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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Jun 17. 2018

MBA 07. 인터뷰 Part 2

"미안해. 내가 대신 사과할게"


(이미지 출처: Seek) 이런게 압박 면접이라는 걸까


정신없는 이틀이 지났다. 그리고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내가 거짓말을 보태서라도 인터뷰를 준비해야 하는 걸까. 순수한 지원 동기를 재미없다는 이유로 말하면 안 되는 걸까. 그렇게 끝없이 고민을 한 후 결정을 내렸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두 번째 인터뷰는 이탈리안 졸업생 분과 진행이 되었다. 필자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서 근무를 하셔서 점심시간에 그분을 찾아뵈러 갔다. 인터뷰를 보러 올 때 최대한 편하게 입고 오라고 연락을 주셨고, 격 없는 인터뷰가 될 거라며 부담을 안 주려고 많은 노력 하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 입구에서 그분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얼마 후 그분이 나타나셔서 회사 카페로 필자를 데리고 갔었고, 이 전 인터뷰와는 다르게 가벼운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아니, 인터뷰가 아니라 친구와 편하게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왜 지원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본인의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주고받는 대화였다. 컨설팅 출신인 그는 MBA 과정을 통해서 Professioanlly 그리고 Personally 어떠한 변화를 경험했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였는지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해줬다. 


어떻게 두 인터뷰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필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리액션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인터뷰 내용을 최대한 솔직하게 말하기로 한 것에 대한 후회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약 20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갑자기 졸업생 분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순간 MBA 블로그에서 인터뷰 중 케이스가 나올 수도 있으니, 항상 염두에 두고 있으라는게 떠올랐다. 현재 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미니 케이스를 진행해보자고 하셨고, 긴장한 필자의 표정을 보더니 걱정하지 말라며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한 번에 이해하기에는 너무 많은 상관관계와 경험이 없는 산업군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모든 이야기들이 반대쪽 귀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이미지 출처: Pictasite)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워낙 복잡한 프로젝트다 보니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줬고, 그의 가이드와 함께 겨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더욱 다행인 건 필자의 결론과 현재 프로젝트 방향이 일치했던 것이었고, 이 이야기를 들었던 졸업생 분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그렇게 약 40분의 인터뷰가 끝이 났고, 편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그에게 질문을 하였다.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정말 재밌었는지, MBA 학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 "It will be the best year of your life"인데 정말 이게 사실인지. 그는 정말 최고의 한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필자도 졸업 후 돌아보니 누구보다 공감한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끝이 날려고 할 때 졸업생 분이 물어봤다.


How was your first interview? Did it go well?

그 이야기를 듣고 고민했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혹시 이러다가 너무 일러바치는 것처럼 보이면 어떡할까. 짧은 시간에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인터뷰를 봐주시던 졸업생 분의 태도와 그분이 말씀해주셨던 학교 경험, 그리고 심지어 필자의 지원 동기에 대한 지적까지. 경청을 하신 후 첫마디가 미안하다고 했다. 학교를 대신해서 사과를 한다고. 이러한 경험은 절대로 있어서 안되는데 도대체 왜 그랬는지 본인도 모르겠다고 했다. 필자의 지원 동기는 솔직하고 충분히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거짓을 보태지 않았기에 더 engage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필자가 꼭 학교를 직접 경험해봤으면 좋겠다며, 합격될 수 있도록 몇 장이 되더라도 좋은 피드백을 학교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두 인터뷰가 다를 수가 있는 거지? 흔히 말하는 Good cop bad cop인 건가? 이탈리안 졸업생 분의 경우 필자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주고는 헤어졌다. 물론 사람마다 인터뷰의 성향은 다를 수 있다. 필자가 컨설팅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일부러 압박 면접을 하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 생활이 좋지 않았고 친구도 못 사귀었다는 이유로 학교를 대표하는 그가 이런 태도를 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째의 인터뷰 진행자 분께서 워낙 좋았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학교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건 사실이지만 첫 번째 인터뷰 진행자 분의 태도는 지금 생각해봐도 많이 아쉽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안 졸업생 분과의 인터뷰에서 느낀 점은 아래와 같다:


A. 이게 정상적인 MBA 인터뷰다 -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MBA 인터뷰는 압박 면접을 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굳이 안 좋은 이미지를 줄 필요가 있을까? 서류를 통과했다는 점은 분명히 학교에 갈 능력이 충분한 사람들인데, 인터뷰는 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맞는 핏을 고르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굳이 그런 압박 면접을 했던 이유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게 압박 면접이었는지 아니면 그분의 성격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참 아쉬운 부분이다.


B. 솔직해라 -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 지어내지 말고 부풀리지 말고 있는 생각을 가장 솔직한 방법으로 표현하자. 진실되게 이야기했을 때 정말 통하는 게 있었고 (click) 그 덕분에 학교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것 같다. 물론 좋은 전략을 짜서 인터뷰를 보고, 합격 통보를 받은 분들도 있겠지만 그 전략 안에 솔직함을 잊지 말자. 본인을 속여가면서까지 학교를 가는 게 과연 맞는 건지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C. Good cop bad cop 은 없다 - 보통 학교는 1개의 인터뷰를 보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해당 학교는 2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bad cop을 경험한 사람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인터뷰는 끝났고 다시 한번 휴식기에 들어갔다. 친구들을 만나며 회포를 풀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정말 학교 가는 게 쉽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최종 합격 통보일이 다가왔다. 하루 종일 핸드폰만 바라본 것 같다. 합격의 경우 전화가 오고 아닐 경우 메일이 온다고 했다. 그래서 전화가 오기만 바랬는데 퇴근을 하고 집에 왔는데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끝인 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집 청소를 시작했다. 그렇게 쓰레기를 들고 버리러 나가는 집 앞 주차장에서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받았다.


Mr. Kim? Congratulation! I am calling to share a great news with you!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 받은 전화에 한동안 멍한 상태로 서있었던 것 같다. 드디어 끝났구나. 약 2년 동안 준비했던 과정에 마침표가 찍히던 순간이었다. 같은 자리에 서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형제,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지겨웠던 GMAT 준비, 영문 이력서 작성, 추천서 받기, 그리고 인터뷰를 하던 모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쉴 때가 온 것 같았다.


(이미지 출처: 미생) 드디어 지겹던 준비과정의 끝이다.

 

많은 분들이 이 순간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엄청 많았는데 결국 이 순간은 오게 되는 것 같다. MBA는 잘하는 사람이 가는 것보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는 것 같다. MBA를 준비하시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순간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 


MBA 과정은 지겹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점도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GMAT을 통해서 영어를 다시 공부하게 되고 또한 문제를 생각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Resume (영문이력서)를 통해서 필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다

Recommendation (추천서)를 통해서 직장 상사가 필자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Essay를 통해서 어떤 인생을 살았고, 무엇을 위해 학교를 가고, 어떻게 살 건지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Interview를 통해서 학교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었고 정말 특별한 경험도 했다


무엇보다 기나긴 과정 중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큰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기나긴 여정은 끝났고, 인생 최고의 한해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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