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ngpi Jul 28.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11-1 Västra Götaland - 스웨덴의 스타 군단

"베스트라 예탈란드(Västra Götaland) 주는 완전 스타군단이야."

Västra Götaland주(출처 : turfwiki.com)

Västra Götaland를 일주 내내 바삐 한 바퀴 돌아 예테보리에 도착한 TS 팀원들은 남부지방에서 가장 크고(23,945 km²) 인구도 가장 많은(약 158만 명) 지역이라 그런가 참 볼게 많은 곳이라 생각했다.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Göteborg)가 여기 주도(state capital)이 잖아. 제조업에서 만큼은 스웨덴의 수도라고 자부심도 높은데, 스웨덴의 스톡홀름-노르웨이의 오슬로-덴마크의 코펜하겐을 모두 연결하는 예테보리 역이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역이라는 구만."


"주의 이름(Västra Götaland)을 분석하면 서쪽의(Västra) 고트족의(Göta) 땅(land)란 뜻인데, 고트족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기원한 동 게르만 족의 일파로 서로마제국의 붕괴와 중세시대를 여는데 큰 역할을 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어."


"아, 스웨덴 남동부에 큰 섬인 고틀란드(Götaland)가 그 고틀란드인가?"


"그렇지. 거기서 보면 이 쪽은 서쪽의 끝이지. 스웨덴의 지명을 보면 '예타(Göta)'라는 지명이 많은데, 스웨덴에서 최대 호수인 베네른(Vänern) 호수에서 발원해 예테보리를 가로질러 서부 해안인 카테가트 해협에 이르는 큰 강의 이름도 '예타' 강이야."


"예테보리는 중세부터 상업지역으로 번성했는데, 이미 1473년에 조성되었고 1731년 스웨덴 동인도 회사의 설립과 함께 무역항이 되었어. 1800년대 후반에는 예타 운하가 개통돼서 수출의 주요 거점이 됐는데, 20세기 들어서 철도의 부설과 도로 교통의 발달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지.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Volvo도 여기서 시작되었고 현재도 자동차, 조선소를 비롯한 900여 개의 기업과 해운회사가 있는 명실공히 스웨덴의 제조업의 수도이지."


"근데 '예테보리'란 말을 어디서 듣긴 들어본 거 같아."


"그렇지. 2020년 4월 세계 탁구연맹(ITTF)이 공식 SNS에 낡은 사진 한 컷을 게재하면서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마지막 비 중국인 선수를 만나세요"라면서 "그가 누구고 언제 어디서 인지 기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대."


"누군데."


1993년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에서 분전하는 현정화(출처 : 세계 탁구연맹)

"바로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정화 선수야."


"아! 거기가 예테보리였구나."  


"그리고, 공업도시라 상막할 것 같은데..."


" 그렇지도 않아. 예테보리에서 시작돼 북부 노르웨이 접경에 이르는 보후스 랜(bohuslän) 지역은 수많은 아름다운 섬들로 이루어진 스웨덴 판 피요르드인데, 스웨덴에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있는 동안 다녀본 스웨덴 지역 중 어디가 제일 아름다웠나?'하고 물어보면 제일 먼저 손꼽는 데로 유명하지."


"그래, 이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동네가 많아. 예쁜 어업 창고가 늘어선 곳으로 유명한 스머겐(Smögen)은 스웨덴 사는 사람들이 그 창고들만 봐도 '아, 여기 스머겐!' 할 정도로 유명하지."

Smögen의 어업 창고 전경


"이쪽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은 피옐바카(Fjällbacka)가 아닐까? 오죽하면 스웨덴 출신 세계적인 여배우 '잉그리드 베리만(Ingrid Bergman)'이 그 아름다움에 반해 여기서 생의 마지막을 보냈겠어."


"오, 영화 '카사블랑카'의 여주인공 '잉그리드 베리만!'"

피옐바카(Fjällbacka)의 Vetteberget 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베리만은 1915년 스톡홀름에서 독일계 스웨덴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어. 세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 손에 자라났지만, 화가이자 사진관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주 어릴 때부터 연극의 한 장면을 흉내 내는 등 예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 12살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친척에게 맡겨졌지만 다행히도 영화배우의 꿈을 가진 그녀를 격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 명문인 왕립 드라마 학교에 입학했대. 1935년 데뷔한 그녀는 이듬해 출연한 '인터메조'를 통해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자인 데이비드 셀즈닉에게 발탁되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어.


한편 1942년 당시 대본에만 무려 2만 달러를 투자해 할리우드 최고가를 기록한 영화의 여주인공을 찾던 제작자 헤럴드 윌리스여주인공이 노르웨이 사람인만큼 유럽 출신의 배우를 찾고 있었어. 당초 접촉했던 프랑스 출신 배우 미셸 모르강이 계약금으로 5만 5천 달러나 요구하는 바람에 다른 여배우를 찾다가 그녀가 제시한 금액의 반에 출연하기로 베리만을 여주인공으로 선택해. 드디어 베리만은 세계 영화사의 불멸의 명작 '카사블랑카'에서 당시 최고의 배우였던 험프리 보가트와 열연을 펼치지. 이 영화는 상영 몇 주 전에 이뤄진 연합군의 북아프리카 공격 등 시대적 상황에 힘입어 엄청난 흥행은 물론 아카데미 3개 부문을 휩쓸게 돼.

https://www.youtube.com/watch?v=BrmyQNI9s_E    

원래 영화 주제가는 'As time goes by'도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대중에게는 미국의 버티 히긴스(Bertie Higgins)의 오마주 노래가 더 친숙하다


2차 대전 당시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개인적 사랑과 정치적 대의 사이의 선택의 갈등에선 한 남자의 고뇌를 그린 이 영화에서,


옛 애인인 노르웨이 출신의 '일자 런드(잉그리드 베리만 분)'에게 주인공 '리처드 릭 블레인'이 리스본행 비행기로 탈출시키는 비행기에 오르지 않으려는 '일자'에게 지금 비행기에 오르지 않으면 '오늘이나 내일은 아니어도 바로, 그리고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될 거야(maybe not today, maybe not tomorrow but soon and for the rest of your life)'라고 말하면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Here's looking at you)'라고 하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 봐도 감탄이 나지.

https://www.youtube.com/watch?v=eFUZ4BhYnpY  

80년 전 작품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마지막 장면의 베리만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한편, 베리만의 결혼 생활은 그다지 행복한 것은 아니었는지 세 번의 결혼을 했는데 마지막 결혼한 남자는 피옐바카 앞의 섬을 소유한 엄청난 부자였대. 젊은 시절의 인기와 재력을 모두 얻은 베리만이었지만 생의 마지막 그녀가 선택한 삶은 아름다운 해안가가 펼쳐진 피옐바카에서 자주 보냈다고 하는구만.


1982년 런던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한 그녀의 시신은 화장이 된 후 유언대로 피옐바카 앞바다에 뿌려졌다고 해(남은 유골은 스톡홀름 노라 베그라브닝스플라센(Norra Begravningsplatsen)의 부모 옆에 안장됐다고 해.


피옐바카시는 이곳을 사랑했던 베리만을 기려 중심가에 '잉그리드 베리만 광장(Ingrid Bergmans torg)'을 조성했고, 그녀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던 해 그녀를 기리는 영화제도 개최했어. 지금은 피옐바카 최고의 명소가 되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지."


"아... 그래서 저 광장에 있는 베리만 기념 게시판에 아줌마들이 줄지어 기다렸다 사진 찍는 거구나."


"그래 꼭 저런 아줌마들 있더라. 자기하고 동일시하는... 참."   

'잉그리드 베리만 광장(Ingrid Bergmans torg)'의 기념 게시판. 꼭 이런 아줌마들이 있다.


"아, 그리고 보후스 랜(bohuslän) 지역의 끝이자 노르웨이와의 국경도시 스트룀스타드(Strömstad) 역시 피요르드와 자연보호구역이자 스웨덴을 대표하는 해양기지인 코스터(Koster) 섬도 아름답기로는 유명한 섬이지. 스코네 남부 말뫼가 덴마크 냄새가 많이 난다면 스트룀스타드는 노르웨이 풍을 많이 느낄 수 있어"


"약간 남성다운 느낌이 있는 바위섬들이라,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 찾는대."


"그려?"

코스터(Koster) 섬 해안가. 꼭 이런 아저씨들이 있다.


"그래... 멋지네... 스타군단이라고 할만한데.. 근데 우리 관광하러 온 거 아니잖아."


"맞아. 베스트라 예탈란드는 넓은 만큼 알릴 것도 많지. 하지만, 우리가 관광 온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스웨덴 하면 이거 아니겠어?"


TS팀은 예테보리에서 어디로 가서 베스트라 예탈란드의 무엇을 찾으려는 걸까.


베스트라 예탈란드의 서쪽, 베너스베리(vanersberg)의 베네른 호숫가(2021.11월)
매거진의 이전글 세대전쟁 in 스웨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