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는요"
학교 생활에 대해서 다루기 전에 우선 학교 설명을 간단하게 하고자 한다. 인시아드라는 학교의 경우 필자도 MBA 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심지어 대학교와 대학원을 모두 영국에서 나왔는데도 인시아드라는 학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 (필자는 공대 출신 이기도 하다). 그렇게 MBA 과정을 준비 시작하기 전 여러 학교를 알아보던 중 관심이 가는 학교가 되었다. 오늘은 필자가 알고 있는 학교에 대한 정보와 학교를 지원하게 된 이유 그리고 짧게나마 필자의 생각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INSEAD
"Institut Européen d'Administration des Affaires"이라는 프랑스어의 줄임말이다. 영어로 번역해보면 European Institute of Business Administration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대학원이다. 학부과정이 없고 MBA와 석박 과정만 다루고 있는 학교이다. 그 덕분에 학부와 함께 있는 학교 대비 대중적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고 또한 학교를 다니는 학생 분들의 평균 나이 또한 굉장히 높다. 그 결과 캠퍼스를 거닐다가 보면 대부분 유모차를 끌고 다니신다. 덕분에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방 시설을 잘 마련해놨다.
Ranking
INSEAD의 경우 필자가 지원하기 3개월 전, Financial Times 2016년도 MBA 세계랭킹 1위를 하면서 급격하게 인지도가 나름 올라갔다. 그 기세를 몰아서 INSEAD는 Financial Times 2017년 (필자가 학교를 다니던 중)에서도 1등을 할 수 있었다. 입학사정관 분과 이야기를 하던 중 랭킹 상승 덕분에 지원자가 약 30% 증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해봐야할 것은 MBA 랭킹을 다루는 매체는 정말 많다. 미국 학교만 따로 다루는 랭킹이 있는가 하면, 세계적으로 랭킹을 다루기도 하는데, 이는 어떠한 잣대를 가지고 학교를 비교하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아무리 INSEAD가 Financial Times에서 1등을 하더라도 다른 랭킹에서 10위 안에도 못 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곳에서는 ROI (Return on investment)에 더 많은 중점을 두기도 하고 어떤 곳에는 취업률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MBA 과정 자체를 랭킹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원자가 하고자 하는 커리어를 학교가 얼마나 많은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지 혹은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그 쪽에 더 많은 포커스를 가져갔으면 한다. 특히 흔히 말하는 탑스쿨에 들어가면 웬만한 유명 기업 입구까지는 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다음부터는 개개인의 능력에 달려 있으니, 너무 랭킹에 목매달지 말라고 하고 싶다. 물론 한국의 경우 이 랭킹을 좀 중요시 생각하는 건 있다.
Location
개인적으로 INSEAD를 택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인 캠퍼스의 위치이다. 처음 프랑스 퐁텐블로에서 시작한 INSEAD는 The business school for the world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현재는 싱가포르와 아부다비에 모든 캠퍼스를 가지고 있고, 또한 미국으로도 확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상당한 이 점을 가지고 오는데, 우선 학생들은 학교에 지원할 때 시작하고 싶은 캠퍼스를 정해야 한다. 시작은 퐁텐블로 캠퍼스와 싱가포르 캠퍼스 둘 중에서만 할 수 있는데, 어디에서 시작하든지 어떠한 단점도 없고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유럽에서 취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유럽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아시아에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서양 친구들은 싱가포르에서 시작해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작한 캠퍼스에서 졸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약 4달 후 학생들은 2달 단위로 캠퍼스 스위치를 할 수가 있는데 이는 학교 시작할 때 주어지는 포인트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이동해야 한다 (이 포인트는 추후 수강하는 과목을 정하는데도 사용이 된다). INSEAD의 장점 중 하나는 미국 Wharton과 Kellogg 그리고 중국에 CEIBS와 partnership을 맺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아메리카 쪽에서 취직을 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취업 시기에 교환학생을 가기도 한다. Wharton이나 Kellogg에 가게 된다면 동일한 커리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퐁텐블로 캠퍼스에서 시작해서 6개월을 지냈고 여름 방학을 보낸 후에 4개월을 싱가포르 캠퍼스에서 보냈다. 두 캠퍼스 모두 너무나 큰 장점들이 많기 때문에 둘 다 만족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Curriculum
INSEAD MBA의 가장 큰 매력은 1년짜리 코스라는 것이다. 미국 경영대학원들의 경우 대부분 2년짜리 코스인 것에 비해서 INSEAD는 깔끔하게 1년, 그것도 10개월 안에 끝낸다. 덕분에 생활비와 학비가 미국 학교 대비에서 싸기도 하다. 최근 인기가 급 상승하면서 학비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미국보다 저렴하다. 그렇기 때문에 ROI도 다른 학교들 대비 좋다. 물론 단점으로는 너무 빨리 끝난다는 것이다. 친구들이랑 너무 친해져서 더 많은 여행을 다니고 싶은데 헤어져야하니 조금 더 길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INSEAD는 매년 2번의 Intake을 한다. 이는 반년 주기로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12월에 졸업하는 D 클래스 (예: 필자는 17D), 그리고 7월에 졸업하는 J 클래스가 있다. 언제 입학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니다.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동일한 교육과정이고 동일한 코스를 듣게 되지만, 본인들이 취업하는 산업군이 언제 주로 사람들을 뽑는지, 본인이 인턴십을 경험하고 싶은지 등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민해봐야 한다. D 클래스의 경우 1월에 입학해서 12월에 졸업하게 되는데, 그 사이 2달 간의 방학이 있다. 이때 학생들은 인턴십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1달간의 유럽 여행과 1달간의 인턴십을 했는데 가장 즐거웠던 기억 중에 하나였던 것 같기도 하다. 혹여나 Full time 취업 전에 다른 회사를 경험해보고 싶은 경우 D 클래스로 지원하는게 좋을 것 같다. 단점으로는 Finance 쪽 취업에는 오히려 J 클래스가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유명한 투자회사들 (모건스탠리, 골드만 등등)이 INSEAD를 주로 1-2월에 찾는다. 그리고 이때 바로 면접도 보고 인턴십이나 풀타임 오퍼를 주게 되는데, 이는 D 클래스가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된다. 그 결과 Finance 경험이 없는 친구들에게는 나름 Disadvantage가 된다. 이를 보완하고자 학교는 입학 전부터 준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유해주거나 입학 전 career trek을 운영한다. J 클래스의 경우 아부다비 교환학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에 비해서 인턴십이 없다는 점이 좀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INSEAD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어느 캠퍼스를 다닐 것인지 그리고 언제 시작할 건지에 대한 결정을 나름 신중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INSEAD는 10달 과정이다. 2달씩 나눠서 한 Period라고 부르게 되는데, 학생들끼리는 "너 P3때 어디서 공부할 거야?"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Period 사이에는 방학이 있는데 길면 2주 (특히 J 클래스는 겨울에 긴 방학을 받게 된다) 짧으면 Long weekend 정도의 시간을 준다. 이때 학생들은 여행을 다니거나 다른 캠퍼스로 이동 한다. P1, P2, 그리고 약간의 P3 에는 흔히 말하는 Core course를 듣는다. 이는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듣는 과정으로 MBA 나왔으면 알고 있어야 할 기초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 후 나머지 기간 동안은 Elective course를 졸업할 수 있는 점수까지 이수하면 된다. 원한다면 추가 수업을 듣는 것도 가능하지만 리미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교수님께 말하면 허락해주신다).
Diversity
INSEAD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Georges Doriot 교수에 의해서 설립된 학교이다. 교수는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세계 리더들을 한 곳으로 모아 토론하고 양성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라는 비전으로 INSEAD를 설립했다. 그 덕분에 현재까지도 학교는 The business school for the world라는 슬로건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또한 각 반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을 수 없도록 유지하고 있다. 학교 측의 설명은 간단하다. 만약 한 국적이 과반수 이상이 되면 이는 소수의 의견을 묵살시킬 수도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과반수가 동일 문화권 출신이라면 자유로운 토론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학교에서는 Diversity를 중요시한다. 필자가 입학했을 때의 경우, 한국 학생들은 총 6명이었다 (물론 교포분들도 계셨지만). 그나마 많은 친구들의 경우 인도, 중국, 레바논 정도이지만 이는 15%를 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고 모두가 서로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이는 추후 졸업 후에도 졸업생들 간에 끈끈함을 유지해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데, 그 결과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인시아드 졸업생이 있다. 본인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에 여행 혹은 출장을 갈 경우에도 해당 국가에 있는 졸업생과 쉽게 만날 수 있다. 전혀 모르는 사이이지만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쉽게 친해진다. 필자의 경우, 현재 근무하고 있는 기업에 입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영국 Country lead와 통화를 한적 있다. 그러다가 그 분 역시 INSEAD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는 업무와 상관없이 힘든 일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을 줘라 라는 말을 해줬다 (갬동).
Alumni
INSEAD는 소리 없이 강한 학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못 하지만 Fortune 500 기업 중 하버드 다음으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학교이다. 유명 졸업생들은 구글에만 쳐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모두들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프랑스/싱가포르에서 같이 공부를 하고 각국으로 돌아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처음 설립자인 Doriot 교수가 원했던 그림이 잘 이뤄진 것 같다. INSEAD는 특히 유럽에서 강하다. 한 가지 예로는 필자가 프랑스 파리에서 하는 스타트업 컨프런스 Viva tech이라는 이벤트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필자의 경우 학교의 Tech, Media, Telecom club (TMT) 담당자여서 학생들을 데리고 이 행사 참석을 준비한 적이 있다. 작년에는 마크 주커버그, 그 전에는 에릭 슈미트를 포함한 워낙 유명인사들이 많이 참석하는 행사로, TMT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배울게 많을 것 이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필자는 제일 먼저 학교 담당자에게 찾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물어봤고, 생각보다 간단하게 이 행사의 CMO가 학교 출신이라고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바로 링크드인을 통해 콜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음 날 바로 답장이 왔고, 당연히 학생들을 위해서 스폰서 해주겠다며 실무자를 소개해줬다. 덕분에 우리는 몇 백만 원어치의 티켓을 무료로 받아서 행사를 다녀올 수 있었다. 그 후 행사장을 다니는데 인시아드 배지를 보고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본인도 인시아드 졸업생이라며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이 만났으면 한다고 했다. 도대체 누구일까 라는 생각에 친구들을 모으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분은 Eurostar의 CEO 였고, 이러한 행사들을 다니기 위해서 Eurostar 티켓이 필요하다면 본인에게 직접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셨다... 마지막 행사를 보러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엔딩은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 Publicis CEO가 진행하고 Video conference로 페이스북 COO 쉐릴 샌드버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맨 앞줄에 앉아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행사가 끝날 무렵 우리를 보시더니 혹시 INSEAD 출신이냐고 물어보시고 끝나고 남으라고 했다. 알고 보니 이 분도 INSEAD 졸업생이어서,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단체 사진도 찍고 학교로 돌아온 적이 있다. 학생들 모두 별 생각 없이 행사에 참석 했다가 학교 alumni가 대단하구나 라며 감탄했었다.
INSEAD는 보면 알수록 재밌는 학교이다. 처음 입학했을 때 졸업생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이 해는 너의 최고의 해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귀담아듣지 않았는데, 이제 졸업하고 반년이 되어가는 이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정말 맞는 것 같다. 모든 걸 떠나서 즐겁고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곳 같다.
다음 편: INSEAD part 2 - 졸업 후 커리어와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