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여행길"
같이 여행을 시작한지 48시간이 지나고 친구들 반 정도가 본인들의 갈길을 떠났다.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상태이기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경우였고, 동남아 여행을 하려고 했던 필자는 남은 친구들과 함께 발리의 다른 곳들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정이 들었는지, 헤어질 때는 마치 친한 친구들과 오랫동안 못 볼 것처럼 다들 아쉬워했다. 아래 사진은 빌라에서 먹었던 마지막 바비큐 사진인데 필자가 이전에 말한 것과 같이 발리를 가게 될 경우 친한 친구들 특히 커플들끼리 해서 여행을 하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빌라를 나눠 쓰면서 바비큐까지 하면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인도네시아 친구 역시 본인의 회사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이방인들끼리 여행을 시작했다. 다음 행선지는 우붓 (Ubud)! 한국 관광객보단 외국 분들에게 굉장히 유명한 곳이다. 유네스코에 지정된 멋진 논밭 (Rice field)과 영화 <Eat, Pray, Love>의 배경이 되는 곳들이기 때문에 장기간으로 발리 여행을 온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꾸따의 발리와는 다른 느낌이다. 허나 우붓으로 가는 길은 멀고 고되다. 발리의 몇 안 되는 단점으로는 교통이다. 택시비가 비싸지는 않지만 (굉장히 싸다) 도로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짧은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한동안 도로에 멈춰 있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붓 같은 경우에도 지리상으로 먼 거리는 아니지만 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약 2시간 동안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충분히 그만한 시간을 투자하여 갈만한 곳이다. 강추!
우리는 밤에 호텔에 도착하여 근처 샵에서 마사지를 받고 (드디어 그 유명한 발레니즈 마사지를 받았다), 가볍게 술을 마셨다. 최근 몇일 간 다들 쉼 없이 놀았기 때문에 그 날만큼은 조금만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우리가 지낸 호텔은 특이한 구조였는데 아래와 같이 논밭에 둘러싸여 있는 호텔이었다. 모기가 많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별로 없어서 신기해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리가 처음 들린 곳은 루왁커피를 제조하는 곳이다. 고양이 똥 커피로 유명한 루왁 커피. 발리는 워낙 커피로 유명한 곳이라서 최종 목적지인 논밭을 가기 전에 들렸던 곳이다. 이 곳에 가게 되면 제조 방식부터 해서 루왁 커피라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도 뽑힌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사육 당하는 루왁을 보면서 사실 좀 안타깝기도 하였고 이 많은 과정을 처음 발견한 인간들은 참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음미하고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논밭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정확한 명칭은 Tegalalang Rice Terrace 이다. 별생각 없이 간 곳이었는데 막상 그곳을 마주하게 되면 아름다운 장관에 놀라게 된다. 인조적으로 만든 논밭이지만 자연에 더불어 아름답게 만들어졌고, 국내 보성 녹차밭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경험도 좋을 것 같다.
실컷 논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우리는 (필자는) 어딘지 모르겠지만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 했다. 인도네시아 친구가 없었지만, 그 친구가 떠나기 전에 알려준 가이드 겸 드라이버 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돌아다녔다. 서핑도 했고 클럽 위주의 여행은 이미 했으니 이번에는 조금 전통적 문화를 보려고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보니 점점 비가 오기 시작했고 우리는 점심시간이 되어서 산 꼭대기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아직도 그때 기억이 나는 게 그 순간이 미국 대선이 종료되고 투표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중 미국 친구가 있었는데, 초조해하면서 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을 먹던 중 그 친구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었다. 인터넷이 잘 되지 않던 산 꼭대기여서 투표 결과를 확인하지 못 했지만 전화를 통하여 결과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그 친구가 던졌던 그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What should we do dad.
마치 세상이 무너질 것과 같이 이야기했고 그때 나는 그 친구를 위로해줄 겸 국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준 것들이 생각난다 (국내는 더 했다). 돌이켜보면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과 같다. 그 친구의 경우 현재 영국에 있는 투자은행에 취직하여 밤과 낮 없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이 되고 학교 친구들 중 비자가 없는 경우 미국으로 취업하려는 학생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미국 비자를 받는 게 쉽지도 않을뿐더러,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취직을 하고 싶기에 INSEAD에 지원을 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에서 일을 정말 하고 싶은 친구들의 경우 미국 대기업에 취직해 일 년 후 Internal transfer를 준비한다고 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 외에 크게 미국 취업에 집착하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MBA 과정을 졸업하고 나면 많은 친구들이 다양한 커리어 변화를 갖게 되는데, 그 중 학교는 3가지 변화에 대해서 많은 강조를 한다. 이는 (1) 산업군인 Industry (i.e., pharmaceutical, tech, consulting...), (2) 관련 업무인 Function (i.e., PM, sales, marketing...), 그리고 (3) 일하는 나라, 도시를 속하는 Location (i.e., London, Berlin, Dubai, Singapore...)이다. 필자의 기억으로 약 25% 정도의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이 모든 3가지를 변경한다고 한다. 필자 역시 이에 속하는 부분이었는데 워낙 친구들마다 다양한 이유로 결정을 하기 때문에 특정한 패턴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필자의 경우는 Industry와 Function에 중점을 두고 커리어를 결정한 케이스로 예상하지도 못했던 Location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는 현재 Luxembourg 에 위치한 미국 IT 기업에서 Senior product manager로 근무하고 있다. 크라잉 넛의 노래로만 들어봤던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을 해본 적 없지만 재밌는 경험이라고 생각이 들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추후 필자의 취업 경험들에 대해서 자세히 적도록 하겠다. 이와 같이 MBA의 장점은 졸업 후 본인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국가에서 일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결국 본인의 결정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도전해봐야 할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여행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수많은 사원들을 다녔다. 우리의 일정은 빽빽했고 날씨는 흐렸지만 그럼에도 다들 활기차게 구경을 했다. 저녁이 되서는 발리의 전통 춤인 째깍 춤을 보러 갔다. "째깍째깍" 거리는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인데, 필자가 예전에 잠시 공부했던 태국 뮤지컬 <하누만>에 나오는 동일한 신들이 등장하였고, 동남아 특유의 춤사위를 즐겼다. 덕분에 우리는 흥이 넘쳐났고 우리는 다시 신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과 같이 숙취와 함께 마지막 날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