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친구가 알려주는 최고의 발리 여행지들"
정말 대단한 체력들이다. 잘 생각해보면 그중 몇 명의 경우 웰컴 데이 날에도 밤을 새우고, 발리로 날아와서 끝까지 놀았다. 우리는 밤 늦게 빌라로 돌아왔고, 도착 후에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서핑을 예약해놨지만 모두들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발리는 서핑이 유명하다. 필자의 경우도 서핑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된 후였고 국내에서도 서핑을 하러 다니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발리가 특히 기대됐다. 많은 한국 분들의 경우 발리에 있는 한국 서핑 전문점초급반을 들어간다. 물론 한국 분에게 이론 설명을 듣는다는 장점과 모르는 한국 분들을 알아간다는 재미가 있겠지만 가격이 시세 대비 많이 높은 편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의 경우 인도네시아 친구가 예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아이들은 서핑을 배웠고, 필자의 경우는 보드만 빌려서 신나게 놀았다. 아쉽게도 생각해보니 서핑하러 가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돌아와서 식사를 하러 가려고 하는데, 인도네시아 친구가 우리를 불러서 "동남아는 오토바이가 활성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빌렸다" 라고 했다. 정말 대단한 준비성이다. 오토바이를 타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과 못 타는 친구들로 나눠서 짝을 이뤘고,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 위해서 출발했다. 필자의 경우 실제로 오토바이가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제일 뒤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타이어가 펑크 났다... 참 살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힘들게 도착한 곳은 SISTERFIELDS! 힙한 느낌의 브런치 가게다. 이때만 해도 호주 관광객들 밖에 없었는데, 추후 일 년 후 필자가 재방문해보니 상당히 다양한 손님들이 많았다. 깔끔한 브런치를 먹고 싶다면 추천하는 식당.
식사를 하며 했던 이야기 중 뇌리에 박히는 말이 있었다. 친구 중 한 명은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싯으코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 해야해서 아직 퇴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팀원 자체가 노트북만 있으면 원격 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팀 내에도 동일한 국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각자 필요에 따라서 메일을 주고 받고, 주간 회의 정도만 참석하면 된다고 한다. 국내 기업에서, 그것도 연구소에서만 근무해본 필자에게는 상당히 낯선 근무 방식이었다. 그렇게 많은 자율성이 주어질 경우 사람들이 일을 안 하고 놀기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의 답은 간단했다.
회사에 대한 존중과 팀원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문제 될 게 없지 않나?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쉽지 않은 Mental mindset 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친구는 우리가 클럽을 가야 할 때 일이 있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일을 택했고, 중요한 관광지를 갈 때도 필요에 따라서 과감하게 호텔에서 근무를 했다. 결과만 보여준다면 어디서 어떻게 근무하는지 중요하지 않는 미국 기업이어서 일까,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했고 그랬기에 이러한 업무 방식이 잘 유지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 필자도 원격 근무가 가능한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노트북만 있다면 한국에 있던 미국에 있던 상관이 없는 그러한 근무 방식이다. 최근에 미국에 놀러 간 일이 있었는데, 그 중 하루가 어중간하게 비어 있어서 상사에게 미국에서 일을 하다가 와도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근무 장소는 중요한 게 아니고 결과에 문제만 없다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무래도 국내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시한다. 얼마나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가, 몇 분이라도 누가 먼저 왔고 누가 늦게 가는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업무 평가가 좌우되는 문화가 아직 많이 자리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필자도 너무 많이 봤고 경험했다). 눈치성 잔업, 네이버 보는 상사들, 퇴근 시간에 맞춰서 카드를 찍고 뛰어서 퇴근하는 사람들을 워낙 많이 봤다. 하지만 이제 국내 기업의 경우도 근무 문화의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변화하고 있다고 하니, 어서 빨리 이러한 문화가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가능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상사들의 마인드인데, 적어도 우리 세대는 이러한 악순환을 대물림 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이와 같은 조직 구조나 문화는 MBA 과정 동안 많이 공부했던 부분이다. 점차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도록 하겠다.
다시 여행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는 맛있게 식사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발리를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면서 뭐가 있나 보다가 도착한 곳은 FINNS 비치 클럽. 그렇다, 또 다른 비치 클럽이다.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비치 클럽은 포테이토 헤드라는 곳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한혜진이었나... 누군가가 가서 더 유명해진 곳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추후 졸업여행 전에 간 적이 있었는데, 둘 다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다. 비치 클럽이라고 해서 춤추고 노는 곳이기보다는 음식과 술을 시켜놓고 편하게 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가족단위도 많다. 이번에 간 FINNS의 경우 조금 더 조용한 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쯤 되니 친구들의 특성과 성격 파악이 모두 끝났다. 유쾌한 친구들이었고 정신없이 달려온 친구들이었다. 특히 컨설팅이나 IB 출신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필자가 힘든 건 힘든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시나 INSEAD에 지원한 만큼 정말 많은 친구들이 컨설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Case interview 준비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실제로 이 친구들은 모두 원하는 컨설팅 업체에 취직됐다). 학교에 들어가면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학교 생활에는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 하지만 세 가지를 모두 다 얻지 못하기 때문에 두 개를 얻으려면 한 개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1) 잠, 2) 공부, 그리고 3) 놀기이다. 공부도 잘하고 놀고 싶다면 잠을 포기해야 하고, 잠도 잘 자고 공부도 잘 하고 싶다면 놀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잠을 포기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노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다. 이렇게 주변 친구들만 보면서도 이틀 사이에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았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Kilo. 필자가 이전에 말한 것과 같이 발리에는 고급 식당들이 많다. 아무래도 신혼여행을 많이 오다 보니까 이러한 느낌의 식당들이 많아진 것 같다. 발리의 경우 물가가 많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 가서 실컷 먹어도 한국 대비 많이 저렴한 편이다. Kilo의 경우 다양한 퓨전 음식들이 많이 있었는데, 재밌었던 것은 평생 채식을 해온 인도 친구가 (종교 때문이 아닌 가족들이 채식주의자여서) 처음으로 해산물을 먹어봤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먹는 계란의 경우 너무 비려서 먹지 못한다고 했고 해산물의 경우 너무 향이 강렬해서 한 입 먹고 먹지 못하는 것을 봤다. 참 사람이 어려서부터 뭘 먹냐에 따라서 많이 다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여하튼 분위기 좋은 식당으로 강추하는 Kilo!
밥을 먹고 와인도 한잔하고 이틀 동안 정말 많은 걸 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클럽으로 이동했다. 정말 체력도 대단하고 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화력도 다들 좋은 편이라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술도 마시고, 다음 날 빌라에서의 바비큐까지 초대했다. 아무래도 워낙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낯설어서인지 많은 분들이 물어봤고, 학교를 설명하면서 모든 국적의 친구들이 모이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우리는 새벽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다음 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반 정도 있었고, 남아서 여행하기로 한 친구들이 반 정도 됐던 것 같다. 필자의 경우도 태국 여행을 하려다가 남아서 더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에 맥주를 들고 빌라에 앉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잘 생각해보면 본지 이제 48시간도 되지 않은 친구들과의 이별에 이렇게 아쉬워한다는 게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