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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강 Aug 31. 2018

MBA 23. INSEAD - P1 방학 @영국

"다시 방학이라는 걸 경험하게 될 줄이야"

필자가 다녔던 대학교 근처의 펍. 주말마다 성당이 끝나고 이 곳에서 사람들과 맥주를 즐겼다


P1 시험이 막을 내렸다. 필자는 열심히 공부했고, 무난하게 시험을 봤다. 첫 시험을 끝내고 학생들은 들뜬 마음으로 학교 식당에 모였다. 학교에서 판매하는 맥주와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의 계획에 대해서 묻는다.


너는 이번 방학에 뭐할 거야?

인시아드는 학기마다 짧은 방학을 준다. 빡빡한 스케줄에 시험 공부하느라 지친 학생들에게 가서 놀고 와라! 라며 시간을 준다고 해야 하나. 허나 방학 기간 자체는 길지 않다. 수요일즘 시험이 끝나서 주말까지 쉴 수 있는 Long weekend 였다. 시험 공부하느라 딱히 계획을 짜지 않았던 필자는 자연스럽게 영국행 유로스타를 알아봤다. 파리로 간 다음 유로스타만 타면 바로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 도착할 수 있기에 굉장히 쉽게 영국에 갈 수 있다. 런던 히드로에 도착하면 1시간 정도를 Border control에서 소비하고, 시내까지 들어가려면 40분 정도 택시나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유로스타는 시내 정중앙에 떨궈주니 이만한 게 없다!


유로스타를 타러 갑시다! @파리
그렇게 약 2시간 반정도였나... 를 달리면 런던에 도착한다!


영국 그리고 런던은 필자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 대학교와 석사과정을 모두 영국에서 마쳤기에 20대 초반의 추억이 영국에 고스란히 있다. 석사 졸업 이후 처음 방문했기에, 대략 6년 만에 돌아온 것이었다.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면서, "내가 또 언제 런던에 올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출장으로도 많이 가고 있다. 참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 


유로스타에서 내려 영국만의 공기를 느끼고 마중 나온 동생과 근처를 배회했다. 학부가 킹스크로스에서 10분 거리에 있었기에 자주 지나다니던 곳이었다. 그런데 2012년 런던 올림픽 이전에 귀국한 필자가 돌아와서 마주한 킹스크로스는 전혀 그때의 느낌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우범 지역으로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던 그 부근은 깔끔하고 시크한 느낌의 상업지구가 되었다. 구글이 위치했으며 세인트 마틴 대학교도 완공되어 학생들이 산다고 했다. 정말 필자가 옛날 사람이 된 느낌이 팍팍 들었다. 


뭐가 이렇게 깔끔하고 조신해... @킹스크로스
필자가 가장 가고 싶어했던 리스트 중 항상 상위권에 위치했던 구글! @킹스크로스


친한 동생과 예전 학교 근처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봤다. 대학생 때 주말마다 맥주를 마시던 펍을 향해 가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아무래도 축구를 좋아하는 일인으로 런던 유학생의 가장 큰 장점은 프리미어 리그인 것 같다. 축구를 보기에도 너무 잘 되어 있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기도 하고, 주말에 모여 피시 앤 칩과 함께 경기를 많이 봤었다.


크 이거지. 필자가 가장 즐겨마시던 크로넌버그. 한국에서는 1664 블랑을 많이 마시던데, 영국에서 생맥주로 마셔보길!


크으. 첫 날은 시험 보고 바로 온 것이라서 얌전히 다들 헤어졌다. 이때 처음으로 런던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한국인이 살기에도 굉장히 편하고, 대학교, 대학원 친구들도 런던에 많이 있으니 외롭지도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영국은 세금이 높고 (NHS 덕분에) 집 값이 비싸서 돈을 모으고 싶으면 좋지는 않지만, 젊을 때 경험을 쌓는 거라면 굉장히 좋은 곳이라고 생각을 한다.


다음 날 행선지는 Cambridge

영국에서 두 번째 마음의 고향, 필자가 대학원을 다녔던 캠브리지에 갔다. 마침 고등학교 친구가 있어서 같이 여행을 했다. 아침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먹고 (필수코스) 바로 킹스크로스 역으로 갔다. 


무인 지하철과 금융지구가 잔뜩 생기고... 뭐야 런던... 낯설어... 
기차 안에서. 예전 대학원 시험 준비할 때 이 판 위에 책을 펼쳐놓고 공부 많이 했었는데...
추억의 킹스 컬리지! 매번 펀팅하며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2017년도
추억의 킹스 컬리지! 6년 전 사진 @2011년도


도착하자마자 필자는 "뭐야 여긴 하나도 변한 게 없잖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5초 후 다시 생각해보니 "여기는 600년 전에도 똑같았었지" 라며 실소를 한 적 있다. 날씨가 좋아서 따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보니 얼마나 힘들게 여기서 공부를 했는지가 많이 생각난다. 캠브리지. 필자에게는 정말 많은 걸 배우게 해 준 곳이다 (따로 구체적 포스팅을 하겠다).


캠브리지 불합격, 2006

바야흐로 2006년도. 대학교 인터뷰를 보러 캠브리지에 온 적이 있다. 그 당시 필자는 태국 푸껫에 위치한 영국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해당 학교에서 처음으로 캠브리지 인터뷰를 보러 가게 되었다. 덕분에 교장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친구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캠브리지까지 찾아가서 인터뷰를 봤다. 그리고 결과는 탈락. 인터뷰 후 봐야 하는 시험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탈락을 예상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졸업학년에 배우게 되는 내용들이었다). 기대하고 있을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는 상실감에, 비 오는 캠브리지를 2시간 동안 걸으며 한숨만 쉬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17살 소년에게는 크나큰 슬픔이었다.


런던 대학시절, 2007-2010

결국 필자는 런던에 있는 University College London (UCL)이라는 대학교에 갔다.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런, 비바 라 비다의 콜드플레이, 전화기를 만든 벨, 인도의 간디 그리고 필자... 를 배출한 학교다. 사람 일은 참 모르는 게 막상 캠브리지에 떨어지고 나서는 엄청나게 막막했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필자의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UCL/런던에서 공부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까지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 필자의 모든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게 좋은 영향을 제공한 곳이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교수님을 뵈러 갔는데, 약속 없이 교수님 방을 열어보니 어떤 프레젠테이션이 진행 중이었고 알고 보니 필자의 동기가 박사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소름).


마 필자가 공부했던 도서관 앞이다. 여전히 한국 학생들 잔뜩 담배피고 있네 마
우리 놀란 형은 여기서 배트맨과 인셉션도 촬영해주셨다 @UCL


캠브리지 대학원, 2010-2011

운이 좋은 필자는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고 캠브리지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런던과 굉장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캠브리지는 공부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놀거리가 별로 없고 주변 사람들조차도 크게 노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가지 예로 축구를 하고 나서 다 같이 펍에 갔다. 당연히 맥주를 마실 줄 알았는데, 다들 OJ를 시켰다. 처음에 이게 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오렌지 주스였다.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며 자제하는 모습을 보고 런던과 많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좋은 사람들이 잔뜩 있는 캠브리지에서의 생활은 행복했고, 런던에서 배운 것과 다른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봤을 때 이 과정들을 통해서 필자에게 가장 큰 takeaway는 "포기하지 말자" 였던 것 같다. 누구나 실패한다. 본인의 실력 때문에, 아니면 운이 안 좋아서 실패한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건 실패를 해본 적이 없느냐가 아니라 실패를 할 때마다 포기를 하지 않았냐 이다. MBA 지원도 그랬다. 필자는 약 2년이 걸렸는데 그때마다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금 보면 필자가 지원에 실패한 것들은 전혀 기억되지 않고, 결국 이뤄낸 것들에 대해서만 사람들을 이야기를 한다. 지금 실패했다고 너무 참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도 많은 실패를 겪었고 (어렸을 때부터 정말 많이) 그래도 끝까지 해본 결과,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필자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여행간 친구와. 펀팅을 하면서 와인 한잔 마시면 얼마나 좋게요
결국 필자는 펀팅 마스터가 되었다 @2017년
이때는 더 잘 했다 @2011년


런던은 항상 옳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날씨는 살짝 더럽지만 그래도 필자에겐 고향 같은 곳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있고, 어딜 가도 예전 추억에 물들 수 있는 곳이다. 인시아드를 온 덕분에 그래도 다시 한번 런던을 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이때부터 유럽에서 잠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자 그럼 그 외에 여행한 장소에 대한 사진들만 올리도록 하겠다.


그 당시 유행하던 도깨비가 입을 것 같은 옷이다 @폴스미스
댄디보이의 필수품 캠브리지 사첼백! 샀는데 전혀 안쓴다 @코벤트가든
형 딴데보고 있어봐요 @네셔널갤러리
때마침 밀라노에서 패셔니스타님께서 런던에 방문해주셨다 @쇼디치
역시 런던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멈멑 @코벤트가든
대학교때마다 일년에 한번씩 이렇게 사진을 찍었던 성방신기 2팀 @엠방크먼트
패셔니스타 님의 짐꾼 @닐스야드
알록달록의 닐스야드


사실 놀러만 간 것은 아니었다. 

런던을 가기로 마음먹었던 이유 중 하나는 때마침 필자에게 따로 연락이 왔던 회사가 있었다. 런던에 올 일이 있다면 한번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기왕 친구들도 볼 겸 겸사겸사 간 것이었다. 컨설팅에 1도 관심 없던 필자에게 먼저 연락을 준 그곳도 방문하고 돌아왔다.


가장 핫하다는 피카딜리 서커스에 위치한 그 곳
영롱한 이름의 맥힌지엔콤파니이다


그렇다. 노는 건 이제 그만, 다음 편은 인턴 취업기 편으로 돌아오겠다 BA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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