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ek Aug 15. 2019

첫 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여러 감정을 경험하는 것

나는 1주일 전에 퇴사를 했다.

3년 간 나의 일상이었던 출근길을 가지 않아도 되고,

밤 늦게까지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아도 부담될 것이 없다.

주말이면 1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는 블루보틀을 가자마자 커피 한 잔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다.

퇴사를 하고 느낀 일상의 여유를 써 내려가고 싶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퇴사를 하며 느끼게 된 감정들을 써내려 가려고 한다.


첫 회사를 그만두는 '마지막 출근 날', 누구나 그렇겠지만 많은 감정이 들었다.

이른 바 만감이 교차했다.



관계의 관계의 관계

그것을 벗어난다는 건, 너무나 짜릿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직장생활은 너무너무 힘들다.

회사는 관계의 산물, 아니 괴물과 같다. 회사는 팀장에게 실적압박을 한다. 그러면, 팀장은 예민해지고 잔소리가 시작된다. 상사는 카페에 앉아 예민한 팀장에 대한 욕을 30분 동안 하다가, 혼자 후련해지고 사무실에 돌아가 일을 한다. 가끔씩은 30분이 부족했는지, 열심히 카톡하는 소리가 사무실에 퍼진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은 위로 올라갈수록 근무 수명은 짧아지지만, 삶의 수명은 길어질 것 같다..ㅎㅎ)

(회사에서의 관계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관계의 물림은 이게 다가 아니다. 나는 광고회사를 다녔다. 회사 특성 상, 타 부서와 협업하는 일이 참 많았다. 제작팀, 전략팀, 매체팀, 재경팀, 법무팀, 제작관리팀.. 등등. 이렇게 얽혀있다 보니, 언제나 소문이 무성했고 그 주인공은 한번쯤 얘기해봤던 사람들이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친구가 잘생겼다더라" "저 남자 상사는 술만 마시면 그렇게 개가 된다더라" "저 여자 팀장은 퇴사하는 친구한테 몹쓸 말들을 했다더라" 그러다 가끔씩은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얘기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이런 괴로움은 회사를 나가면서도 이어진다. 내가 퇴사 의사를 팀장님께 전달했을 때, 팀장님은 나를 붙잡았고 맘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셨다. 하지만 몇 번의 대화 후 내 의사가 확고한 것을 아시고는, 나의 앞날을 응원해주셨다. 그런데 퇴사 직전 이런 소문이 돌더라. "OOO이 퇴사하는데, 팀장이 엄청 뜯어 말렸다더라." "엄청나게 질척거리고, 안놔주려고 했다더라." 온갖 얘기를 들으면서, 참 소문이라는게 소문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란 존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지만, 때로는 그 관계가 너무 지나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가 회사에서 느꼈던 3년의 시간은, 정말 이 관계 때문에 많은 감정을 소비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적어도 내가 사회 부적응자가 아니라면..) 퇴사를 한지 1주일이 되는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관계의 중심에 있을 이유도, 나에 대한 소문이 난다해도 그것을 굳이 듣지 않아도 된다.



좋은 사람들, 좋은 인연들

그들에 대한 고마움

퇴사를 하기 1달 전 쯤, 회사에 처음 퇴사 얘기를 꺼냈다. 그로부터 1달 동안, 참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다.

가장 고마웠던 점은 진심으로 나의 밝은 앞날을 응원해주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얘기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 이직하는 회사, 팀의 반응 등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사실 나는 회사에 대해 싫은 점이 너무 많았다. 능력없는 상사, 꼰대 같은 분위기, 그리고 언제나 을의 입장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업의 본질까지. 그래서 은연 중에 나의 얘기는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쩌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는 그런 얘기들.. 그럼에도 그 대화의 결론은 항상 잘 될 것이라는 나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지금의 회사를 떠나길 잘했다는 동료들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연의 고마움을 느꼈다. 퇴사를 공개하고 1달 동안, 회사 복도를 가다가 "얘기 들었어요~ 시간될 때 차 한잔 하시죠?" 라는 말을 수십번은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라 생각했겠지만, 퇴사예정자가 되니 진심으로 그런 말 한마디가 고마웠다. 인간적인 유대감보다는 업무적인 이야기만 나누었던 사이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앞으로 다시 마주칠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나의 퇴사 소식을 건너 들었음에도 이렇게 반갑게 얘기를 걸고 인연의 고리를 걸어주는 것이 감사했다.

퇴사를 하는 지금, 그 많은 사람들이 나의 3년이란 시간을 헛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나름 회사 생활을 잘 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을 주었다. 첫 사회생활, 첫 직장에서 나는 다양한 것을 배웠지만, 좋은 인연을 만났다는 더 큰 기쁨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편안함에서 부담감으로.

나는 대기업에 다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런 기업.. 그리고 이제는 스타트업으로 이직 하려한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고 말렸다. 부모님, 전 팀의 사수, 그리고 몇몇 친구들. "번듯한 기업을 다니고 있는데, 굳이 앞날도 불투명한 힘든 곳에 갈 이유가 있나?" "그룹 공채 출신이면 그만큼 merit가 있는데, 그걸 포기할만큼 좋은 선택지인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회사를 굳이 왜 가는거야?" 어떻게 보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런데 지금 내 관점에서 보면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

3년 전 처음 회사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나도 대기업이 무조건 좋은 것인줄 알았다. 스타트업에 가려면, 카카오 정도는 되어야지 생각했다. (참고로, 당시의 카카오는 큰 회사였지만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대기업에 들어갔고, 출근 첫 날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대기업을 다녀보니, 이렇게 비합리적인 구조를 가진 회사가 없더라. 정말 사소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결재라인을 필요로 했고, 밑에 사람이 아무리 노력한 들 윗사람 한 마디에 모든 프로젝트는 시작점으로 돌아왔다. (물론, 윗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이었다면 그의 말을 새겨듣고 군말없이 따랐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에 반감만 생기더라..)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광고회사 임에도 불구하고, 덩치만 큰 이 기업은 그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었다. 정치질이 난무했고, 그랬기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서로 달려들어 자기가 돋보이고 싶어 난리였다. 당연히 일은 제대로 진행될리가 없었다. 제대로 진행된 몇몇 프로젝트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 뿐이다.

이렇게 대기업의 방식에 진절머리가 나는 동안, 주변의 스타트업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들이 일하는 방법, 회의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에 나누는 대화의 주제까지. 어느 것이 더 좋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에겐 스타트업의 방식이 더 맞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이렇게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 대기업의 방식에 지쳤기에,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쳤기에, 나는 앞으로 더 좋은 직장생활을 해야한다. 더 나은 사람들과, 더 나은 회사에서, 더 나은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또한 경력직으로서 새로운 회사에 나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두 번 다시 없을 인재는 아니지만, 최소한 잘 뽑았다는 평가는 들어야 한다. 보란듯이 멋있는 직장인이, 아니 멋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첫 회사 그만두기 진행중.

나는 '첫 회사 그만두기'를 하는 중이다. 어떤 이가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준비를 하는 것이다.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듯 하다. 그리고 더 더 행복한 인생이 펼쳐졌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 셔터스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