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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Aug 13. 2018

MBA 17. INSEAD - 집 그리고 P1

"어디서 살아야 할까?"

학교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2017년 1월 2일 프랑스행 비행기를 탔다. 가족들과 새해를 보내고 바로 출국을 했다. 인시아드는 초기 campus를 정할 수 있었는데, 필자는 프랑스로 정했다. 그리고 여름까지 유럽 생활을 하다가 싱가포르 캠퍼스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폴레옹이 사랑한 퐁텐블로 성


인시아드는 퐁텐블로라는 파리의 근교 도시에 위치한다.

관광객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퐁텐블로 성을 보기 위해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있다. 나폴레옹이 가장 사랑했던 성으로 알려진 퐁텐블로 성은 현재 박물관처럼 출입이 가능하다. 또한 인시아드 Summer ball이나 recruitment event들도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성이 학교 근처에 있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굉장히 운치 있었다. 퐁텐브로는 또한 인상주의 작품들이 그려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예: 모네의 퐁텐블로 숲). 쉬는 날 퐁텐블로 숲을 산책하다 보면 멧돼지를 볼 수 도 있다 (필자는 다행히 한번도 그러한 경험이 없다). 예전 프랑스 왕들의 사냥터였고 많은 작가들이 캔버스를 가져와 그림을 그렸던 곳이었다.


학교를 시작한 1월 말의 경우 썩 날씨가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아침이면 안개가 자욱했고 비가 많이 왔으며 생각보다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장을 입고 취업행사를 비를 맞으면 간 적도 많았고 아침이 되어도 해가 뜨지 않아서 조금 우울한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봄과 여름이 오면서 퐁텐블로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림같던 퐁텐블로의 골목 길. 어디를 가던지 상당히 조용한 동네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디서 지낼까?

인시아드는 기숙사가 없다. 학생들은 알아서 집을 구해야 하는데, 퐁텐블로에는 타 MBA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Chateau라는 곳에서 숙박을 하는 것인데, 그대로 번역을 하면 성에서 산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우리가 상상하는 거대한 성은 아니고 조금 큰 저택에서 6-12명까지 같이 생활을 하는 방식이다. 조금 외곽에 구할 경우 진짜 성 중 어느 부분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럴 경우 차를 가지고 통학을 해야 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필자의 경우 야외 정원도 있고,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서 필자 역시 Villa Foch라는 곳에서 살게 되었다. 집이 그렇게 뛰어나게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한 집에서 지내면서 여름에는 바비큐도 해 먹고 새벽까지 와인도 마시며 잘 지냈던 거 같아서 굉장히 만족한다. 특히 퐁텐블로에서는 나가서 사 먹는 것보다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 먹는다. 아무리 프랑스 음식이 맛있어도 매일 먹기는 힘드니 친구들은 개개인의 나라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데, 샤또의 장점으로는 다 같이 본인의 음식을 만들어서 저녁마다 나눠먹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관심도 갖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은 것 같다. 만약 인시아드를 생각하고 있은 분들 중에서 싱글이라면 혼자 사는 것보다 더 비싸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샤또를 추천한다. 


봄과 여름에는 매일 같이 바베큐를 즐겼던 야외 정원
80명은 넘게 왔던 것 같은 빌라 포쉬에서의 브라질리언 바베큐 파티
퐁텐블로 첫 점심 - 프랑스의 꼬꼬뱅. 음... 닭은 역시 치느님이지.
필자가 만들었지만 보이는거 대비 별로 맛이 없었던 브라질 풍 삼겹살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 같이 동고동락한 빌라 포쉬 친구들


그렇게 추운 겨울날, 생각보다 더 아무것도 없었던 퐁텐블로에 도착했다. 날은 추웠고 안개가 껴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으며 이 곳에서 6개월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 반,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학교에 대한 설렘 반으로 들떠있었다. 다행히 Pre-MBA trip을 다녀온 덕분에 이미 아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점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과도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P1 (Period 1: 1월부터 약 2달간 진행되는 첫 학기)

가장 정신없던 시기였다. 오랜만에 영어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애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학교 시스템을 배우는데 모든 정신을 빼앗겼다. 흔히 말하는 Fear of missing out ("FOMO")가 터지는 기간인데, 학생들은 본인들이 모르는 어떠한 행사가 있으면 굉장히 조급해했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 많고 적극적인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 네트워킹 할 때도 때로는 공격적으로 서로를 알아 갔던 것 같다. 별 다른 small talk 필요 없이 "안녕, 나는 누구고 뭐 하다가 왔어. 너는 누구고 뭐하다가 왔고 끝나고는 뭐할 거니?" 이렇게 물어보는 게 크게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필자의 경우 네트워킹보다는 오히려 초기에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나름의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것 같다. 순수 공대생 출신인 필자가 전혀 모르는 경제 경영학의 acronyms 들을 외우고, 경제학의 이론들을 배워나가야 하는 게 은근히 어려웠다. 


인시아드는 1년짜리 코스이다. 타 학교의 2년짜리 코스의 80%를 함축하여 공부하는 만큼 어렵다. 그 결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tutorial과 group work등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주말을 반납했다. 초반이기도 하고 배울게 많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 추후 P2가 되고 익숙해지면서 점점 여행도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P3 부터는...). 학교 시작 전 파리를 잠시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후로 다시 파리에 가는데 약 한 달이 걸렸던 것 같다. 그만큼 초기에는 case study 준비하는 것 등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던 기간이다.


에펠탑을 다시 보기에 한달이 걸릴 줄이야
Dean의 축하사 - 입학을 축하합니다!
이때는 밤마다 참 열심히 케이스를 읽었던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특히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공부한 친구들의 경우 "겨우 이런 거 공부하러 이 돈을 내고 여기까지 온 거야?" 라며 불평했다. 회계사를 하다가 온 친구들이 회계 기초반을 들어야 하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부분이었다. 특히 P1 중 Financial accounting이 가장 어려운 코스였는데 3시간 시험에서 회계사들은 30분 만에 마치고 바로 나가고는 했다. 반대로 필자와 같이 이공계과 학생들의 경우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즐거워했다. 그렇게 깊이가 있지는 않지만, MBA 학생으로서 알아야 할 내용들을 넓게 배운다는 느낌이 들어서 상당히 좋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P1과 P2는 공부하는 기간이다. 물론 P2에는 인턴십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정신없을 수도 있지만, 원래는 공부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특히 대부분의 프로젝트나 과목의 경우 group work로 진행이 되는데, 이는 초반에 정해지는 study group에 의해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입학 전 경험/국적/성별 등등 다양한 점들을 고려해서 짜인 이 study group은 4달간의 기간 중 분명히 싸울 것만 같은 (토론으로) 성격의 사람들을 붙여놓은 것이라고 한다. Study group이 어떠냐에 따라서 학교 생활이 개판이 될 수도, 친한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이는 MBA만의 특별한 공부 방식인 것 같은데, 필자 역시 study group 친구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그럼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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