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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Jul 26.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10-2 Gävleborg에서 스웨덴 스타트업의 발전 동력을 생각하다

"그래... 스웨덴이 스타트업에 있어 세계적인 강국이고 우수하다는 건 종종 신문기사에서 본 적 있는 거 같아요. 근데 사실 그런 현황 같은 것보단, 실제로 왜 그게 가능했는지... 책 보면 나오는 얘기보단 현지에서 나오는 얘기를 좀 듣고 싶네요."


화상회의에 선 박 사장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많아요.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으로 탄생한 IT 기업에서 우리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쿠팡까지. 스웨덴이 꼭 스타트업에 있어 우리가 연예인 바라볼 정도는 아닌 만큼 우리나라도 스타트업 강국 중 하나지요. 관련된 책도 많이 있고요. 그래도 이곳으로 오기 전 현지 스타트업 관련된 분들과 메일 등으로 많이 소통했어요. 제가 어느 지방을 갈지는 모르겠지만, 스타트업 이슈는 스웨덴에서 언젠가는 다룰 것 같았거든요.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START-UP


스웨덴은 교육 단계에서부터 창업을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요. 대학 입학하면서 교육 과정에서부터 창업 지원 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학과 과정 자체가 민간 기업이나 스타트업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도 많아 창업이 나와 그렇게 먼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죠. '어? 쟤도?', '야, 우리도 한번?'으로 할 만큼 일상화돼있는 거죠.


일례로 스톡홀름 부근의 다섯 대학이 모여 만든 '스톡홀름 창업 대학(Stockholm School of Entrepreneurship)은 창업가 정신뿐 아니라 창업에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수업과 워크숍을 제공

하고 있는데, 특히 학교 내에 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창업에 대해 고민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인 'Campus'를 두어 실제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있죠.

스톡홀름 창업 대학 홈페이지


설령 대학을 못 간다 해도 각종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코딩을 수업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요. 마르쿠스 페르손도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지만 온라인 코딩 수업을 바탕으로 마인크래프트라는 신화를 만든 것이죠.


그런 친구들이 어딜 가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실험할 곳도 많아요. Sweden Innovation Days와 같이 스타트업 관련 행사는 물론 ignite sweden이나 epicenter처럼 수많은 엑셀러레이터들에 대한 노출이 온 오프라인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래의 스타트업 꿈나무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자리가 많죠.

스톡홀름의 IT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epicenter.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도 입주해있다.


그밖에도 정부나 기업들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많이 있어요. 예를 들면 스웨덴 혁신청(Vinnova)의 경우 이러한 스타트업들의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일정 기간 단위로 심사해 선정된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코로나 팬더믹 초기에 세계적인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진공청소기의 청소기 팩을 이용한 마스크 제작 전환 등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업체들이 많이 있었어요.


지금은 유럽을 대표하는 배터리 업체로 성장한 노스 볼트도 2016년 창업 당시 직원이 얼마 안 되는 스타트업에 불과했고 현재 수소 철강의 꿈을 키워가는 H2 Green Steel도 스타트업이거든요. 화수분처럼 성공한 스타트업의 계보를 잇는 활동이 국가 전체적으로 또 민관 합동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스웨덴이라는 나라 자체가 스타트업 시스템 또는 생태계(ecosystem)이라고 볼 수 있어요."



"좋은 내용입니다... 스타트업들이 잘 자랄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스타트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스웨덴처럼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들지 않는 것일까요?"


"네, 좋은 지적이십니다.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실수가 용인되는 환경'이냐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실패한 스타트업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쉬울까요? 실패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그 업계에 다시 일어서는 것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겠냐는 말입니다. 심지어는 개인을 넘어 그를 지원했던 부모나 친지들에게 까지 영향을 주죠. 오죽하면 노후의 위험요소 중 하나가 자식이고, 그 자식 중에 제일 위험한 자식이 똑똑해서 스타트 업하는 자식이라지 않습니까. 사회 전체적으로 실수를 허용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젊은이들이 공무원,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으로 몰리는 현상을 욕할 수많은 없는 거예요.


반면, 스웨덴은 개인의 창업 실패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져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이죠. 기본적인 복지시스템이 잘 갖추어졌기 때문에 망하더라도 쉽게 말해 거리에 나앉을 일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또, 실직자들을 위한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재교육을 받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바탕으로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고, 실패는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이죠. 물론 높은 세금을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이라 우리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 실패가 자산이 되는 구조,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재기를 가능하게 하느냐인데 그건 높은 조세부담률을 바탕으로 하는 거고... 단기간에 될 순 없죠. 그럼 우린 희망이 없는 건가?"



 “앞서 말한 내용의 사회안전망은 어찌 보면 하드웨어에 가깝기 때문에 바로 적용하긴 힘들다고 봅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측면인 것은 있죠. 그런데 이것은 어찌 보면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교육?"


"그렇죠. 실제로 스톡홀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스타트업 운영자가 많은 것은 아니에요. 아니, 그나마 한국 사람이니까 있는 거지, 중국이나 일본 출신들은 보기 어렵죠. 어쨌든 한국인으로 스타트업계 진입해 살아남은 분을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는데, 스웨덴의 스타트업의 강점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까요?"


"유럽에의 접근성?"


"브렉시트 이후 런던을 베이스로 하는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스톡홀름으로 넘어왔긴 하지만... 그보다는 '마케팅 능력'이라고 해요."


"마케팅?"


"네. 기술력은 한국 사람들이 월등하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 출신 프로그래머들이 인기가 좋답니다. 다만, 그렇게 개발된 기술을 한데 모아 포장하고 투자자들이 사고 싶도록 기획하는 능력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이 탁월하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스웨덴 사람이 파는 게 더 '있어 보인다'는 거죠."

스웨덴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Ignite Sweden 홍보 영상

  

"그래, 그런데 어떻게 하면 더 있어 보이게 한다는 거야?"


"네, 그런데 이게 단기간의 산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나 엑셀러레이터에서 그런 내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긴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일 소양을 어릴 때부터 교육 과정에서 기른다는 거죠."


"어떻게?"


"몇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뛰어난 영어 구사능력이죠. 우리나라처럼 학원이 극성인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 입학 후 어느 정도 지나 영어 수업을 시작하는데도 세계에서 영어를 가장 잘 쓰는 나라죠. 너무 당연한 건데 영어 시험보다는 독서나 토론 이런 것을 통해 실제 구사능력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웬만한 사람들은 영어로 의사 표현하는데 문제가 없어요. 영어가 국가경쟁력이라면 이들은 세계 8위권의 국가예요.


둘째는 스타트업이 처음에는 혼자 시작할지 몰라도 어느 정도 단계에 들어서면 협업은 필수인데, 이들은 어릴 때부터 공동 과제 수행 등을 학교에서 많이 시키는 거 같아요.


현지에서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낸 분의 이야기예요. 어느 날 자기 아들이 계속 학교 친구와 전화하면서 옥신각신 하는 것 같아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공동 과제를 세 명이서 하는데 한 애가 자꾸 시간도 어기고 불성실하게 해서 지연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답니다. 얘 때문에 진척이 안되니 멤버를 바꿔달라고."


"그렇지. 나라도 담임 선생님에게 당장 전화했겠다."

"그런데, 선생님이 끝까지 안 바꿔주고 그대로 진행하라고 했답니다."  

"뭣이? 그건 부당하잖아. 한 명 때문에 여러 명이 피해보잖아."


"선생님 얘기는 세상 살아가면서 항상 맘에 들어맞는 파트너를 만날 수도 없는 것이고, 학교에서 부터 그런 경험을 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남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겪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라는 겁니다. 핀셋으로 집어내 듯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와는 차이가 있어요. 이렇게 성장한 이들은 대학에서의 같이 창업을 하거나 다양한 공동 작업공간에서의 협업이 어렸을 때부터 체득하는 것이죠. "


"그렇긴 하구먼. 근데 문화가 좀 다른 것 같아.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장원급제'처럼 뛰어난 한 사람을 뽑는 역사라면, 여기는 내가 너와 특별할 것이 없다는 '안테의 법칙'이 문화로 내려온 나라니."


"마지막으로는 정말 고단수의 마케팅 방법인데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그걸 사업으로 연결시켜요. 학교에서 정답을 찾아내기 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찾아내는 교육을 시키다보니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데 익숙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스타트업에서 투자를 받으면 벤처기업이 되는데, 스웨덴의 대표적인 벤처 형태 중 하나가 '소셜(social) 벤처'에요. 이 소셜벤처의 스웨덴 내 대표적인 인큐베이터가 'Norrsken House' 인데, 2016.6월 사회적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ㆍ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죠.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목표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positive impact)’을 추구하는 생각하는 스타트업을 고객ㆍ투자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어 영리 목적의 다른 스타트업 관련 기관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우리나라도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가치를 추구하거든요.

Norrsken House 전경


예를 들어 이들의 대표적인 투자 대상 스타트업인 Karma는 식당이나 레스토랑의 남는 음식을 저렴한 가격(50%)으로 소비자에게 연결하여, 소비자 만족은 물론 음식쓰레기 감소를 통한 환경 보호 가치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거예요. 돈을 벌되, 좀 '있어 보이게' 번다는 것이죠."


"야.. 근데 그게 계속될 수가 있나? 기업은 이익으로 생존하는데?"


"그렇죠. 고물가로 악명 높은 스톡홀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시설 수준도 매우 훌륭한 Norrsken House가 수익성에 중점을 두지 않는 경영이 가능한 것은 든든한 지원자가 있기 때문이에요. 설립 당시 Mojang, King, AGA, Daniel Welington 등 스웨덴 대기업 및 유니콘의 창업자들이 자금을 지원해주었고, 특히 설립자인 Niklas Adalberth가 스웨덴 6대 유니콘의 하나로 전자상거래 지불 서비스 업체 Klarna를 통해 올린 막대한 자산을 바탕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지원해주었거든요. 투자 대비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구하는 바가 선한 목적이라면 본전 치기(break even)만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신념을 모토로 삼기 때문이라고 해요.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돌아오기 때문에 엄청난 광고비를 들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마치 장기나 바둑에서 몇 수를 내다보고 두는 사람들 같군. 그래, 길게 보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아."


"스웨덴의 게임 양대 유니콘은 서로 아주 다른 게임을 디자인했는데, 캔디 크러시 사가는 여자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간단한 게임을 설계했고, 마인크래프트는 남자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장시간 하는 게임을 설계했으나 모두 큰 인기를 끌게 되었어요. 지금 설명드린 방식은 스웨덴 스타트업의 성공방식이에요. 우리와 다를 수 있죠. 하지만 다르다고 실패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도 우리만의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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