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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Aug 25. 2018

MBA 21. INSEAD - Study

"공부도 한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매일 밤마다 케이스를 읽는게 루틴이 되어가는 MBA 생활
P1 동안 공부한 양 - 2달 조금 안되는 동안 참 많이도 읽었다.


우리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를 배워왔다.

초중고 교육에서는 정해진 교과서를 외워가며 주입식 교육을 했고, 대학에 가서는 문제 투성이인 조별과제를 준비하고, 발표 및 토론을 하며 공부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MBA는 어떤 식으로 공부할까? 그 답에 우리는 case study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필자는 입학 전까지 case study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 공대 출신인 필자에게 이론 가득한 필독서가 아닌 소설 같은 이야기들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럼 필자가 느꼈던 것을 적기 전에 case study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Case는 흔히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적어놓은 이야기책 같은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들은 정해진 토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조직행동 (Organizational behavior)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되면 조직 문화와 관련된 스토리를 다루게 되고, 창업 관련된 코스 (e.g., New business venture)를 듣게 되면 창업했던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선 학생들은 해당 이야기의 주인공이 (예: 회사 결정권자 혹은 창업주) 알고 있던 정보들만 얻게 된다. 그 후 본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며 심각하게 (?) 고민을 한 후 다음 날 강의장으로 가면 된다. 교수는 강의 시작과 함께 케이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바로 토론의 장을 열어 학생들끼리 "나라면 이렇게 했을 거 같아요"라는 설전을 벌이게 만든다. 


Case study의 가장 큰 장점은 정답이 없다. 필자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떠들어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자리에 앉아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는 친구들의 생각을 들으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배운다는 게 가장 큰 takeaway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MBA 지원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동기 중 하나가 "To experience/gain diverse perspectives"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외국 애들은). 말 그대로 다양한 관점을 배우고 싶다는 것인데, case study를 통해서 정말 다양한 시점에서 문제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많이 배우기 위해서는 열심히 case를 준비하고 토론 때 본인의 목소리를 많이 내세워야 한다. 토론 방식은 코스마다 다른데, 섹션 전체가 다 같이 토론을 하는 방식, study group과 함께 break out room에 가서 토론하는 방식, 소극적인 친구들을 위해서 사전에 online poll을 사용해서 답을 받아보는 방식도 있다. 재밌는 건 모두 학생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본인만의 확실한 근거들도 있다. 그렇게 기나긴 토론을 하고 나면 교수는 결론 case를 나눠주거나 (실제로 일어난 결과) 혹은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해준다. 그렇게 실제로 일어난 결과를 듣고, 이러한 생각을 한 게 기업의 입장에서는 긍정적/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구나라는 것을 배운다는 건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P1 시험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학생들은 core course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core course는 P1, P2, 그리고 P3 까지 이어지는 과목들로 MBA 학생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을 일컫는 말이다. 과목을 예로 들면 아까 언급한 '조직행동' (조직 전체를 경영하는 방법), '가격과 시장' (시장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불확실성, 데이터, 그리고 결정' (Statistics) 등이 있고 그 외 마케팅, 전략 등등 다양한 과목들이 있다. 분명히 마지막 학위를 졸업할 때 "아 이제 내 인생에 더 이상의 시험은 없겠구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 마치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시험 준비를 했다. 


INSEAD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최소 점수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점수를 구분하는 방식이 특이한데,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이다. 즉 모든 시험들 중에서 가장 하위 tail에 위치한 학생의 경우 최소 점수를 못 받을 수도 있고, 그 결과 학교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물론 너무 차갑게 한 번에 나가라고 하지는 않고 재시험을 통해서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 그 힘든 고생을 하고, 그 맛도 봤는데 (GMAT),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지 라며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준비한다 (필자도 그랬다). 허나 이게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은 또 아니다. 상당 수의 과목 중 study group 평가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아무리 시험을 잘 봤다고 해도 꼭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study group은 로또 같은 것이고, 다행히 필자의 그룹은 다들 중상위권에 있었다.


시험 스트레스는 안 받나요?

필자의 경우 P1 때 굉장히 쫄보 모드였다. 우선 처음 배워보는 경영학에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첫 시험을 보고 나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고, 어느 정도 준비하면 점수가 나오겠구나 라는 감이 온다. 그 후로는 딱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 같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시험에 대한 압박 역시 캠퍼스에 따라서 다르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지냈을 경우 모든 학생들이 긴장한 상태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허나 싱가포르 캠퍼스 친구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할 정도만 하고 시험을 봤다고 하고 성적에 매달리는 친구들도 프랑스에 비해서 좀 적었다고 했다. 이는 물론 매해 캠퍼스마다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또한 시험장에 들어가면 특이한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바로 과목별로 학생 중에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MBA 학생들 중 회계사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 친구들에게 MBA 회계 과목은 마치 걸음마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3시간짜리 시험에 들어가서 30분 만에 상당 수의 친구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필자가 제일 어려워했던 회계과목이어서 걸어 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선생들은 강의를 즐겁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졸업 전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공부는 재미있나요?

이건 코스별로 다르고 개인별로 다르다. 개인이 평소에 관심 있는 과목이나 배우고 싶은 과목은 항상 즐겁고, 필자가 별로 안 좋아하는 과목은 (i.e., financial accounting) 배울 때마다 그다지 즐겁진 않았다. 교수의 역량에 따라서 코스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건 사실이고, 해당 교수들이 자유롭게 캠퍼스를 이동하니 어떤 교수가 걸리는지는 복불복이다. 어차피 core course는 MBA 학생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과목이니 열심히 듣어야 하고 그다음부터 elective course를 본인의 입맛에 맞게 잘 고르면 될 것 같다.


가장 재밌었던 코스는?

필자가 가장 무서워했던 교수가 있던 New business venture. 창업과 관련된 이 코스는 무표정의 독일 교수가 가르친다. 매 수업마다 케이스를 준비해야 하고 무작정 cold call을 던지는 이 교수와 함께 공부를 할 때면 모든 학생들이 집중한다. 로봇 같은 말투와 1분이라도 늦으면 강의실에 못 들어오게 하는 이 교수의 과목이 재밌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한데, 필자와 같은 코스를 들은 친구들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무서운 줄만 알았던 교수는 누구보다 츤데레였고, 코스가 끝나도 주기적으로 학생들과 소통을 하면서 학교 밖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교수였다. 재밌는 일화로는 한 케이스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교수는 한 학생에게 질문했다. "너는 이 사장의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자 학생은 


진짜 이해가 가지 않아요. 굉장히 멍청하고 경솔한 결정이었어요.
저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거예요.

당당하게 이야기를 마친 친구는 교수를 바라봤고 교수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너 뒤에 있는 사장 얼굴에 다시 한번 말해볼래?" 라며 그 사장님을 가르쳤고, 해당 학생을 얼굴이 빨개져서 사과를 했다. 이와 같이 교수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코스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결국 MBA는 공부를 하는 교육과정이다. 

고로 target school을 결정할 때, 본인이 원하는 코스들을 제공하는지 충분히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MBA 학생들은 무서운 아이들이다. 비싼 돈을 주고 공부를 하러 왔기에 교수의 역량이나 코스의 질이 본인들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적극적으로 학교 쪽에 항의를 한다. 그 결과, 교수들 역시 항상 긴장한 상태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경험하는 교육의 질을 상승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조직 행동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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