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나의 몸

- 나는 누구인가

by 실루엣


나는 '나의 몸', 그 자체가 아니다.
나는 주어진 몸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매일매일 요가를 하면서 카메라로 내 자세를 촬영하고 확인하다가, 문득 카메라에 담긴 내 자세들을 확인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팔은 키에 비해 조금 길구나, 허리도 좀 길고, 골반은 좀 좁고, 다리는 좀 짧구나. 왼쪽 햄스트링이 오른쪽에 비해 좀 짧고 오른 어깨 근육이 왼쪽 보다 짧아서 잘 안 올라가는구나 . 햄스트링 때문에 오른쪽 좌골이 너무 아픈 거구나.


요가일기는 선생님이 없이 혼자 수련해야 하는 환경에서 좀 더 정확한 포즈를 취하기 위해 시작했으나, 나의 몸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나는 나의 몸, 그 자체가 아니다." 라는 걸 점차 깨닫고 있다. 요가하는 동안에는 내 몸의 구석구석이 주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면, 찍어놓은 동영상으로는 좀 더 떨어져서 내 몸을 관찰한다. 아까 내가 체험했던 그동작들을 제 3자가 되어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내 몸이 "집" 이라는 개념이 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몸의 구석구석이 아프고 짜증나면 '나'도 불편해진다. 짜증나고 편하게 있을 수가 없다. 어제의 더부룩했던 나처럼. 내가 예전 서울의 그 좁은 집에서 집을 떠나고 싶어 미칠 것처럼 힘들었던 것처럼.


내 몸은 '내'가 기거하는 집이다.


공간에 특히나 민감하다 생각했던 내가 그동안 독소가 가득했던 내 몸에 기거하느라 그 많은 불편을 감수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장 문제였던 건, 그 서울의 좁은 아파트에 앞서서 독소 가득했던 '내 몸' 이라는 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버려야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다.


궤변같이 들렸던 이 말이 무얼 뜻하는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앞의 '나' 와 뒤에 '나' 는 다른 존재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한계로 궤변이 되고 말지만, 어쩌면 '내가 찾아야 하는 나' 라는 존재는 요가하는 나를 가만히 담아내는 카메라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 '나' 란 존재가 '나' 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하게 될 때 일어나는 일이 누군가는 "통찰" 혹은 "자각", "의식의 확장" 또는 "깨달음" "평온함" 이라고 여러 언어로 부르는 그것일지도.


#진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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