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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20. 2023

내가 원하던 도시, 이탈리아 로마와 피렌체

로마와 피렌체 여행에서 느낀 것이 있다면, 


내가 온전히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혼자 있고, 혼자 즐기고 , 혼자 사색하는 것을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만큼이나 소중히 여겼던 내가, 

한국에서 찾아온 친구를 만나자 생기가 돌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 콜로세움. 남들은 생각보다 작다, 별로 시시하다, 이런 평들이 많아서 사실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웬걸??? 나는 이 콜로세움 때문에 나중에 다시 로마로 돌아와야 했다..  실제로 이 건물 앞에 섰을 때의 느낌이란 뭔가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랄까? 
아주 나이 드신 고결한 영혼을 가진 할아버지 앞에 선 어린아이가 된  느낌?? 

내가 아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주던 콜로세움

와... 콜로세움. 누가 콜로세움이 작다고 했어..?! 


저 구멍 뽕뽕 난 것은, 세계 2차 대전 때인가 무솔리니가 전쟁에 쓸 철이 부족하 다해서 구멍 뚫어 철을 뽑아 간 흔적이라고 한다.... 엽기적이야.... 정말. 전쟁은 사람들을 정말 추하게 만든다고... 


 


그 앞의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사진으로 보면 그저 그렇게 작아 보이더니, 실제 앞에 서면 그 육중한 무게가 그대로 느껴진다. 정말 말 그대로 육. 중. 하. 다. 건축물을 보며 생각했다. 난 너처럼 속이 꽉 찬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귀여운 사각, 또는 둥근 원형 건축물을 좋아한다. 


사람도...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 속이 꽉 찬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람. 


로마에서처럼 신났었던 적도 드문 것 같다. 꼭 내 세상인 것만 같이 그냥 입이 귀에 걸리도록 찢어져라~ 깔깔 웃어대며 내가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맛없는 '웨딩 케이크'라 불리는, 로마에서 제일 못생긴 건물 빅토리아 엠마누엘 2세 기념관. (오른쪽 사진) 

딱 보면 하얀 게 뭔가 범상치 않아 보이지만, 좀 오래 보다 보면 왜 웨딩 케이크라는 별칭을 얻었는지 알 수 있다. 로마 건물들의 기본 평균 연령 몇천 년에 비하면 아~ 주 젊은 200년 남짓한 건물인데도.... 좀..... 뭔가..... 어색하고 깊이가 없고 겉만 번지르르하다. 하얗고 눈부셔서 언뜻 보면 예쁘고 웅장해 보이긴 하는데, 자꾸 보다 보면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튄다. 깊이가 없다... 왜 이탈리아 사람들이 싫어하는지 알 것 같다. 


미켈란젤로.. 너무 천재적이어서 별칭이 '미친란젤로'라고 한다. ㅋ 


그가 설계한 캄피톨리오 광장 계단. 

정말 그는.. 천재적이라 할 수밖에. 계단이 계단 같지 않다. 힘들지 않고 시야가 확 트인다. 

아주 좁은 공간인데도 답답하지 않게 넓은 공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그의 설계 능력은... 미친란젤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의 5 현제 중 한 명. 그의 <명상록>을 읽으면서 , 황제는 모두 미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이런 철학자가 있다니. 대단한 걸.. 역시 지도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첫 지도자.. 그의 사상이 너무 멋지다. 그리고 그 사상이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게 더 멋지다..  


미친란젤로가 설계한 실제로는 좁으나, 넓어 보이는 이상한 광장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캄피톨리오 언덕을 지나면 나오는 포로 로마노. 난 처음에 포로 로마노가 내 눈앞에 펼쳐질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과장 쪼끔 보태서. 내가 그리도 보고 싶어 하던 로마. 그렇게 동경하던 로마의 역사의 주 무대.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네로, 세네카, 카토  등등 역사책에 나오는 모든 로마인들의 역사가 이뤄진 곳. 

와우! 정말.... 기분이 묘~ 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후에 혼자 다시 로마의 곳곳을 누비며 오겠노라 다짐하고, 일단 지금은 친구와의 시간에 집중했다. 

지금은 혼자 할 수 없는 것. 친구와 젤라토를 먹고 장난치고, 사진 찍고 즐거워하는 데 집중했다. 


내 나이답게 , 
발랄하게! 



난 화려하지만 부실해서 200년도 안되어 보수공사 들어가야 하는 웨딩케이크인 빅토리아 엠마누엘 2세 기념관 같은 사람 말고, 몇천 년을 우뚝 서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철근 뽑아 가고 돌 뜯어가고 해도 소리 없이 제자리 묵묵하게 버티고 있는 콜로세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젤라토 먹으면서 그런 생각했었더랬다.


트레비 분수. 모퉁이를 돌아 트레비 분수를 보자마자 친구와 나는 꺄아아~~~ 큰 소리를 질러버렸다. 

사람들이 뒤돌아 보며, 쟤네 뭐야?라는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진짜 크다! 난 이렇게 큰 줄 몰랐지! 정말 좋다!!!!!! "뭐 이런 크고 멋지고 예술적인 분수를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좁은 광장에 이렇게 꽉 차 있을 줄 몰랐다. 사진으로 볼 때와 너무도 다른 공간감각이다.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으며 상큼하게 내려오는 장면의 스페인 계단. 같이 투어 받던 사람들이 사진 같이 찍자길래 같이 찍어줬다. 어깨 쫙 펴고! 활짝 웃고! 




친구는 밤차를 타고 밀라노로 떠나갔다........ 

다시 혼자 남겨진 나는 열심히 자고, 다음날 아침 그리 사랑하는 로마를 혼자 휘적휘적 거닐기 시작. 

내 여행 스타일 대로 로마를 다시 밟아본다. 걷다가 교회가 있으면 무작정 들어간다.  


기도하는 교황의 조각상.. 조각상은 이상하게 내 마음에 어떤 울림을 준다.... 특히 로마의 조각상들은.  

좋아하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도 또 가서 빙글빙글 주위를 맴돌아봤다. 난 참... 네가 맘에 든단 말이지....  


콜로세움과 개선문 주변은 그 뛰어난 분위기 때문에 결혼사진을 많이 찍으러 오는 모양이었다. 

좋겠다. 이런 사진은 평생 남겠어..  


걷고 걷는 길. 그냥 도시 전체가 유적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 뭐든지.. 사람들이 힘들게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형상들. 뭐 하나 쉽게 이뤄지는 것은 없다는 로마인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일까. 기둥들이 모두 사람으로 조각되어 있어서 어떤 때는 보는 이가 힘들다고..  


걷다 보면 또 이런 유적지들... 안 되겠다. 로마에 다시 와서 자세히 봐야지. 마음을 서서히 굳히고 있을 무렵.  

너무나 아름답고 유서 깊은 떼베레 강과 만났다.  


아아아아~~~~~ 누가 떼베레 강을 개천에 비유했어!!! 

사이즈는 개천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정말 아름다웠다


다시 돌아올게.... 조금만 기다려....  


이탈리아 다른 여행지들의 숙박일정을 미리 끝내놓은 탓에, 일단 북부 지역을 다시 돌고 로마로 내려오겠어. 

로마는... 단언하건대, 겉핥기만 하려고 해도 최소한 열흘은 필요한 곳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피렌체로 일단 떠나왔다. 성수기라서 15일간 이탈리아 숙소 예약을 끝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데, 피렌체도 일단 만만치 않다. 로마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계속 생각나고 그리운 도시다.... 


피렌체 하면, 다른 사람들은 두오모가 떠오른다고 하는데, 나는... 우피치 미술관과 베키오 다리의 너무 예쁜 석양이 떠오른다. 특히, 우피치 미술관 앞 광장은 아직도 가끔 아련하게 그립다. 


일단 광장에 들어서면 엄청난 조각상들에 놀라게 된다.. 모두 사본이긴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조각상. 로마의 사비나 여인 납치. 정말 생생하다. 

주제는 슬프지만, 조각은 정말 예술이다.

그리고,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서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그리고 방망이로 반인반마를 때려잡는 헤라클레스. 



여러 각도에서 봐도 참 잔인한 장면이자 사연 깊은 조각상인데... 

이것 또한 아주 슬픈 내용을 담고 있는 신화 조각상인데.. 이름들이 생각이 나질 않네... 


조각에 눈을 본격적으로 떴다. 난 조각이 이런 매력이 있는 줄 몰랐었는데, 조각상만 하나 만나면 뱅글뱅글 돌면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이때부터 아주 본격적으로. 미술관 들어가면 조각상들 이름 알아맞히기 게임이라도 하듯이, 나올 줄을 몰랐다.. 그래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이 잘생긴 청년은 보자마자 필이 딱 오는 것이.. 안티노스다. 하드리야누스 황제가 사랑했던 미소년.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를 조각한 작품들이 로마 전역에 굉장히 많이 남아있다. 곳곳에. 


휴우~ 이런 조각상들이 눈만 돌리면 촘촘히 있는 광장. 바로, 우피치 미술관 앞 광장이다. 



거기에.. 거리의 악사들이 나와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한다.... 난 하루종일이라도 앉아 있을 수 있다. 


우피치 미술관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있다. 

베키오 다리의 전경을 찍을 수 있는 이곳. 


피렌체를 생각하면, 왠지..... 다시 꼭 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


북적한 대도시 로마와는 달리, 아주 작은 소도시. 볼게 뭐 그리 많이 있나.. 싶지만, 그냥 한 군데 머물면 떠나기 싫은 곳. 


그게 피렌체였다. 아마도, 이탈리아는 그런 매력을 지닌 것 같다. 

그냥... 한 군데 계속 머물러 있어도 계속 같은 느낌이 아니다. 밤과 낮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 

이상한 곳이구먼....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홀리는가 보아??




정말 분위기 있는 도시... 피렌체. 두오모보다 석양이 정말 예쁜 도시.. 석양과 야경은 잊을 수가 없다.



베키오 다리에서 엄청 예쁜 석양을 보고 흥분해서 "해 봐 봐, 엄청 커~~~!!! 한국의 두 배는 된다니까! 달도 두 배로 크더라고! "라고 감탄했더니, 주위의 한국인들이 푸핫 웃어버려서 베키오 다리 위에 있는 한국들인을 한 번에 알아낼 수 있었다;; 웃은 사람 다 한국인...


정말 유럽에서 보는 해도 달도 두 배는 크다.. 그래서 너무 낭만적이다... 그냥 내 느낌인가.. 


내 표정은 몰라보게 부드러워졌다. 복장도 눈에 띄게 자연스러워졌고, 움츠렸던 어깨는 많이 펴졌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통해 생기 있게 살아나고 있었다. 
'나'라는 사람이 로마와 피렌체와 함께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 


#유럽여행기

#퇴사여행기

#이탈리아여행기

#로마여행기

#피렌체여행기

#살기위한여행

#생기를되찾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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