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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의숲 Dec 04. 2023

애정결핍과 무인성 사주.

심리 검사 중에 HTP test 라는 것이 있다. 


직관적인 상징과 그림을 통해 한 사람의 심리를 알아보려는 시도로, House 집 - Tree 나무 - Person 사람을 그려보는 검사다. 보통 언어 발달이 아직 미숙하고 서툰 아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고도로 발달된 언어'를 통해 속이는 어른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나는 요즘 가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보곤 한다. 내가 나타내고 싶은 색깔을 칠하는 것이 나를 치유하는 것 같이 느껴져 내게 필요한 색채들을 짙게 색칠하면서 스스로 색채 치료를 한다. 



그림을 끄적거리고 나서 보면, 항상 내 그림은 참 아이들의 그림을 닮았다. 

그림 자체가 좀 미숙해 보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짙은 원색과 디테일이 살아 있지 않은 단순한 라인들을 좋아하다보니 그려놓고 보면 우리 아이들 그림인지 내 그림인지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난 이 그림들을 내 안의 '내면아이'가 그린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인 해석따위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림 하나로 사람의 복잡한 심리를 읽어내기엔 역부족이기에, 그럼에도 내 그림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내가 스스로 읽어낼 수 있는 포인트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항상 나타나는 두드러지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애정 결핍과 소통에의 욕구, 그리고 회피. 


애정 결핍과 소통에의 욕구 , 그리고 회피. 


튼튼한 나무 위에 꼭 그리는 빨갛게 익은 사과. 이글이글 태양, 그리고 파란 바다나 연못같은 물은 따뜻한 애정과 모성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자라나면서 모성이 부족한 삶을 살았다. 부모가 있으되, 성장과정에 그 역할을 잃어버려 고아처럼 자랐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는데, 그것이 그림에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또한, 집을 그리면 항상 넓은 창을 가진 집을 그리는데, 이는 사람들과의 소통 욕구를 뜻한다. 내가 그리는 집은 항상 집으로 들어오는 돌계단이 있고, 창문이 컸다. 


하지만, 그림의 주인공은 (위의 그림의 고양이도 뒷모습인 것처럼) 표정이 보이지 않는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향이 많다. 크게 그려놓은 창에도 굳이 격자 무늬를 그려넣곤 했다. 


얼마 전, 사주 공부를 하는 친구에게서 나에 관한 사주 설명을 들으면서 너무 신기했다. 

큰 갑목, 바로 옆에서 편관이 때리고 있는 형상이나, 다행히 식신과 병화가 있어 좋은 사주라 했다. 편관이 강하나 신강해서 이겨낼 것이고, 책임감이 강할 것이라고. 다만, 인성이 어딜 봐도 사주에 안 보여서 평생 이걸 갈구하며 살 것이라고. 


어머니, 애정, 공부로 성공하는 운 등을 뜻하는 인성이 없는 , 무인성 사주였다. 


단순하고 꼬인 것이 없이 그냥 순진하게 직선적으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내 살아온 환경과 배경과 너무 비슷하기도 하고, 내가 그리는 그림들과 너무 비슷하다. 신기해서 무인성 사주라고 찾아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독서, 심리학, 명상, 요가 등이 
무인성 사주의 인생의 부족한 면을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  


놀랍게도, 독서가 내 삶의 끈이었으며 , 심리학을 공부했고, 요가 수련과 명상을 하다, 현재 나는 요가 강사가 되어 있다. 


나의 삶의 모습이 내가 그리는 그림과 나의 사주에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갑자기 또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내 몸을 통해서, 이 사주를 가진 삶을 경험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진정 나는 누구일까? 



#진짜나

#theTru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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