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을 뿐이에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이 한마디가
어느 날 문득, 내 삶 전체를 꿰뚫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랫동안 ‘유별나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고집이 세다, 제멋대로다, 속을 알 수 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 말들이 보통 '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뜻대로 되지 않기 위해,
내가 나로 남기 위해,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거리를 두었다.
아직도 나는 내 삶이 뭔지 잘 모른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 무엇을 해야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확실한 건 하나.
버티기 힘든 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왔다는 것.
누구는 꿈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고,
누구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인생을 갈아넣는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 좀 빗겨나 있었다.
그저 '이건 진짜 못 하겠다' 싶은 것들을 힘들게 덜어내며 살아왔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지켜온 삶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좋다는 회사들에 다녔다.
눈에 띄게 잘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너질 만큼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잘하는 아이', '이상적인 루트'를 밟아온 사람.
하지만 돌이켜보면 푹 빠질 정도로 좋아했던 과목은 없었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었던 것 같다.
그저 누군가 잘해야 한다고 했기에 노력했고,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내 자리에서 있는 최선을 다하며
받을 수 없는 조건없는 이해와 사랑을 기다렸는지도.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들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걸음을 멈췄다.
멈춰 서서 어쩌다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나 돌아보니,
나는 내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나를 소진시키는 것들을 조금씩 덜어내는 쪽으로 걸어왔던 것 같다.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 삶,
그건 멋진 무언가를 이뤄내거나
나만의 색깔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나에게 자기 삶이란,
덜어내고 남은 것들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인가 싶다.
무언가를 더해야만 살아있는 것 같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건 나태함도, 회피도 아니다.
그건 내가 내 삶의 경계를 직접 그어가고 있다는 뜻으로 스스로 받아들인다.
이제는 싫은 감정들을 묵인하지 않기로 했다.
감각할 수 있는 나의 본능적인 직감들.
싫지만 '원래 그래' 라고 받아들여야 했던 그 모든 것들을.
반면 이제는 작은 욕망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조용한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문단 써 내려간 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좋은 내 속마음의 정리.
그건 작지만, 내가 남아서 하는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하며 사세요?”
누군가 묻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싫은 건 안 하면서 살아요.”
그리고 물론, 그것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도 문득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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