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학교는 처음이지?"
드디어 웰컴 데이! 떨리는 마음으로 아주 오랫동안 여행 간다는 마음으로 출국했다. 싱가포르는 처음 가보는 곳이어서 설레기도 하였고, 웰컴 데이 이후로 있을 여행들에 대해서도 많이 들떠 있었다. 홍콩을 경유해서 가는 비행기를 선택했는데 이유는 좀 복잡하다. 왕복 비행기 돌아오는 날이 필자의 제일 친한 선배의 결혼식이고, 랭귀지 코스가 끝나는 시간을 고려해서 한국에 딱 맞게 도착하기에 제일 좋아서 선택했다.
싱가포르에 도착해보니 동남아 특유의 습한 공기가 필자를 반겨줬다. 필자의 경우 10대의 상당 부분을 동남아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공기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직원분들은 너무 친절했지만 숙소 방에는 에어컨이 잘 되지 않았다. 마침 그 날은 대학원 같이 다녔던 친구와의 저녁 약속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짐만 풀고 바로 친구를 만나러 갔다. 출장을 온 친구와 우연히 시간이 맞아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필자와 대학교 대학원 모두 같이 다녔던 가장 친한 태국인 친구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지내왔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필자가 어디서 묶고 있는지 물었고, 게스트 하우스 상황을 설명해주니 혹시 불편하지 않으면 친구 방에서 같이 지내자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급 만나게 된 베프 덕분에 이틀 동안 5성급 호텔에서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운이 좋은 싱가포르에서의 첫날밤이었다. 밤새도록 친구와 맥주를 마시면서 대학 시절 이야기, 대학원 논문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비가 추적추적 오는 전형적인 싱가포르의 아침이 밝았다. 학교는 호텔에서 가까웠고, 그 당시 싱가포르에는 우버가 잘 활성화 되어 있었기에 우버를 불러서 갔다.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INSEAD는 One north라는 지하철 역 앞에 위치했다. 정장을 차려 입고 가서 팸플릿들과 배지들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행사가 시작했다. 대부분 학교에 대한 소개들, 학교 오기 전까지 하면 준비해야 할 점들, 그리고 졸업생분들과의 대화 등등의 시간이 있었다. 이 전에도 말한 것과 같이 웰컴 데이는 굳이 오지 않아도 되지만, 온다고 나쁠 거 하나 없는 그런 행사이다. 다들 얼마 전 회사를 그만뒀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덕분에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악수를 청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내년에는 어떤 생활이 될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기나긴 설명회가 끝났다. 역시 MBA 학생들은 술과 함께 친구들을 사귀는 것처럼 행사가 끝나자마자 버스가 밖에 대기 중이니 다 함께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그 버스 안에서도 서로 자기소개하고 살아왔던 생활들, 끝나고 하고 싶은 일들 등등 MBA 네트워킹 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했다. 서로 말들이 너무 많아서 버스가 마치 시장 한가운데인 것처럼 북적북적했다. 그렇게 도착한 저녁 식사 장소에는 맥주가 무제한이었고 음식 자체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야외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기 좋게 준비가 됐다. 술이 한잔 두 잔 들어가다 보니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끝나고 어디 2차를 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서로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면서 천천히 서로를 알아갔다. 아직 MBA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얼마나 이 친구들이 열정적이고 친화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인지 보여줬던 것 같다. 기본적인 대화는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
1. "안녕? 나는 누구야. 나는 이때까지 뭘 하다가 왔어. 너는 누구니? 너는 뭘 하다가 왔니" - 보통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첫 질문이다. 누가 보면 무슨 처음부터 이런 걸 물어보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MBA의 커다란 장점이다. 타인의 경험을 들으면서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대기업 연구소에서만 지내다 왔기 때문에 정말 컨설턴트가 뭘 하는지, IB는 왜 연봉이 높은지, PE의 뜻은 뭔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뿐만이 아닌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일을 하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자의 경험 역시 똑같이 공유해줌으로 서로 금방 그리고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2. "너는 졸업 후에 뭐하고 싶어? 왜 MBA 지원하게 되었어?" - 어떻게 보면 인터뷰에서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무슨 학생들끼리 이런 걸 물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 뭘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한다. 이렇게 사람들을 보통 Hunter (원하는 직종을 위해 헌팅하는 사람)와 Explorer (세상에 어떠한 직종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탐험가) 나눈다. 그리고 대부분이 Explorer가 된다. 심지어 많은 Hunter들도 본인들이 몰랐던 직종이나 산업군에 관심을 갖게 되어 Pivoting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아무래도 본인이 뭘 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학교를 오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고 볼 수 있다.
3. "너는 어디서 시작해? 어떻게 할 거야?" - 이는 INSEAD 전용 질문이다. 캠퍼스가 프랑스/싱가포르/아부다비 (필자의 클래스의 경우 아부다비가 불가능한 12월 졸업 클래스)에 있기 때문에 친구를 만들 때에도 맞는 캠퍼스에서 다니는 친구를 만드는 게 좋다. 왜냐하면 같은 클래스라고 하더라도 졸업식까지 한 번도 보지 못 하는 친구들이 엄청나게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겹치게 되면 헤어질 땐 우리 그럼 8개월 후에 보자!라는 식으로 인사를 했다.
많은 네트워킹을 하고,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친구들과 2차를 갔다. 장소는 1 Altitude - 한국 관광객 분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루프탑이 멋진 바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졸업생 분들이었나 재학생 분들이 스폰서를 해줘서 갔던 것 같다. 학교 생활을 할 때 입장료는 항상 공짜였다 (필자의 친구가 싱가포르 출신이고 어떻게 알게 되어서 그랬다). 그렇게 싱가포르가 다 보이는 멋진 전망 아래서 친구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본지 하루 된 친구들이었지만 같은 학교를 다닐 거라는 이유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얼큰하게 마시다가 보니 "아 맞다. 내일 발리 가는 비행기가 아침 일찍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나왔다. 정신없는 하루였고 MBA 생활이 어떨지 느낌이 오는 하루였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배울점도 많다는 사실에 즐겁게 집에 왔다. 더 즐거운 여행이 기다린다는 것을 전혀 생각 못 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