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Day 1.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나 즐겁게 떠들고 술 마셨던 웰컴 데이. 학교 생활이 어떤 모습일지 대충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Pre-MBA 트립을 가게 되었다. 약간의 숙취와 함께 새벽에 일어나서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 같이 여행 가는 친구들은 와츠앱 메신저를 통해서만 대화를 해봤지, 실제로 전 날 웰컴 데이에서 따로 만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혼자 체크인을 하고 게이트까지 이동했다. 점점 친구들이 도착한다는 문자들이 오기 시작했고, 다들 비몽사몽인 상태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즐거운 여행이 되자는 이야기를 했다. 정확한 숫자는 다시 한번 세어 봐야겠지만, 약 14명 정도가 같이 출발을 했고, 발리 여행은 인도네시아 출신 친구가 (추후 졸업 여행도 모두 계획 준비를 했던 최고의 가이드이자 미식가 친구) 모든 숙소와 관광지를 잡아놨기 때문에 몸만 갔다. 필자도 동남아는 나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발리는 처음이었고 이후 발리는 필자의 최애 여행 장소가 되었다. 앞으로 포스트들을 통해서 왜 발리로 여행을 가야 하는지 차차 풀도록 하겠다.
공항에 도착하니 친구가 예약해놓은 버스 기사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도착해서 인사를 해보니 정말 비슷한 경력의 친구들이 하나 없는 굉장히 색다른 그룹이었다. 미국 뉴욕 블룸버그에서 근무하다가 온 친구, 캐나다에서 Investment banker의 삶을 살다가 행복을 찾아 학교를 진학한 친구, 실리콘밸리 싯으코에서 근무하다가 커리어 변경을 하기 위해 MBA를 찾은 친구 등 정말 다양했다. 모두들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덕분에 서로 갖고 있는 에너지는 젊은 대학생들 저리 가라였다. 추후 이와 같은 친구들의 이력이나 졸업 후 결정된 커리어에 대해서 다루기도 하겠다. 우선 친구들끼리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 식사를 하러 갔다. 발리는 전 세계적인 신혼여행지 및 휴가지로 알려진 도시답게 멋진 식당들이 많다. 특히 물가가 태국 푸껫이나 방콕 대비 아직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식당 가서 칵테일과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가장 먼저 가게 된 곳은 Mama San! 모두가 만족했던 식당이고 이름도 너무 특이하다 보니 이 여행을 준비한 인도네시아 친구의 MBA 기간 내 별명이 되었다.
밥을 다 먹고 빌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랐다. 발리에는 미우새에서 승츠비가 묵었던 숙소 같은 빌라들이 많다. 우리가 예약한 곳의 경우 방이 7개 있고 그 사이에 수영장이 있는 빌라였다. 빌라 내에는 약 5분 정도 직원 분이 계셨고 필요에 따라 음식 혹은 술을 준비해주셨다. 개인 빌라 이기 때문에 치안도 좋았고 하루 종일 실컷 놀다가 돌아오면 냉장고에서 마음대로 맥주를 꺼내어 마시면서 다 같이 수영하면서 놀았다. 빌라에 체크인을 하고 나와보니 다들 너무 이뻐서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일정을 짠 마마산은 "우린 그럴 시간이 없어" 라며 우리를 버스에 태워 이동했다.
이동한 곳은 발리의 절벽 아래 있는 선데이즈 비치 클럽! 동남아는 비치 클럽이 많다. 특히 발리에는 비치 클럽들이 특히나 많은데, 우리가 가게 된 곳의 경우 좀 조용히 술을 마시며 쉴 수 있는 느낌의 장소였다. 특이한 점이 이 비치 클럽을 가려면 곤돌라 와 같은 것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가기 전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두 내려가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이색적인 느낌이 한껏 느껴지는 선데이즈 비치 클럽. 한국 사람들은 많이 없는 거 같은데 조금 조용한 곳에 가고 싶다면 추천.
여기서는 다 같이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 비치 발리볼도 했다. 이렇게 점점 아이스 브레이킹이 끝나갔고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새벽 6시 기상, 출근 버스에 타서 아이패드로 GMAT 공부, 퇴근 후에는 에세이 작성에 제대로 쉬지 못했던 필자의 삶에 뭔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특히 캠퍼스가 동남아에 위치하기 때문에 주말마다 여기 와서 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고 필자의 선택에 두 번 만족했다. 그렇게 수영도 하고 이야기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고, 샤워를 하고 나오자마자 다음 목적지를 가야 한다며 다시 버스 탑승했다. 참고로 발리 여행을 단체로 (6명 이상) 가게 될 경우에는 차라리 전용 버스 기사를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교통비가 워낙 저렴한 발리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하루 일당을 주고 마음대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발리의 경우 길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고 차량도 워낙 많다 보니 이동을 하는데 차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그럴 경우 적어도 매번 버스를 구하거나 그랩 (우버와 같은 서비스)을 부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그랩 부르면 25분 걸리곤 했다.
그렇게 또 한동안을 달려 도착한 곳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최고의 절경을 보여준 Single fin. 대부분 호주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는 곳인데, 절벽에 위치한 아름다운 바이다. 센스 있는 마마산이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우리들은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모두의 부러움을 받으며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발리에는 호주 관광객들이 많다. 워낙 위치상으로 가깝기도 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서핑을 즐기는 젊은 청춘들이 엄청나게 많다. 특히 여기 바에 와서 마치 호주에 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오늘 아침 처음 만났던 친구들인데 정신없이 다양한 액티비티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치 예전처럼 알던 친구들과 놀러 온 것과 같이 급속도로 친해졌다. 필자가 Pre-MBA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막상 학교가 시작하면 좋은 친구들을 사귀긴 하지만 Pre-MBA 때처럼 오픈된 마인드로 사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뒀다는 해방감, 학교를 입학할 거라는 설렘이 가득한 상태에서 친구를 사귀게 된다. 이들은 졸업 후에도 가장 친한 친구들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해가 지고 나서도 끝없이 놀았고 밤늦게나 돼서야 빌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가 있으랴.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친구들과 수영장에 뛰어들어서 놀았다. 하늘 위로는 별들이 보였고 냉장고에는 맥주가 가득했으니 뭘 더 바랄 수 있겠는가.
MBA는 계산적인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그렇기에 힘든 과정을 겪고 입학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여행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본다면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서로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마치 어린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빠르고 깊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던 중 필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MBA가 소중한 이유는 나이 30대를 바라보며 언제 다시 고등학교 친구들과 같은 친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생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첫 여행이 분명히 좋은 스타트를 끊어 준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MBA를 네트워킹 하러 간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좀 다르게 생각한다. 네트워킹은 맞겠지만 그보다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그런 친구들, 전 세계에 흩어져 떨어져 지내지만 언제든 그 나라를 방문하게 되면 가장 기쁘게 달려와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Diversity를 중요시하는 INSEAD에는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이 많다. 한 인종이 다분하게 많다면 자기 만의 그룹을 만들어서 놀겠지만 모두가 소수이기에 쉽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게 정신없지만 행복한 발리 여행의 첫날 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