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최고지"
기나긴 지원 과정을 끝내고 INSEAD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되면 아무 생각 없이 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정들었던 집을 정리하고, 친한 직장 동료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상무님께 찾아가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친한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학교가 시작하기 전까지 나에게 약 3달의 시간이 있었고, 뭘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많은 학생들이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한다.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까? 학교에서 만났던 친구들, 주변 사람들의 케이스를 보자:
타입 1. 끝까지 돈 벌다가 오는 유형
은근히 많았다. 보너스가 연말에 나오기 때문에 회사를 다녔던 친구, 맡았던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서 다녔던 친구 등 정말 많은 이유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금전적인 이유가 가장 많았다. MBA 과정은 비싸다. 학비는 1억이 넘고 생활비에 여행 다닐 것들까지 포함하게 되면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간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loan을 받아서 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입학 전까지 돈을 벌다가 오는 경우들이 많다. 이게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는 본인에게 필요한지 고민을 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타입 2. 그만두고 여행 가자! 유형
기나긴 지원 과정에 우리 모두 지쳤다. 많은 업무량에 치이면서도 GMAT 공부, 에세이 준비 등 정말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친구들의 경우 특히 "어차피 loan 받을 건데 차라리 지금 더 받아서 여행을 하자!" 였다. 돈이야 졸업 후에 벌면 되고 갚으면 되는데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필자의 경우도 이와 같은 마인드였고, 특히 휴가를 제대로 가본게 몇 년이 지난 상황이라 여행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했다.
타입 3. 인턴십 유형
많은 분들이 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있었다. 특히 컨설팅이나 Private equity 쪽을 목표하는 친구들, 혹은 본인이 졸업 후에 가고자 하는 산업군에 대한 확신이 없는 친구들의 경우 이러한 선택을 했다. 보통 학교에서 합격 통보를 받으면 많으면 6개월 적으면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있다. 이럴 경우 친구들은 직접 회사에 연락해 인턴십을 하였다고 한다. 장점으론 인턴십 경험을 통해서 졸업 후 본인이 가고자 하는 커리어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타입 4. 다른 학교도 지원해보자 유형
합격 통보는 많으면 많은 게 좋지 않나 라는 마인드나 본인이 생각하는 드림 스쿨에 지원하는 케이스들이다. 사람마다 본인들이 가고자 하는 학교가 있을 것이기에 시간이 남는다면 나쁜 선택은 아닌 거 같다.
졸업생 분들을 만났을 때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좋을 때니까 실컷 놀라고 하셨다. 필자는 이 말에 동의하기에 친구들을 만나 술도 많이 마시고 서핑을 하러 여행도 다녔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고향으로 내려가 몇 주동안 잠만 자기도 했고, 미처 보지 못 했던 영화들도 다 챙겨 봤다. 그 후 많은 분들이 pre-MBA 인턴십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한 귀로 흘려보냈다. 차라리 다른 의미 있는 게 없을까 라는 고민을 하던 차, 학교에서 랭귀지 코스를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INSEAD의 특이한 점은 졸업을 하기 위해서 제3외국어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한국어가 모국어고, 영어가 제2외국어라면, 다른 언어를 배우거나 시험을 봐야 한다. 물론 비기너 레벨의 시험만 통과하면 된다. INSEAD는 프랑스 퐁텐블로, 싱가포르, 그리고 아부다비에 캠퍼스가 있고 본인이 원하는 캠퍼스에서 클래스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원 시 어느 캠퍼스에서 시작할지 결정을 해야 하고 이동할 때에는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포인트를 사용해서 이동할 수 있다. 이는 추후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필자의 경우 프랑스에서 시작하기로 하여 프랑스어를 배우는 게 어떨까 싶어서 프랑스어 코스를 신청했다. 랭귀지를 배우는 것도 프랑스 캠퍼스나 싱가포르 캠퍼스로 결정할 수 있었는데, 오랜만에 동남아에서 지내볼 겸 3주짜리 싱가포르 코스를 신청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학교에서 '웰컴 데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기는 랭기지 코스 2주 전으로, 입학 예정 학생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학교에 대한 설명도 듣는 시간이라고 했다. 웰컴데이 다음 날 입학 예정 학생들끼리 발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틀 전이라 고민하던 중 발리 여행을 전체적으로 준비하던 아이에게 "미안한데 나도 껴도 되니?" 라며 물었고, 그 아이는 정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당연하지, 뭘 고민해. 어서 가서 비행기표 사고 알려줘!"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내 평생 기억에 남을 pre-MBA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