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적자니 끝이 없네..."
이번 편으로 pre-MBA trip 관련된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여행 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다. 아직 학교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마지막으로 필자가 다녔던 관광 장소들과 식당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우리 모두 일찍 일어나 버스에 올랐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동쪽에 위치한 아메드. 짧은 거리이지만 도로가 잘 되어 있지 않다 보니 상당히 오랜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니 발리로 여행을 올 생각이고 이곳저곳을 다닐 예정이라면 멀미약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진심이다). 전날도 열심히 달렸던지라 많은 친구들이 숙취로 괴로워하고 있었고, 가던 중 발견된 휴게소 비슷한 슈퍼에서 코코넛을 구매해 해장을 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우리가 도착한 곳은 ''천국의 문'이 있다는 렘퓨양 사원. Lempuyang 산에 위치한 사원으로 마치 천국으로 들어갈 것만 같은 광경을 지니고 있는 사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필자가 찍었던 사진 중 천국의 문의 사진은 보이지가 않는다 (필자가 모르고 지나쳤을수도 있다).
관광객들이 워낙 많은 곳이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운 좋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조용한 사원을 거닐면서 천천히 구경을 했다. 동남아시아의 사원들은 본인들만의 특색이 워낙 다양하여 어떤 사원을 가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산 정상에 위치한 이 사원의 경우 산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동쪽까지 여행할 정도로 긴 기간 동안 발리를 왔다면 꼭 한번 다녀와보기를 추천한다.
그 후 우리는 아메드에 도착했다. 필자가 본 스노컬링 장소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10대의 생활 중 6년을 푸껫에서 살았기 때문에 나름 믿을만하다. 아메드의 특징으로는 우선 사람이 별로 없다. 덕분에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바닷가에서 천천히 스노 컬링을 즐길 수 있다. 이 주변에 사는 로컬 아이들도 같이 바다에 뛰어들어 친구들끼리 장난치는 모습을 보며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 곳의 스노컬링이 아름다운 이유는 발아래로 보이게 되는 산호초들 때문이다. 보통 스노컬링 하면 바다 아래로 보이는 물고기들만 감상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 곳은 다리 훨씬 아래 위치한 산호초들과 물고기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필자는 물고기를 살짝 무서워한다. 하지만 수면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넉을 놓고 쳐다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렘퓨양 사원을 들렸다가 아메드를 들려서 스노컬링까지 하기를 추천한다.
동남아는 비슷하다. 바다가 보이고 특유의 습함이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필자에게도 발리는 색다른 곳이다. 지금도 숨 쉬고 있는 화산을 보유한 발리. 동서남북을 다녀볼 때마다 각각의 특색이 다양했고,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이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친절했고 세계적인 관광지인데도 불구하고 물가는 비싸지 않았다. 이렇게 여행을 마친 우리는 모두 서로의 길을 떠났지만 필자는 이 후에도 2주 동안 발리에 남아서 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관광지를 다니며 느낀 점은 발리는 일 년에 한 번씩 꼭 다시 돌아오고 싶은 그런 장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가 그 후 방문했던 발리는 이때만큼 아니면 더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필자는 2주 동안 꾸따에서 지내면서 서핑을 했다. 꾸따 쪽에는 저렴하지만 괜찮은 가성비 좋은 호텔들이 많다. 특히 혼자 지낸다면 3-4만 원 가격에 괜찮은 호텔에서 묵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꾸따는 서핑하기에도 가깝고 (최근 들어서 쓰레기가 많아져서 서핑하기 불편하지만) 은근히 깔끔하고 맛있는 식당들도 많다. 그래서 필자가 다녔던 식당들과 관광지를 몇 곳만 소개하고자 한다:
1. Fat chow
구글맵에서 확인해보니 평점이 굉장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 느낌이 나는 힙한 버거 가게이다. 필자도 가서 발리의 로컬 맥주 빈 땅과 버거를 먹었는데 baam!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음식의 경우 타 동남아 대비 덜 자극적이기 때문에 이런 서양 음식을 간간히 먹어주면 두배로 맛있는 것 같다. 꾸따 쇼핑몰 근처에 위치한 팻 쵸우. 햄버거 먹고 싶다면 고우
2. 꾸따에 위치한 한국식당
물론 여러 군데 있는데 사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특이한 경험을 해서이다. 한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알아보니 필자의 호텔 근처에 한식집이 있었다. 오전 서핑을 하고 기대에 부풀어 식당에 도착했고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하지만 얼마 후 직원은 반찬과 찌개만 가져다주고 밥은 주지 않았다. 순간 아 밥은 따로 시켜야 하나? 싶어서 물어보니 "아 지금 밥 지을 거야 먼저 먹어"라고 쿨하게 답해주는 인도네시아 청년... 재밌는 경험이었다.
3. Nebula
발리 여행을 준비해준 인도네시아 친구가 추천해준 식당이다. 마찬가지로 꾸따에 위치한 식당으로 팻 쵸우와는 바로 옆에 있다. 깔끔한 느낌의 식당으로 필자는 아래와 같이 빵에 고기가 있는 메뉴를 주문해서 먹었다. 뭔가 여자 친구와 같이 와서 타파스 느낌으로 몇 개 주문해놓고 칵테일을 마시면 어떨까 싶은 느낌의 바 + 식당이다. 그렇다 필자는 혼자 왔다.
4. 어디서든 파는 미고랭
동남아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던 필자에게 미고랭 라면은 마치 비빔면과도 같은 존재이다. 저녁마다 한국 라면이 없을 때마다 끓여먹었던 라면인데, 이 곳에서는 어떤 식당에 가도 미고랭을 만날 수 있다. 봉지 라면을 사서 끓여주는 느낌이라서 기대 이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미고랭은 항상 옳다.
5. Goku BBQ
서퍼들의 성지라고 한다. 운 좋게도 필자가 갔을 때 리노베이션이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 일 년 뒤에 가보니까 장사를 안 하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립을 전문으로 하는 립 가게. 서퍼들이 항상 식사를 하기 위해서 찾는다고 해서 기대해서 갔지만 손님은 필자 혼자였다. 짭짤한 립이 맛있었던 고쿠 바비큐. 하지만 사실 한 번밖에 안 갔다 (솔직).
6. Merah putih (추천)
필자가 너무 좋아하는 식당이다. 나름 발리에서는 비싼 식당으로 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로 쳤을 때 초 고가도 아니다. 화려한 장식들과 높은 천장을 갖은 식당은 마치 신혼여행 부부들을 위해서 만들어놓은 식당 같았다. 필자의 경우 1주일 동안 혼자 지내면서 서핑을 하고 있다가 다른 곳으로 여행 갔다가 돌아온 커플 친구들과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사람 만나서 얼마나 즐겁던지 혼자서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고 그 친구들은 필자를 짠하게 바라봤다... 추후 졸업여행에서 친구들 15명과 같이 와서 식사를 했다. 2층에는 단체도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끼리 와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이 곳의 이색적인 느낌은 신혼부부에게 추천한다. 발리에 오게 된다면 꼭 한번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7. Uluwatu 사원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 울루와투 사원. 관광객들이 북적북적한 이 곳은 발리 최고의 광경을 가지고 있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파도들은 때론 멍을 때리고 보고만 있어도 좋다. 이 사원의 경우 굉장히 많은 원숭이들이 살고 있다. 조심해라. 모자를 쓰고 있거나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면 이 친구들이 가져가서 바나나와 협상을 할 것이다. 필자 앞에서 아저씨는 모자를 빼앗겼고 생각보다 쿨하게 돌아가셔서 원숭이와 필자 모두 당황했던 기억 있다. 또한 필자가 집에 돌아가려고 신나게 걸어가고 있는데 걸음소리에 원숭이가 놀랬다. 원숭이는 필자가 시비를 거는 줄 알았고 겁이 많은 필자 역시 이 녀석이 공격적으로 달려들기에 한국말로 말싸움을 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원숭이에게 시비 걸지 말자.
8. 마네가 카페
예전에 우결에서 나왔던 곳으로 기억한다. 많은 관광객들이 바닷가에서 식사를 할 수 있기에 많이 찾는다. 필자의 경우 도전했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에 가서 식사를 해야 했다. 그 후 1년 후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한번 마네가 카페를 찾았다. 그 때 필자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가족과 함께 꼭 한번 찾고 싶다. 음식이 맛있기보다는 그 순간의 경험과 그 순간의 행복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모든 곳들을 적지 않았지만 발리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사실 사진을 찾을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만). 이렇게 필자는 발리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5년 동안 일밖에 모르던 생활에서 벗어나 필자만의 시간을 만끽했고 다시 생각해도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라는 생각을 항상 했다. 특히 해가 지평선을 마주하는 시간에 사무실이 아닌 바닷가에서 감상하던 시간들은 필자가 평생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필자가 여행에서 느낀 결론은 간단하다. MBA 학교에서 오퍼를 받은 경우, 여행을 가라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특히 학교 친구들과 함께 갈 수 기회가 있다면 어색하겠지만 무작정 가봐라. MBA를 가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이런 여행을 통해서 당신은 소중한 친구들을 사귈 것이고, 이때까지 고생한 본인에게 보상을 해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를 통해서 본인만의 새로운 사고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