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나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때때로 운 좋게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이라던가, [editor's picks] 딱지가(어차피 같은 의미인데도) 붙고 [Recommended Articles] 리스트에(역시 같은 의미지만) 들어갈 때면 명치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허둥지둥 캡처하고 스샷(스크린샷)을 남긴다.
자랑을 하기는 하고 싶은데 만만한 게 배우자여서 황급히 카톡을 보내면 한참 뒤에 답장이 돌아온다.
야 이 조낳괴야!
네네, 조회수가 낳은 괴물, 그게 바로 접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줄여서 자.낳.괴. 돈이면 뭐든 하는 사람을 놀릴 때 쓰는 말이다. 방송에서 인기를 끌기 위해 '선'을 넘는 캐릭터라던가, 돈 주면 해야죠!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에 쓰이는데, 농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실물 자낳괴를 딱 한 번 만난 적 있다.
돈
없는 것보단 많은 게 당연히 편하지 않느냐부터 시작한 그 친구의 논리는
돈
많이 주면 아무래도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타당성에서 이내
돈
주는 데 왜 안 하냐는 주장으로 끝이 나고는 했다.
어느 날 식당에서였다. 이거 돈 두 배로 줄 테니 재료 하나를 빼고 만들어달라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두 배로 줄 테니'를 굳이 안 붙여도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주방에 물어보겠다는 직원을 붙잡고 "두 개 가격 지불한다니까요?"라고 재차 강조할 이유도 없는 일이었다.
서빙 보는 직원은 알겠다는 말 대신 다시 물어보고 오겠다며 미소 지었다. 나와 또 다른 동행은 당당하게 직원 얼굴 볼 엄두도 안 났으므로, 진짜 미소를 짓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식당은 그 친구가 원하는 대로 롤을 만들어 대령했고 가격도 정가만 받았다.
"아니 도대체 돈을 두 배로 준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준다는 대답을 듣기 전까지 여기 정말 한심하다는 듯이 투덜거리던 애처로운 영혼의 마지막 멘트를 아직도 기억한다.
돈이면 다 된다던 황금만능주의의 신봉자는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했다. 사람도 돈으로 살 수 있다던 내 추억 속 자낳괴는 한국에 돌아온 뒤로 요즘 인기 BJ로 활동 중이어서, 왠지 BJ는 다 자낳괴일 것 같은 선입견이 생겼다.
그렇게 도덕적 우월감으로 중무장 한 채 자낳괴와 연을 끊었던 나는 요즘 조낳괴로 다시 태어났다.
조회수를 위해서라면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고, 뭘 쓰든 조회수가 잘 나오면 괜찮다는 생각까지 든다.
폭발하는 조회수는 인정받았다는 자부심과 함께 세상과 함께하고 있다는 안도감까지 부여한다. 글솜씨가 괜찮은가 보다 흐뭇해지고 이번 글은 뭐가 그렇게 달랐나 곰곰이 생각 끝에 다음 글도 비슷하게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더 많은 칭찬, 끊임없는 관심을 받고 싶어서 악플마저도 반가워진다.
자낳괴 BJ와 다를 게 없다.
서울시 시민기자에게는 무료 글쓰기 강좌가 제공된다. 온라인이라는 환경에서 쓰는 글의 특징을 설명하는데,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라는 부분이 새삼 큰 위로로 다가왔다. 많은 글이 쌓이고 쌓여야만 좋은 글이 나온다며 꾸준히 엉덩이로 글을 쓰라는 당부에 널뛰기하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다.
중국 글은 아무래도 조회수가 안 나온다. 에세이가 짱인 듯?
나보다 한참 먼저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던 친구도 농담처럼 얘기하곤 했다. 브런치에서 인기 작가가 되려면 퇴사를 하던가, 이혼을 하던가. 브런치가 이러하다 저러하다 꿍얼꿍얼 조회수를 갈구하는 나에게 신랑은 이혼할 거냐고 호들갑을 떨다가, 이내 다정하게 물었다. 조회수 많이 나오는 글들 중 진짜 의미 있는 글이 몇 개나 되냐고,
너는 그냥 너의 글을 쓰라고.
그런 것 치고는 이 사람 나한테 이런 글 좀 써보라는 요구사항이 너무 많다.
이봐 조낳괴, 그, 요번 브런치는 이거 조낳괴로 써보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