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맥에서 스노보드 타기"
합격자 발표가 끝나고 나면 학교가 시작하기 전부터 끊임없는 invitation을 받는다. 이제 곧 퇴사한다는 설렘과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즐거움으로 학생들은 누구 할 것 상관없이 SNS를 통한 친구 추가와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중 첫 번째 단체 여행으로 준비가 시작된 것이 스키여행 to Charmonix (샤모니). 1월 프랑스 캠퍼스에서 시작하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프랑스와 주변 국가 출신 친구들을 중심으로 여행이 준비되었고, 입학 후 첫 여행이다 보니 굉장히 많은 학생들이 신청했다. 프랑스 캠퍼스의 학생 70% 정도가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결국 스키를 타고 저녁에 맥주를 마시러 나가면 그 동네에 인시아드 학생들만 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샤모니로 행했는데, 필자의 경우 같이 빌라 포쉬에서 사는 친구이자 발리 여행에서 친해진 칼이라는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를 탈 경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칼 덕분에 굉장히 빠르고 편하게 왔다 갔다 했다 (기억으론 4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았다). 차에는 필자와 칼을 포함한 3명의 친구들이 있었는데, 모두 미국에서 일을 하다가 온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긴 여정 동안 차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차로 여행하는 장점인 것 같다.
샤모니는 특히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장소는 아니다. 실제로 거기서 여행을 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의외로 중국 사람들은 꽤 보였는데, 그래도 좀 더 유럽 사람들이 스키를 타기 위해 겨울마다 찾는 장소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 워낙 많은 인시아드 학생들이 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어, 숙소를 구하는데 조금 애를 먹었다. 그 결과 조금 랜덤 하게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어떤 집은 스키타운에 있는 아름다운 스키 산장 같은 느낌인 반면에 필자가 묵었던 곳은 마치 논산훈련소 같았다.
우선 스키를 타는 방법은 한국과 굉장히 비슷하다. 장비를 대여해주는 곳에 가서 가격을 물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장비들을 대여해서 가면 된다. 리프트권도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하는데 필자에게는 유럽 스키장에서 한 가지 멘붕을 주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초급/중급에 놓여 있는 리프트. 이건 타는 게 아니라 막대기 같은 곳에 그네를 타는 거처럼 앉아서 올라가는 장치였다. 처음 보는 이 장치에 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큰 멘붕이 왔었고, 몇 번의 넘어짐과 쪽팔림 끝에 자연스럽게 탈 수 있었다.
필자는 그렇게 스노보드를 잘 타는 게 아니라서 어려운 코스는 가지 않았다. 정말 즐기는 친구들 말로는 빙질도 좋고 코스도 다양해서 굉장히 재밌게 탈 수 있다고 했다 (새벽에도 나가서 타는 애들 말로는). 초급자의 경우 한국과 동일하게 초급 코스에서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들이 있었고, 단계별로 탈 수 있도록 스키장을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한국과 같이 터보의 White love 같은 흥나는 노래는 없었지만, 상쾌한 공기와 함께 보드를 타기에 굉장히 좋은 조건이었다.
학생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전부다 이야기해볼 수 없지만, 여행을 통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날씨도 좋았고, 보드를 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저녁에는 다 같이 나가서 맥주도 한잔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나는 건 오히려 샤모니를 향해 갈 때 나눴던 대화들인 것 같다. 학교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투자 은행에 가고 싶다던 두 친구 모두 본인들의 목표를 이뤘고, 자기만의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는 친구는 여름 방학에 로마니아에 가서 본인만의 회사를 차렸다. 서로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자리에서 본인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경험을 나눠주는 시간이 참 좋았다.
인시아드에서는 정말 많은 여행을 하게 된다. 초반에 이와 같이 단체 여행을 하게 되면 너무 정신없다는 것을 깨닫고 점점 본인들이 친해지는 친구들과 함께 소규모 여행을 하게 된다. 첫 번째 여행을 하고 온 친구들과 함께 Whatsapp group을 유지하고, 다음 모임 같은 것을 잡게 되는 패턴이다. 필자의 경우도 몇 번의 단체 여행 후부터는 4-8명 정도의 숫자를 유지해서 여행을 했던 것 같은데, 이런 경우 다양하고 좀 더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겨울에 한 번쯤 들려볼 도시라고 생각한다. 마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양평에 방문해서 스키를 타는 느낌이랄까. 연인과 같이 여행 중이라면 산장을 빌려서 며칠 쉬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정신없는 P1을 맞이했다. 수많은 과제들과 처음 보는 이론을 외워가며 공부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 MBA는 Study, Sleep, Party를 모두 충족 시킬 수 없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3개 중 2개를 선택 해야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잠을 포기하는 삶을 산다. 그러므로 다음 편에서는 Party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