있어요."
이하인이 말했다.
"그래? 마인크래프트를 해본 적은 없어도 되게 유명한 게임이란 건 알지. 스웨덴 사람이 만든 거였어?"
모두가 이하인의 말에 눈을 돌렸다.
엄청난 수량 등으로 검게 보이는 Gysinge의 Nedre Dalälven 생물보호구역(2020.8월)'마인크래프트'는 가상의 공간에서 레고와 같은 블록과 벽돌로 꿈꾸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직접 재료들을 채취한다(mine)고 하여 이름이 붙여진 이 게임은, 어린 플레이어들은 주로 기본적인 집이나 마을을 짓는데 그치지만 성인들은 수백 시간을 투자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도시를 구현해낸다. 구글에서 한때 '마인크래프트'는 '성경'이나 '해리포터' 보다 검색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했고, 제작자인 '마르쿠스 페르손'은 이 게임 하나로 30대 초반에 13억 달러(한화 1조 7천억)를 벌고 '퐈이어~'했다.
마르쿠스 페르손(출처 : Financial Times)20세기에 '레고'가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마인크래프트'가 있다고도 비유되는 이 대단한 게임을 개발한 페르손은 1979년 이 한적한 지방인 Gävleborg주의 주도 Gävle시에서도 1시간 35분을 달려야 나오는 인구 4천 명의 작은 도시 Edsbyn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광활한 숲이 펼쳐진 Edsbyn의 환경 속에 아이들은 축구, 아이스하키 등을 즐겼지만 내향적 성격의 그는 레고를 갖고 노는데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 페르손에게 아버지는 7살에 컴퓨터를 사줬고 그는 8살에 첫 코딩을 해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스톡홀름으로 이주해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했던 페르손은 더욱 컴퓨터에 집중했는데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도 컴퓨터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12살에 부모가 이혼하자 그는 어머니와 살면서 더욱 컴퓨터에 집중했는데, 어머니는 병원 야간 교대조로 일하면서 그가 온라인 프로그래밍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고등학교 졸업에 실패한 그는 24세에 게임회사 '미다스플레이어'에 들어갔는데, 이 회사는 '캔디 크러쉬'로 유명한 King.com의 전신이다. 이쯤 되면 이 나라의 게임 제작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다스 플레이어에서 플래시로 작은 게임들을 만든 그는 일부를 인디 게임 웹사이트에 공개했고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러한 부업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회사의 눈치를 받게 된 그는 온라인 사진 공유 서비스 Jalbum으로 회사를 옮겼고, 이 회사는 그가 부업을 하는데 별 개념치 않자 페르손은 시간이 남을 때마다 플레이어가 나무나 돌 등의 자원을 모아 도끼나 삽을 만들어 집과 도시를 짓는 게임을 개발해 2009년 이를 인디 게임 사이트에 올려놓게 된다.
이 게임이 바로 '마인크래프트'이며, 마케팅에 한 푼도 쓰지 않고도 입소문을 통해 성장해 미국에서 다운로드 기준 3위안에 드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는 Jalbum을 그만두고 오히려 Jalbum의 CEO를 영입해 경영을 맡기면서 마인크래프트를 관리하는 게임 스튜디오 'Mojang'이라는 회사를 차린다.
이 회사는 현재 스웨덴을 대표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1조- 이상의 스타트업)'이 되었다. Mojang은 2014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현금 25억 달러(한화 3조 2,750억 원)에 인수하였으며, 여기서 큰돈을 벌은 페르손은 2022.7월 현재 경제전문지 Fobes에서 선정한 세계 백만장자 순위 1,929위(재산 14억 달러-1조 8천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의 한 장면"이야~ 마인크래프트, 캔디크러시... 이름만 듣던 그게 다 스웨덴에서 나온 거였어?"
"뭐 자동차나 이런 제조업이 대단한 줄 알았지, 이런 스타트업 쪽에도 내세울 게 있는 줄 몰랐네."
"스톡홀름이 인구수 대비 유니콘 보유로는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스타트업 강국이지요. 앞서 말한 게임회사 말고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나 화상 전화 앱 '스카이프'도 모두 스웨덴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트업 출신 기업들이에요."
"햐.. 이런 건 우리나라도 좀 배워야 하는데..."
"오, 그래서 2020년 우리 정부가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 in 스톡홀름'을 스웨덴 최고의 IT 관련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epicenter'에 설치했고, 코로나라는 어려움을 뚫고 작년엔 10개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8주간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어요."
주스웨덴한국대사관 주최 KSC 프로그램 참가 스타트업 초청 간담회(2021.11월)"거참... 스웨덴도 대단한 기업들이 많구먼. 근데 그럼 한국에 나와있는 스웨덴 기업은 몇 개나 되지?"
"우리가 알고 있는 볼보, 일렉트로눅스, 이케아 등 정도로 치면 많아야 한 20여 개?"
"한국에 나와있는 스웨덴 기업은 100개가 넘어요."
"뭣이? 그럼 스웨덴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음... 10개 좀 넘어요. 그것도 최근 배터리 협력업체 진출로 늘어났죠."
"인구는 우리의 1/5밖에 안되는데 진출 기업은 10배가 차이나네... 스타트업은 아예 배우러 오고 있고.. 도대체 뭐가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거지? 우리나라도 이젠 세계적인 기업이 많잖아."
"그걸 이번에 발표하고 싶어요. 그 차이를."
다음날, TK팀의 마지막 주자 이하인이 화상회의 카메라 앞에 섰다.
Gysinge의 옛 제철소 부지 설명도(2020.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