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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Mar 19. 2023

40대 남자의 일기(2)

마누라 속이기 in Sweden 외전(10)-인간관계, 쉼표 그리고 가족

[감사하고 고맙고 그리고 사랑한다]     

2019년 10월 21일


지난 주엔 동문회 홈피를 보다가 학교 다닐때 나를 동생같이 아껴주던 선배의 부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학 1학년, 참 힘든 시절 가끔 내 방에 들러 격려도 해주고, 이 사람은 나를 정말 따듯하게 대해주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던 선배였다. 선배가 총학생장에 나가면서 대대부관 제의도 받았었고, 선배가 졸업하고 전경대에 있을때 그 전경대가서 내무반에서 같이 자기도 했던 그런 선배였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영어도 뛰어난 8학군 출신의 정말 넘사벽 같은 선배였다.     


선배는 졸업 이후 훌륭한 성적으로 국비 유학시험을 통과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돌아와서 경감시절 본청 경비국에서 다시 만났었다. 나는 APEC기획단 총괄반장으로 그 선배는 대테러반장으로. 하지만, 학교 다닐 때의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에 조금씩 멀어져갔다. 사회생활이 학교 생활 같지만은 않았기에 더 이상 서로 아껴주는 선후배는 아니었던 것이었다. 이후, 경비국에서 좀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APEC 이후 외사정보반장으로 그는 경찰종합학교 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학교에 강의를 하러갔다가 점심으로 간단히 순대국을 먹고 헤어진 것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경찰 생활이 약간 갑갑해 보였던 그는 이후 공직을 떠나 모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여러가지 능력상 경찰공무원 생활이 그를 만족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간혹 학교 홈피에 들어가 보면 학생들과 친하고 다정하고 재밌게 살던 모습이 선하다. 하지만 이후 그는 학내 비리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가 학교에서 떠나야 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고 그의 연구 주제와 겹치는 모 선배와의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이후 그는 경찰채용 입시학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여러가지 책도 내고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 출연도 하는 등 활발하게 살았다.     


그런 그였기에 갑작스런 그의 죽음이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을 떠나기 전 한 잔 술이라도 할 것을... 등등. 사람이 죽는데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50되도 안된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했던 그의 심정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하며 그가 남긴 팟캐스트 방송을 주말 내내 몇 개씩 들어보았다. 참, 이렇게 인생이 허무한 것이다. 이젠 돌릴 수도 없고 그저 과거로 한 페이지에 남아있는 앞으로는 보지 못할 사람이 된 것이었다. 그때 감사했고 그때 고마웠다는 말을 할 수도 없는 한 줌의 재로.     


돌이켜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갔다. 

그렇게 친하고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던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그렇게 한 손에 쥔 바닷가 모래가 조금씩 빠져나가듯이 말이다. 지금 연락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이어질 사람들이고 그들과 함께하는 남은 날들 동안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말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든다.  

   

지난 주로 스웨덴에 온 지 두 달이 넘어섰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들 특히 외국인들에게 쉽게 문을 열지않는 스웨덴 사람들을 몇 번이나 문을 두드리며 알아가는 과정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힘들기만 하다. 마치 래프팅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있는 힘껏 노를 젓지 않으면 떠내려가니 무지막지하게 저었지만 그 자리인 그런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나 아내에게 매일 짜증과 싫은 소리만 하고... 


그러면 안되겠다. 내일부터는 좀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하고, 좀 더 여유있게, 좀 더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리고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Andante Andante...]     

2020년 1월 8일


정말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두 달만에. 너무 바빴고, 그러기에 지쳤다.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휴무는 그래서 특별히 아무 하는 일도 없이 지나쳐 버렸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가 보다.     


언젠가부터 너무 막 바쁘게 그리고 계획을 꼼꼼히 세워서 살아가는 것이 싫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사방팔방에 힘을 쏟고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여유있게 살며 물 흐르는대로 사는 사람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잘못살고 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는 바빴으니 올해는 내가 세운대로 계획을 꾸려나가 보자고 적다보니 10개가 넘었다.

그래 아직도 미친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해야하는 것은 더 채우는 것이아니라 조금씩 비워나가는 것인데

나는 아직도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더 멀리볼 것도 없고 내가 살아왔던 것을 뒤돌아 보자고 생각했다.

10년전 계획하고 생각했던대로 지금의 내모습이 되었던가.

10년전 그러니까 한국나이로 38살이네. 2010년이고.

포르투갈에서 그냥 막 적응하기 시작했었을 때이네.     

젊은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무관이라도 달았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2009년 사무관이 되었고, 그때 차석이던 참사관은 너무 멀게만 보이던 사람이었다.

너무 멀었던 그 자리에 10년이 지나 나도 참사관이 되었다. 

그 과정에 있었던 상파울루 생활, 칭다오 생활, 외교원 생활, 감사관실 생활.....

그 어떤 것도 예상한대로 되지 않았다.      

앞으로 벌어질 것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되는 일이 더 많은데

뭘 그리 계획하고 걱정하고 답답해하는지... 그게 지금 내 모습이다.


그럼 10년전에 어떻게 했었던 것이 나았을까. 계획을 아예 안세우는 것?

그건 아닌거 같다. 그냥 안된다고 답답해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점점 인고의 세월이 무언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밤에 잠이 안온다. 

정말 안온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라고 생각하다보면 정말 그렇다.

나보다 너 않좋은 상황인 사람들도 많은데... 

왜 그렇게 많은 걱정을 안고 사는 걸까.     

정말 그렇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얘기는 최악의 가정도 있다. 

내 힘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운명이란 것을 믿게되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것에 맡기는 것도 순리이다.     

Andante, Andante.... 


정체된 고속도로에 답답하다고 난리치면 뭐하나,

그냥 노래를 들으며 기다리고 생각하는 것이 낫지.     

Ob-la-di, Ob-la-da, Life goes on...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     



[인간관계의 유효기간]     

2020년 5월 14일     


최근 본 내용 중 가장 공감이 가는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에 있어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것은 있으며 상대가 0이라면 1을 하던 100을 하던 결과는 같다는 결과이다. 이는 어디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점점 인간관계를 정리해가야 하고, 더 이상 인간 관계를  늘릴 수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한편으론 이럴 줄 알았으면 인간관계에 별로 신경쓰지 말 것을 그랬다는 글도 공감이 간다. 고독은 즐겨야하고 그렇게 꽃이 피고 사그러지듯 변해가는 것이 인간관계라는 것. 그리고 그를 퇴직 전 10년이나 앞당겨 알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관계에 낭비를 막았다는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스웨덴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 인간관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상 사는데 좋은 인간관계란 굳이 나이가 적고 많음에 관계없으며,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한 상대방의 도움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그래도 찾아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러니 꼭 나이가 어리거나 후배라고 늘 베풀어주기만 해야한다는 생각은 틀리다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많아도 베품에 인색한 이들도 있긴 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제는 잊어버리고 지워야한다는 것. 

정리를 하는 1순위가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처럼 이제 나의 인간관계는 정리함에서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늘리는 것은 필요없으며 현재 있는 사람들이 내 60 이후 가져갈 관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잊어버린다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도 의미한다. 과거에 베풀어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배신,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저주, 과거의 영화 등은 미워하는 나의 마음을 좀먹을 뿐이지, 그들은 내가 미워하는 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들은 내 인생의 범주에 들어와있지 않으며 들어와서도 안된다. 

잊어라. 지워라. 그래야 또 채워진다.      


나이가 드니 이렇게 자다가 일어나 새벽에 글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잠이 잘 안오고 잘 깨기도 한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것이 복인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러한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적응해야한다. 변하지 않고 적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면서 그럼 내가 남보다 잘하는 건 무얼까라는 걸 생각해봤다. 점점 느끼는 건 사람이 타고나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심지어는 노인 클리닉 의사도 건강은 타고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유머, 만화, 그리고 특이한 곳을 돌아다닌 경험, 그리고 글쓰기. 이것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한다. 나는 재테크는 좀 아닌거 아닌가 싶다. 그래 거기에서 벗어난다면 뭔가 재밌는 보람된 일이 있지 않을까.      



[아들의 전학]     

2020년 6월 10일


오늘은 지난 1년간 가온이가 다녔던 BISS의 수업 마지막 날이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세 달을 못가다가 짐 챙기고 인사할 겸 찾아갔다. 담임 선생님은 갑자기 몸이 안좋다는 연락이 와서 보지는 못했다. 친절하고 좋은 선생이었는데 마지막 인사를 못해 내심 아쉬웠다.     


아이와 아내가 책을 가지러 간사이 밖에서 차를 주차해놓고 기다리며 

이 학교에 어린 추억을 생각해봤다.      


발령받고도 업무 때문에 정작 애 학교를 챙기지 못해 입학하지 못할 뻔했던 난감한 기억, 

다행히 수소문 끝에 시내에서 1시간 떨어진 BISS로 부터 등록 가능하다고 연락받았을 때의 기쁨과 안도, 

스웨덴에 도착해서 버스와 전철을 타고 또 내려 1시간을 걸어가 발견했던 학교에 대한 난감함과 미안함, 

스쿨버스가 없어 매일 왕복 4시간을 데려다 줘야함에 난감해하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 

개학식 날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들에 대한 안쓰러움, 

그 와중에 발견했던 한국 엄마들에 대한 안도감, 

점차 날이 어두워지며 아내를 어두컴컴한 시골 을씨년한 등하교길에 보내야했던 걱정, 

그러다가 출근 때 내가 데려다주기로 하면서 아들과 함께 매일 전철을 타고 다니던 기억,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태우면 창 밖으로 우두커니 쓴 웃음을 짓던 아들, 

학부모 면담에서 선생에게 아들이 영어가 부족해 학교생활 적응이 걱정된다는 말을 듣고 학교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던 길에 버스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던 늦가을의 기억, 

격려보다는 혼내기만 했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적응해가던 아들, 

연말 연극 공연에서 아들이 나오기를 기다렸건만 아무 대사없이 얼굴에 웬 떡칠만해서 우스꽝스럽게 나오던 모습들.... 


너무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걱정은 슬픔과 기쁨을 거쳐 지나간 기억이 되어버렸다. 벌써.     


금새 애가 나왔다. 

자기가 책을 찾으러 갔는데 애들이 자기를 보고 반겨주었다면서 으시대는 모습. 


그래, 잘했다. 

돌아오는 길은 여러가지 생각이 뒤죽박죽되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섞였다.      


그래 이젠 좋은 일만 있을 거야. 

그렇게 잘 살아가기를.      


사랑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BdC1rl5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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