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하고 어디 취직할 수 있어요?"
필자가 퇴사했을 때 많은 분들, 특히 부모님이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모험을 하려고 하는 것이냐? 무슨 대책이 있냐? 선배들은 졸업하고 어디 간데? 등등 많은 질문들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압구정동 근처에서 GMAT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 에세이나 지원서를 쓰는 분들 모두 한편으로는 그러한 걱정을 할 것이다. 오늘은 필자가 나왔던 INSEAD 최근 졸업생 기준으로 현재 취업 시장이 어떻고 졸업 후 어떠한 길이 있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하고자 한다.
1. 경영 컨설팅 (Management consulting)
인시아드를 온 이상 경영 컨설팅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학교 첫날부터 MBB (맥킨지/베인/비시지)를 더불어 다양한 컨설팅 기업의 선물 공세가 시작된다. 물론 비싼 물건들은 아니지만 입학을 축하한다는 레터를 보낼 정도로 인시아드 출신 학생들을 취업시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학교를 방문했던 컨설팅 기업들 발표에 의하면 전 세계 MBA 학교를 통틀어 인시아드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을 데려간다고 한다. 그만큼 경영 컨설팅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른 학교 가지 말고 인시아드 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또한 재학생 중 컨설턴트 출신 비율이 많은 편이다. 덕분에 컨설팅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졸업 후 지금 필자의 친구들을 둘러봐도 적어도 25%는 컨설팅에 입사한 것 같다. 학교에서도 그에 맞추어 첫 번째 학기 주말에 케이스 스터디 관련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INSEAD Consulting club은 다양한 Mock interview나 training session을 열어서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컨설팅을 목표로 입학한 친구들은 대부분 원하는 골을 성취한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컨설팅을 가려고 할까?
필자의 친구들에게 참 많이 물어봤던 질문들이다. 힘들기로 유명한 업종인데 (주말에 만난 맥킨지에 다니는 친구 말로는 프로젝트 평균 퇴근 시간이 새벽 2시라고 한다 - 한국만 늦게까지 일하는 게 아니다) 왜 이렇게들 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이에 대답은 사람마다 달랐는데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 Path finder: 졸업 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컨설팅을 통한 다양한 산업군 경험을 하고 싶다.
- Training purpose: 일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다. 프로젝트들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싶다.
- Career accceleration: 고속 승진을 한 후 본인이 원하는 산업군 높은 포지션으로 취직하고 싶다.
- Financial: 페이가 좋은 편이다. 물론 입사 후 승진하게 되면 굉장히 빠른 Salary increase 가능
그렇다면 단점은 없나?
아무래도 워라밸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 M사 런던 오피스와 연결이 닿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초기에 5명의 멘토를 연결시켜줘서 정말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최대한 조심히 말하려고 하는 점이 워라밸이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가 없을 때는 굉장히 유연한 근무시간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1년 근무 후부터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1년 중 2~3개월은 아예 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강조하는 것과 같이 많은 컨설턴트들이 오래 참지 못 하고 그만두는 이유가 워라밸이다. 이제 입사한 지 약 반년이 되어가는 컨설턴트 친구들 중에서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회사 프로젝트들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는 점과 프로젝트를 끝낼 때마다 오는 성취감 + 만족감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2. 투자은행 (Investment banking)
필자가 이 쪽은 아는게 많지는 않지만 INSEAD에서 경험한 것만 함축적으로 이야기하겠다. 우선 Finance background가 없다면 이 쪽으로의 취직은 어려운 편이다 (적어도 INSEAD에서는).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기업 투자은행 쪽으로 취직한 친구들은 입학 전 증권가에 있던 친구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MBA 졸업생을 데려간다는 것은 회사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의 포지션을 준다는 말이다. 그런데 전문지식이 없다면 굳이 데려갈 필요가 없다고 했고, 이 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Finance background가 있고 영어도 잘한다면 런던/싱가포르/홍콩 투자은행 쪽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아서 투자은행 취업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를 보면서 투자은행 쪽 취직은 어렵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필자는 그러한 경험도 없고 학교에서 아직 배운 게 없기 때문에 지원을 하지도 않았다 (사실 관심도 별로 없었다). 이와 같이 투자은행 쪽 지원을 하고 굉장히 빠르게 면접을 보게 되는데, 학생들은 입학 후 거의 1달 만에 투자은행 인턴십을 갖게 된다. 그리고 정말 맞지 않은 이상 풀타임을 못 받는 친구들은 없었으니 말 그대로 입학하자마자 취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은 간단하다. 장점은 돈을 많이 벌고 또한 돈을 많이 벌고 또한 돈을 많이 번다는 점이고. 단점은 컨설팅보다 더 안 좋은 워라밸을 갖고 살아야 한다. 필자의 친구들을 보면 젊을 때 뛰어들어서 짧게 벌고 나와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다.
3. 테크 회사 (Tech firm)
가장 핫한 업계다.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업계고 필자가 타깃 했던 산업군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FAANG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과 다양한 회사들을 테크 회사라고 부른다. 인터넷에 보면 공짜 점심을 주고 회사 내에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는 공간이 있는, 뭔가 세상을 바꾸는 제품이나,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하는, 그만큼 신나 보이는 그런 업계다.
필자는 정말 열심히 선배들을 만나러 다녔다. 링크드인을 통해서 콜드 콜도 했었고 직접 찾아가서 점심을 먹은 적도 많다. Tech club 임원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행사를 이끌기도 했는데, 이때 경험을 하며 상당히 안타까운 점들이 있었다. 우선 테크 회사들은 MBA 졸업생들을 바로 데려오는 걸 좋아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나뉜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 우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굉장히 우호적이다. 아마존의 경우 현재 미국/유럽/중국에 Leadership program을 통해서 다양한 MBA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필자가 이 프로그램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MACH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졸업생들을 모으고 있다. 다만 필자의 학년 때에는 1차 인터뷰 합격을 주고 대대적인 인사 정리가 있어서 추가 면접없이 많은 학생들을 탈락 시켰다. 반대로 MBA 졸업생들에 대해 관심없는 테크 기업들도 많다. 예를 들면 구글과 페이스북. 물론 안 데려가겠다는 아니지만 MBA에서의 경험을 value 해서 데려가는 건 아니다. 다만 MBA 입학 전 경험을 보고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 채용한다. 현재 구글/페이스북에 다니시는 선배분들의 말씀으로는 차라리 컨설팅에 가서 몇 년 근무하다가 지원하면 입사가 현재보다 쉬울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테크를 가려고 할까?
필자는 재밌어 보이기 때문에 지원했다. 실제로 우리들이 사용하는 기술들을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고 또한 미래의 기술을 만드는 회사들이다. 그만큼 핫하고 트렌디한 기업들이 아닐까 한다. 테크 회사의 경우 다양한 대기업 대비 워라밸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더 인기 있는 것 같다.
왜 테크 회사들은 MBA를 value하지 않는가?
인터넷 기업/테크 기업의 경우 흔히 말하는 코딩하는 엔지니어가 주인공인 회사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 + 학교에서 자주 다룬 토론 주제이다). 물론 회사마다 이를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지만 구글/페이스북의 경우 Product Manager ("PM")를 채용할 때 Computer science background를 당연시한다. 제품이 만들어질 때 사용되는 컴퓨터 언어나 시스템 적인 부분을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맞는 선택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아마존의 경우 MBA들을 PM 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Technical Product Manager ("TPM")라는 포지션을 따로 채용을 한다. 그래서 PM은 순수하게 비즈니스 적인 측면에서 제품의 비전을 구상하는 것이고 기술적인 부분은 TPM을 통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구글의 CEO나 마이크로소프트 CEO 모두 MBA 출신인 것을 감안한다면 value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MBA 졸업생들을 바로 채용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나름 이해가 간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Entrepreneurship, non-profit, family business 등등 다양한 방향으로 많이들 간다. INSEAD의 경우 유럽 첫 번째 유니콘 스타트업인 Bla bla car를 창업한 Frédéric Mazzella가 졸업생으로 있다. 그는 학교 행사에 자주 참석해서 학생들을 많이 격려해주고는 한다. 이와 같이 학교는 갈수록 Entrepreneurship 쪽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양한 코스, Startup idea competition을 통한 상금 지원, 학교를 방문하는 Venture capitalist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션들을 예약할 수 있다. Non-profit의 경우 유럽에 위치해 있다 보니 UN으로 가는 친구들도 꽤 있었고,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아프리카 쪽의 non-profit으로 뛰어드는 친구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럽 기업 자녀들이 와서 공부를 하고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서 돌아가는 경우들도 많이 있다.
MBA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입학한다면, 그리고 입학 후에 끝없는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필자가 처음 입학하고 한 번도 이야기 나눠본 적 없던 G사 현 전무분에게 메일을 보낸 적 있다. 그분 역시 MBA 출신이었기에 예전 생각이 나셨는지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고, 마지막으로 그분이 해주셨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MBA 후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빨리 정하세요. 학교는 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 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서포트할 것입니다. 너무 오랜 고민 끝에 이러한 기회를 날리는 것도 상당히 아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