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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제이 Dec 13. 2020

썩어도 준치, 베이징 798문화예술구

통제는 하고 싶지만 돈은 벌고 싶어

 소개는, 중국 현대미술의 집합소라고 들었다. 한 때는 그랬는데 요즘은 많이 상업화되었다고 들었다. 상업화? 좀 힙해졌다 싶으면 어디든 겪는 일 아닌가? 삼청동도 그렇고, 홍대도 그렇고, 가로수길이니 성수니 다 마찬가지로 겪는 일이니까.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뭐 어때서.


라고 생각했는데,

 오, 798예술구는 역시 중국이었다.


 공장지대가 망하고 저렴한 임대료에 예술가들이 모여든다, 익숙한 이야기다. 아티스트들과 소규모 샵들이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가 되었다가, 예술가들은 슬슬 다른 동네로 밀려난다, 역시 익숙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예술가가 밀려나는 이유는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는 사회주의, 그것도 '중국특색사회주의'국가니까.

두어 달에 한 번 씩은 놀러갔던 798. 인민복을 입은 동상이 새로 생겼다.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이유도 남다르다. 돈도 돈이지만, 이 곳의 갤러리는 대부분 외국인 소유였다. 그리고 외국인은 한 때 '공안의 불빠따를 맞지 않는' 존재로도 유명했다. 즉, 여기서는 예술의 이름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춰도, 오너가 외국인이라는 쉴드가 있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여기서 현대 중국미술이 움텄다. 세계 어디에도 중국 같은 곳은 없으므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예술이 탄생했다. 개혁개방과 혼란, 그리고 급성장 뒤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회화로, 조형물로 승화시켰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화교들의 경제력도 흘러들었다.

 2000년대, 적어도 2010년대까지만해도 그랬다.


 중국정부가 '예술특구'로 지정하기 전 까지는.

798의 랜드마크 벽화 앞에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798은 SNS 사진명소다.

 외국인들의 시선이 닿고, 외국 자본이 유입되는 통로를 단절할 만큼 중국은 멍청하지 않다. 대신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해당 지역을 아예 '특구'로 지정하고 정부의 눈길과 손길이 닿는 범위로 넣었다. 이제 UCCA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신선하고 참신한 예술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UCCA에서는 피카소 특별전처럼 외국 전시가 메인화되고, 중국 작가의 전시는 곁다리처럼 얹혀간다. 그나마 UCCA는 외국인 소유니 망정이지, 주변의 크고 작은 갤러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묵화로 담아 낸 도시라던가, 인민공들의 땀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중국스러움이 가득하다.

외국인이 많았던 798에는 아이리쉬펍이나 바가 많다.

 어쩌면, 현대 중국을 완벽하게 비추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예술이라고 사상의 범주를 벗어날 수 있을리 없다. '중국'이 드러나지 않는 작품은 열된다. 드러낼 때도 조건이 있다. 도시화는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소외 된 소수자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약한 부분을 굳이 묘사하고 싶다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어둠 속에서 피는 꽃' 따위의 식상해 빠진 메시지라도 전해야 한다.

 이제 798에는 순수미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보다는 디자이너가 조금 더 많다. 그리고 상업화. 새로 리모델링을 마친 UUCA의 뮤지엄샵에서는 '중국'이 담긴 럭셔리 상품을 판매한다. 한 벌에 몇 백 만원씩 하는 고급 비단 치파오라던가, 지갑이라던가.

 798은 21세기의 중국의 낯짝 그 자체다.

 살아 숨쉬는 통제의 현장이자, 이념을 벗어날 수 없는 중국. 동시에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며 여타 국가에 절대 뒤지지 않음을 강력히 표방 중인 세계 2인자. 돈이 되는 현장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기회주의.


 처음 798에 가서는 이게 무슨 예술특구라는 건지, 중국특색사회주의 전시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당황스러움을 떨칠 수 없었는데, 어쩌면, 이게 맞는지도 모른다. 예술은 현실을 반영해야 하니까, 중국의 민낯을 그대로 반영하는 798은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겨울, 798의 풍경은 스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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