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심리학 – 모성애란 이름의 소유와 집착
심리학, 가족치료, 상담실 내부에서 은밀하게 다뤄지는
아무도 공론화할 엄두를 내지 않는 이슈를,
과감하게 꺼내어 언급해 볼까 한다.
잘못된 죄책감, 책임감의 무게를 덜기 위하여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으니.
고부갈등은 ‘모성애’라는 숭고한 가치에 뿌리를 두고
‘책임감’과 ‘죄책감’이라는 토양에서 가장 무성하게 자란다.
대대로 우리 유교 사회는 장자 중심의 가부장제,
효 중심의 가치, 그리고 여성의 서열 구조를
강하게 내면화시키며 오랫동안 사회 질서를 유지해 왔다.
이 안에서 책임감과 죄책감은
공동체를 강하게 결속시키는
필수적인 사회적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그 가치들 자체로는 문제가 없이 숭고하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는
고부갈등에서의 그 책임감과 죄책감이
모두 잘못된 상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뒤틀리게 만드는 것들이
강력한 한 단어 뒤에 숨겨져 있다.
고부 갈등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심리학 서가 한 줄을 채울 만큼 다양한 이론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이 갈등은 단순한 두 여자의 감정싸움이 아니라,
사회·심리·문화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임을 부인할 수 없다.
보웬의 가족체계이론과 삼각관계,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엘렉트라 콤플렉스,
위니콧의 대상관계이론, 애착이론 등
수많은 시각이 이 문제를 해석한다.
그러나 그 모든 설명을 제쳐두고,
이 갈등의 본질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소유와 집착이
‘모성애’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깊은 뿌리에 도달한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어디서도 쉽게 접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이 관계의 심장을 찌르는 세 가지 심리학 적 불편한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정서적 간통 (Emotional Affair)
-역할 혼동 (Role Confusion)
-삼각관계 (Triangulation)
아들을 집착적으로 소유하려는 시어머니와
그 사이에서 벗어나려는 며느리의 숨 막히는 심리전.
결국 모두의 파국으로 끝나는 이 괴기스러운 공포 영화는
철저히 사이코 드라마 장르에 속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행동의 강도만 다를 뿐
구조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우리 일상 속 평범한 고부갈등의 틀을 닮아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심리학에서 고부갈등을 이야기할 때
이 작품이 일종의 ‘고전 텍스트’처럼 인용된다.
막장 드라마로 소비되는 줄거리 뒤에는,
관계를 조이는 ‘올가미’의 심리적 매듭이
놀랄 만큼 선명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극적으로 형상화한 갈등의 핵심이 바로,
앞서 말한 불편한 심리학적 개념들이다.
첫째, 모자간 정서적 간통
둘째, 역할 혼동
셋째, 그리고 세 사람의 삼각관계다.
정서적 간통(Emotional Affair)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용어.
금기된 단어로 인한 강렬한 불쾌감과 함께,
이는 도통 ‘어머니’와 관계가 없어 보이지 않나 싶다.
간통이란 단어의 대부분은 불륜을 연상시키기에,
정서적 간통이라 하면
‘마음이 아내 아닌 다른 이성에게 기울어진 상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심리학과 가족상담 분야에서는
훨씬 더 넓고 깊은 의미로 이 개념을 다룬다.
미국 결혼·가족치료협회(AAMFT)는
정서적 간통을 이렇게 정의한다.
배우자가 아닌 제삼자와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여,
배우자와의 정서적 친밀감을 침해하는 행위
여기서 제삼자는 반드시 이성일 필요가 없다.
친밀감, 애정, 의존의 대상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모와 자녀,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아들이 결혼한 이후에도
여전히 ‘정서적 1순위’를 어머니에게 두고,
기쁨과 슬픔, 고민을 가장 먼저 나누는 대상이
아내가 아닌 어머니라면,
그 결혼은 이미 심리적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머니라는 존재의 지속적인 개입으로
남편과 아내의 친밀한 정서에 방해가 된다면
그 또한 이 범주에 속한다.
심리학자 셜리 글라스(Shirley Glass)는
저서 『Not “Just Friends”』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서적 간통은 육체적 배신만큼이나 결혼을 위협한다.”
성적인 접촉이 없더라도,
정서적 친밀감의 1순위가
배우자에서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순간,
결혼의 심리적 독점권은 무너진다.
부부상담 현장에서 이 문제는 자주 등장한다.
"고부갈등에서 아내가 아닌 엄마의 편에 선다."
“아내보다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중요한 일은 항상 엄마와 먼저 상의한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부부 관계의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다.
그 결과, 아내는 자신이 결혼생활에서
당연히 받아야 할 지지와 인정을 박탈당한다.
남편은 어머니와의 정서적 유착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아내는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아내‘라기 보다는
‘항상 두 번째 사람’이 된다.
보통, 모자 사이의 정서적 간통은 '모성애' 혹은 '효'라는
숭고한 단어 뒤에 꽁꽁 숨는다.
그래서 은밀하고, 오래 지속되며,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특성이,
고부갈등의 뿌리를 깊고 질기게 만든다.
역할 혼동(Role Confusion)은
가족관계 안에서 원래 맡아야 할 역할의 경계가 흐려지고,
다른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심리학자 살바도르 미누친(Salvador Minuchin)의
가족치료 이론에서는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경계(boundary)가 약화되어,
세대 간의 역할이 뒤섞이는 현상”
결혼 후에도 아들이 여전히
‘엄마의 보호자’ 혹은 ‘남편 대리인’ 역할을 한다면,
그건 단순한 효심이 아니라 역할 혼동의 대표적인 사례다.
어머니는 무의식적으로 아들에게서
남편에게 기대야 할 정서적 지지를 받으려 하고,
아들은 그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정서적 배우자’의 자리를 맡는다.
문제는 이때 아내의 위치가 비정상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아내는 결혼생활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해야 하지만,
시어머니-아들 사이의 강한 유착 앞에서
‘외부인’으로 밀려나게 된다.
결국 아내의 목소리는 가정 내에서 부차적인 의견이 되고,
남편은 두 여인 사이에서 ‘남편’과 ‘아들’이라는
두 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소진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종종 Parentification(부모화)의 개념과 연결해 설명한다.
아이가 부모의 심리적·정서적 필요를 채워주는 상황에서,
그 아이는 자기 또래로서의 발달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하고
‘과도하게 성숙한 역할’을 떠맡게 된다.
이것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면,
배우자보다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패턴이 고착된다.
역할 혼동이 위험한 이유는,
겉으로는 효심과 가족애로 포장되지만
속으로는 관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부부간의 친밀감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아들은 여전히 ‘엄마의 남편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아내는 ‘남편의 아내 역할’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결국, 이 왜곡된 구조를 풀기 위해서는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아들인지
그 경계를 명확히 세우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각관계(Triangulation) 이론은,
심리학자 머리 보웬(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에서 핵심 개념으로,
둘 사이의 긴장을 제삼자를 끌어들여
완화하거나 유지하려는 관계 패턴을 뜻한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갈등이나 불안이 생기면,
그 불편함을 직접 풀기보다 며느리를 매개로 삼아 조율하려 한다.
반대로 아들과 며느리 사이의 불편함이 생길 때도,
남편이 그 문제를 직접 다루기보다
어머니를 편에 세우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렇게 세 사람이 얽히면,
둘의 갈등이 제삼자에게 전이되며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불안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것일 뿐이다.
그 결과, 갈등은 사라지지 않고
세 사람 모두를 묶어두는 고리로 남는다.
고부갈등에서 이 구조가 위험한 이유는,
남편이 자신의 자리에서
‘중립’이나 ‘조율자’를 자처할 때,
사실상 두 사람 모두에게 정서적 빚을 지게 된다는 점이다.
어머니에게는 ‘착한 아들’로,
아내에게는 ‘공평한 남편’으로 보이려다 보니
결국 누구에게도 완전히 충실하지 못하게 된다.
보웬은 삼각관계가 가족 내 불안을
세대 간에 전이시키는 주요 경로라고 지적했다.
즉, 오늘의 갈등은 내일 또 다른 형태로 재생산되며,
심지어 다음 세대의 부부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부부가 한 팀으로 서서
문제를 제삼자 와가 아닌 당사자끼리
직접 다루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삼각형의 한 변이 무너지고,
갈등을 고착시키던 구조가 해체된다.
고부갈등의 가장 무서운 측면은 ,
이 관계 속의 정서적 간통, 역할 혼동, 삼각관계라는 강력한 톱니바퀴가
결코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들이 어머니와의 유착을 끊지 못한 채 결혼하면,
그의 아내 역시 남편보다 자신의 자식들에게
감정적으로 기대는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부모-자녀 유착이
부부 경계를 대신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미해결 된 감정과 왜곡된 책임감·죄책감은
다음 세대의 관계 속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간다.
가족치료의 거장 머리 보웬(Murray Bowen)은
이를 ‘세대 간 전이’라 (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 불렀다.
한 세대가 경계를 세우고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그 미완의 과제는 반드시 다음 세대가 이어받게 된다.
그러므로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소유와 집착을
바로 인식하고 경계를 바로 세우는 일은,
단순히 시어머니·며느리·남편, 세 사람의 얽힌 관계를
올바로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아이 세대가 건강한 타인 관계를 맺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다.
대물림을 끊는 첫걸음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누구의 남편인지, 누구의 아내인지,
그리고 누구의 부모인지
서로 간의 경계를 명확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이 단순하지만 결단이 필요한 선언이,
다음 세대의 사랑과 관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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